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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예요."

조회수 2018. 12. 7.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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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의 아이들' 전민희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

20여 년 전 '윈터러'로 시작된 '룬의 아이들'의 세계. '데모닉'의 마지막 권이 독자를 찾은 지도 11년이 지났다. 국내에서 총 16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일본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소설로 기록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룬의 아이들’ 시리즈, 그 새로운 세계의 시작점에 다시 전민희가 섰다. 11월 24일, 서울에 첫눈이 내리는 날, 사인회를 앞두고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에서 작가를 만났다. 

*인터뷰 B컷 (사진제공: 엘릭시르)

Q. 11년 만에 신작 『블러디드』가 나왔습니다. 종이책도 11년 만에 나오고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셨죠. 소감이 어떠세요? 

연재 자체는 『세월의 돌』 이후로 처음이에요! ‘다음’에서 『태양의 탑』 연재를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무료 공개였기 때문에……. 연재는 『세월의 돌』 이후로 딱 20년 만인 거죠.


처음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는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겠지, 하고 시작을 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어요. 독자분들이 환영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함이 있었던 한편, 저 자신에게는 시간에 딱 맞춰서 연재분을 올려야 하는 일들이 조금 부담이 있었어요.

종이책을 새로 내게 된 것은 2007년 『룬의 아이들 - 데모닉』 완결 이후 11년 만이네요. 사실 그동안 수많은 독자분들이 뒤에 어떤 내용이 이어질 것인가 추측하신 것들이 쌓여 있잖아요. 저로서는 그 예상을 깨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분들의 예상에 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때의 느낌과 단절해서 새로운 각도로 ‘룬의 아이들’ 시리즈를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것을 독자분들이 ‘아예 딴 얘긴데?’ 하지 않고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서 예상을 깨는 동시에 기대에도 부합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잖아요. 저 자신도 쓰기 전에는 아직 잘 몰랐어요. 결과가 나온 게 아직은 1권에 불과하지만……. 일단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Q. 『룬의 아이들-블러디드』 1권 작업은 만족스러우셨나요? 이것저것 생각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순서대로 쓰는 편이에요. 아주 가끔 부분적인 장면이 뒤섞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순서가 엄청 뒤죽박죽되었어요.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굉장히 여러 번 썼다가 갈아엎기를 반복하면서 일부가 살아남기도 하고 섞이기도 하고 그랬죠. 결국 다시 읽었을 때 차례대로 쓰지 않으면 오류 같은 게 있어서 여러 번 읽으면서 오류를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했고요, 이질적인 부분이 있을까 봐 여러 번 다시 읽었어요. 1권이 도입부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있는데, 읽으신 분들이 예상하기는 어려운 방향이라서 그게 저도 기대가 되어요! 

Q.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실 때 선생님만의 방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꼭 판타지에 관련된 것만도 아니고 기존에 제가 좋아하던 것도 아닌 ‘엉뚱한 것’들을 듣고 보려고 해요. 사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기한테 익숙한 시야가 있거든요. 저 역시 어떤 세계를 바라볼 때, 익숙한 시야로 보려는 심리가 있어서 이를 의식적으로 깨려고 노력했어요. 11년 만에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의 이야기가 이전과 같은 결일 수도 없고, 그때 생각했던 이야기가 지금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죠. 물론 ‘이렇게 써야지!’ 하는 생각은 11년 전에도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그대로 쓰면 저한테도 식상할 것 같았고요.

그래서 시야를 달리하기 위해 평소에 안 보던 것들을 보고 안 듣던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저는 K-POP을 잘 안 듣는 편인데 작품을 쓰면서 들으려고 했던 적도 있고요. 저 나름대로는 안 해보던 것을 해보려는 노력을 합니다. 

Q. 글을 쓰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하세요? 글을 쓰다가 안 풀리는 경우도 있으실 텐데.

보통은 이야기의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안 풀리는 경우는 앞에서 이어진 내용 때문인 경우가 많아서. 그때 안이하게 넘어가면 뒤에서 큰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웃음)

작품을 쓰다 보면 이야기의 어떤 논리적인 흐름이 있는데, 그것과 관계없이 감정적 맥락도 감안해야 하거든요. 가령 전개의 리듬상 이 시점쯤에서는 반전이 일어나야 하는데, 반전이 일어나야 할 거리가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떤 쪽을 따라야 하나 고민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 주로 막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는 있는데 그대로 쓰면 밋밋해질 것 같을 때, 무언가 방향을 틀어야 하는 지점인데 그게 안 될 때, 그럴 때는 앞에서 처음부터 빗으로 빗어보듯이 다시 작업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다시 막힌 부분이 새롭게 느껴져요. 그러면서 예전에 생각했던 발상과 연결되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풀리는 것 같아요.


Q. 글 쓰시면서 여러가지 요소들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글 쓸 때 이것만은 놓치면 안 된다 싶은,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저는 글을 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쓰는 편인데요, 그래도 두 가지만 꼽자면 첫 번째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재미라는 게 물론 사람마다 다른데, 그리고 저 자신도 잘 몰랐다가 쓰다 보면 깨닫는 지점이 있는데, 저는 장르소설 또는 대중소설은 읽혀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읽은 뒤에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나오는 것이고. 그래서 일단 읽히게 써야 한다는 게 저의 첫 번째 목표예요. 그래서 흐름도 밀고 당기면서 독자분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노력을 해요.


두 번째는 윤리적인 부분이 있어요. 이야기를 전개해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어느 갈래를 선택해야 할지 저도 헷갈릴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는 저 자신의 도덕률을 돌아봐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분들은 답답하다고 하시지만요.) 제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인 틀 같은 게 있어서,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최선의 길을 찾게끔 하려고 애를 쓰곤 합니다.


*인터뷰 내용 제공: 엘릭시르 

*사진출처: 광화문 교보 11/24 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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