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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1분

안생겨요? 연애를 글로 배워 봤다

썸남썸녀, 모솔, 권태로운 연인들을 위한 긴급 책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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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1분'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책의 효능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견한 효능은 무려 '사랑'인데요, 여러분이 맞닥뜨린 다양한 연애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책 4권을 골라봤습니다.

상황별 대처법을 안내하는 연애 가이드북 보다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문학 작품이 연애의 지평을 넓혀줄 거라 믿으며.

그럼 지금부터 "글로 연애를 배웠네"라고 말할 수 있는 네 권의 책을 만나보겠습니다.


1. 연애를 하기 전에 연애를 하는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외로움을 제대로 모르면 제대로된 설렘도 없다. 읽고 나면 스스로에게 제대로된 질문을 쏟아내게 될 책,

"못나 보이는 인간이 숭고해질 때가 소설 속에는 있고, 그 못나 보이는 인간이 나와 닮아서 마음이 떨리는 경험을 우리는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김중혁의 “첫 번째 연애소설집”이라고 소개하는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이 나왔을 때, 나는 오래 전 혼자 엿보던 첫사랑과 마주친 기분이었다.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소설 「요요」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설의 주인공인 차선재 때문이다. 내가 첫눈에 반했던 문학작품 속 남자."
_김화진 (북뉴스 객원 기자)
연애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시간이 없어서.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어서.

라고들 많이 대답하지만,

섣불리 마음을 열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아요. 연애 실패의 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이별 경험으로부터 진정으로 '이별'하지 못해서 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생겨버린 쓸데없는 자격지심,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연애 상대를 잘못 고른 건 아닌가 싶은 걱정,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게임이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싶은 이기심 등등.

"그런데 그거 알아? 아무런 애정 없이 그냥 한 번 안아주기만 해도, 그냥 체온만 나눠줘도 그게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대. 나는 그때 네가 날 안아주기를 바랐는데, 네 등만 봤다고. 등에는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고."

"생각해보면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호할 때도 있다. 그녀가 비틀거리지 않았으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문을 열면 다 열리는 것이 연애죠. 죽일 듯이 싸우던 연인이 한 번의 화해로 극단적인 봉합을 하는 장면, 많이 보셨을 거에요.

그런데 이 소설가는 연애를 달콤한 로맨스로 환원시키는 게 불편한가 봐요. 우리가 연애하는 근원인 외로움 자체를 뚫어지게 살펴봅니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내가 생각하는 연애는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혼자인 사람들이 서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는 일” _경향신문


뭔가 대단히 씁쓸함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묘하게 위로가 돼요. 사무엘 베케트의 이 말이 생각나면서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한동안 내가 연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외로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라는 연애의 근원을 파헤치는 현재 직시형 질문과 나는 연애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나는 무엇에 설레는가, 라는 미래 추정형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 거에요. 



작은 변화일 텐데요, 이런 질문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수 없는 게 연애가 아닐까요.  그런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단 한권의 소설,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입니다. 문학적 성취도 대단한 작품인데요, 이효석 문학상, 동인문학상까지 휩쓸었습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설렘에는 앞날에 대한 기대가 들어 있다. 막연한 기대는 꿈꾸는 사람의 특권이다. 다가올 시간을 가늠해보는 일, 행복이라는 덩어리의 무게를 미리 재어보는 일, 그게 사랑의 시작일 것이다.

_김중혁, <가짜 팔로 하는 포옹>


2.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교감이 필요할 때,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연인과 나누고 싶을 때, 진심을 담은 선물이 필요할 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선물해봅니다. "그냥 한 권 샀어." 무심하게 주더라도 괜찮아요. 연애시집은 아니지만, 진심의 언어가 가진 힘이 크지요. 

속삭이는 말로, 마주잡은 손으로, 포개보는 입술로도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이라면 그것은 사랑. 사랑을 잡은 자와 사랑을 놓은 자의 교집합 속에서 체로 건져낸 이야기만 오롯하게 담은 시집. 

읽지 않아도 됩니다. 누군가에게 줄 때 이 시집의 효용성은 극대화될 것이므로. 그래도 궁금하니까. 몇 편만 살짝 보여드리죠.

3. 연애가 무엇인지 감 못잡는 모태 솔로라면, 쿨한 연애가 왜 그토록 어려운지 궁금하다면, 연애를 둘러싼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얻고 싶다면, 

지금은 오십 대를 앞둔 중년의 작가이자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스물 다섯 살에 야심 찬 문제의식을 갖고 정열적으로 쓴 작품이죠. 지금은 <영혼의 미술관> <뉴스의 시대> <인생학교> 같은 책을 펴내며 철학적 지평을 이 사회 곳곳까지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적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영국판 제목은 <Essays in Love>, 미국판은 <On Love> 입니다. 그대로 옮기면 '사랑론' 쯤 되겠네요. 그만큼 이 책은 저자가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철학이라는 무기로, 이야기라는 재미로 파고들어 가보려고 애쓴 작품입니다.
이렇게 간명한 연애의 통찰이 군데군데 나오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죠. 연애에 관한 '지대넓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요. 이미 읽은 분들도 많을 거에요.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은 연애소설이니까요. 정영목 번역가의 유려한 번역도 한몫했을 거에요.
이런 실천적인 제안도 서슴지 않는데요, 이런 파편적인 단상들이 그가 나중에 '인생학교'를 설립한 단초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로맨틱한 한 문단을 읽고, 마지막 책인 고은의 <상화시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 없는 또 훨씬 덜 즐거운 질문이다. (중략) 사랑을 베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오직 한 가지 대답밖에 할 수가 없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4. 우리 너무 오래 만났어요, 사랑하기엔 너무 멀리 왔나봐요, 이제 우리 연애에 새로움은 없을까요, 라고 울부짓는 이들에게

<상화 시편>은 고은 시인이 80세를 바라보며 자신의 아내 이상화 시인에게 보내는 사랑시입니다. 그의 작품 활동 53년 만에 첫 연시집이지요. 서문에서 고은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상화의 사랑 없이는, 상화와의 삶이 없이는 나는 두 가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 하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둘은 시집 <조국의 별> 이후 내 문학의 많은 결실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올해 5월 5일 결혼 28주년 아침, 나는 아내 상화에게 드리는 편지를 썼다. 그런데 저녁 식탁에는 아내가 지은 시 두 편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1년에 한두 편의 시를 쓰기도 하지만 이토록 사랑의 시를 두 편이나 즉각적으로 쓰는 일은 없었다. 읽었다. 한 번으로 놀랄 노릇이 아니었다. 그중의 한 편을 승락 없이 이 시집의 앞에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 나는 이미 상화를 허무와 더불어 사랑한다."



그러고선 다음 페이지에 바로 아내의 시를 싣고, 그리고 그 다음 부터 118편의 자신이 아내에게 보내는 시를 싣었습니다. 
이 빛나는 연서 앞에서 우리가 사랑해온 많디많은 날들은 또 어떠하며, 서로에게 지쳐온 시간들, 수많은 불평들은 또 어찌할 것인가요. 

오래된 연인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마음과 마음 사이에 쌓인 해묵은 벽이 조금씩 허물지 않을까요. 그래서 마음이 무너지면, 서로를 향해 무너지면 그 자리에 무언가 자라나는 것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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