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카페에 숨겨진 비밀

조회수 2018. 10. 31. 11:31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하루키스트'들의 성지, 북카페 피터캣을 찾아가다!
출처: finding-haruki

홍대 경의선 책거리 골목의 작은 북카페 ‘피터캣’,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가 되기 전 운영했던 도쿄의 재즈바와 같은 이름이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 곳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성 팬을 일컫는 ‘하루키스트’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하루키의 책이 가득한 책장 앞에서, 오로지 하루키만 읽는 이들이 모이는 이 곳의 주인장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피터캣 주인장 이한구씨,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Q.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시겠지만, 원래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피터캣을 오픈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피터캣 운영을 결심하게된 사연이 있으실까요? 

A. 30대 후반이 되었을 때 지하철 출퇴근길에 하루키 소설들을 많이 보았어요. 쉽고, 여러번 읽어도 맛이 있으니까. 그런데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보는데 와타나베가 서른 일곱이더라고요. 그 때 저도 그 나이였거든요.

와타나베가 과거를 돌아보는 그 시기, 저도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바로 그 때, 그 책을 보면서 앞으로 나에게도 다른 일이 생길 수 있겠구나 하고 피터캣 (오픈을) 결심했어요.


Q. <피터캣>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카페인만큼 음악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제 기억으로는 『해변의 카프카』가 2002년 월드컵때 출간되었는데요. 그 때 당시는 몰랐지만 다시 읽었을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호시노라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이 청년은 트럭운전사 일을 하고 있는 평범한(?) 건달입니다. 그런데 호시노는 우연히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던 중 음악을 듣고 변화합니다. 그 때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음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키가 추천한 음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300장 정도 하루키와 관계된 앨범을 가지고 있습니다.  특히 재즈는 하루키한테 다 배웠습니다. (웃음)


출처: instagram@petercat

Q. 그렇다면, 하루키가 언급한 (혹은 추천한) 노래를 한 곡만 뽑아주신다면요? 

A. 소니 롤린스의 음반인데요. 이 앨범 중에서도 On a Slow Boat to China 라는 곡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쓴 단편 소설 제목이 『중국행 슬로보트』 거든요.


On a Slow Boat to China는 미국 속담이에요. 가령, “저 친구가 중국행 슬로보트를 탔어.”라는 의미는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래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중국행 슬로보트』 를 쓴 시점은 전업 작가로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하고 아직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을 시점이에요. 그 때 하루키는 이 노래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마 하루키 자신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내게 아주 오래걸리는 일이 시작되었구나...’하고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하루키도 이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나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 피터캣을 열기로 결심했을 때 오래 걸리는 일이 되겠구나 싶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중국행 슬로보트>와 On a Slow Boat to China에 담긴 사연이 너무 좋더라고요.  



Q. 그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현재 가장 아끼고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요?   


A.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입니다. 하루키에 대해서 처음 애정을 품게된 책이에요. 하루키가 비틀즈보다 비치 보이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첫사랑이기 때문이잖아요. 저에게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비슷한 이유로 가장 아끼는 책입니다.

출처: instagram@petercat

Q. 무라카미 하루키 덕후의 관점에서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어떻게 읽으셨어요?


A. 첫인상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실망했던 부분이 여기에서 다 매꾸어졌다?! (웃음) 가와카미 미에코가 아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양을 쫓는 모험』까지 초기작들을 최신작들과 함께 다루는 점이 좋았어요. 하루키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들이 보면 정말 기뻐할만한 책이었습니다.


Q. 만약 가와카미 미에코처럼 하루키를 인터뷰할만한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질문을 하시겠어요?


A.  『노르웨이의 숲』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내용을 따온 것이잖아요. 그런데 어떤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어도 그 책을 언제 읽었는지 이야기를 안해줘요. 가령,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하루키가 고등학교 시절 3번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프루스트 책은 도대체 언제 읽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프루스트에 대해서 하루키와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Q.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한줄평을 남겨주신다면요?

 

A.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하 2층 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이라는 평을 남기고 싶습니다.

Q. 지하 1층이 아니고, 지하 2층 맞으시죠? (웃음) 

A. 네. 맞습니다. (웃음) 지하 2층의 세계가 너무 잘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