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이 알아야할 꿀팁

조회수 2019. 9. 27.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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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가 말하는 투고방법

“아쉽지만 저희 출판사의 기획 방향과 달라 원고는 반려합니다.”


투고 원고 답신 메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입니다. 편집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백하자면, 그리고 답신을 받은 작가(지망생)분들도 아마 알고 계시겠지만, 이 말은 문자 그대로 ‘기획 방향과 달라’ 반려한다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때때로 저 말은 ‘잘 읽히지 않아’, ‘개연성이 없어서’, ‘어디서 본 작품 같아서’ 또는 단순히 ‘재미없어서’와 같은 의미이기도 합니다. 투고 원고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주는 출판사는 별로 없을 겁니다. 투고작이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작품에 대한 판단이라는 건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출판사나 편집자의 생각에 따라 작품의 상품성은 달라집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출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띠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반려한 작품에 대해 평가를 말씀드리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투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막연하지요. 옆에 평가를 해줄 사람이 없다면 더 막막하실 겁니다. 계속 반려당하기만 하는 원고는 어떻게 고쳐야 하는 건지, 내 원고에는 뭐가 부족한 건지, 투고를 할 때 뭘 주의해야 할지, 글을 쓰면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이야기가 아직은 모니터 스크린 속에만 있는 여러분의 작품을 모두 책으로 바꿔놓지는 않겠지만 장담하건대 편집자의 눈에 띌 확률을 적어도 두 배는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미리 얘기하지만, 이것은 작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수없이 많이 출간된 훌륭한 작법서를 참고해주십시오. (중략) 

투고 전부터 실패다

자, 여러분은 어제 탈고를 했습니다. 손에 원고를 쥐었고 이제 책으로 만들어질 일만이 남았습니다. 어디에 투고할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전부터 호감을 갖고 있던 출판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좀 큰 출판사가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 지망생이니까 어느 출판사든 상관없으니 관심 있는 곳에는 모두 투고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가운데 연락이 오는 곳에서 고르면 되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이미 실패하고 있는 겁니다. 출판사는 출판사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종다양한 책을 내는 곳도 있지만 특별한 장르, 특별한 분야의 책들을 내는 곳도 많죠. 작은 출판사일수록 더 그런 성향이 강할 겁니다. 게다가 편집자에게도 취향이 있습니다. 그 취향이 기획에 반영되기도 하고요. (중략)

그런데 이러한 성향과는 관계없이 무작정 보냈구나 싶은 투고작이 꽤 많습니다. 아예 장르소설로 구분할 수 없는 작품도 있죠. 가끔은 척 보기에도 모든 출판사에 한꺼번에 뿌렸구나 싶은 원고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출판사와 편집자의 기획 성향에 맞지 않으면 책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아니, 이 말은 수정해야겠네요. 그렇게 재밌는 작품이라면 제 취향과 성향에 상관없이 어떻게든 책으로 내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을 무시할 만큼 ‘아무리 좋은’ 작품은 이제까지 한 편도 없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조앤 롤링조차 처음에는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는 사실을요. 누가 봐도 절대적으로 좋은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편집자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여 발굴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만이 존재하죠

투고하는 순간 실패다

편집자는 수많은 투고작을 받습니다. 저는 보통 투고작 검토에 2주를 잡고 있는데요, 당장 읽어야 할 원고와 미뤄두었다가 나중에 읽을 원고는 대개 여기에서 갈립니다. 대부분의 투고작은 제가 알지 못하는 작가의 알지 못하는 작품이죠.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원고를 읽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는 못합니다. 투고작은 계속 쌓이고, 해야 할 일은 투고작 검토뿐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냉정하게 말하자면, 투고작이 책으로 출간되는 확률은 제 경험에 비추어 전체 투고작의 1퍼센트 미만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제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검토를 제대로 못한 작품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듣고 ‘언젠가 내 작품을 알아줄 편집자가 나타나겠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착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작가 지망생이 구십팔만 오천 명쯤 되거든요.


그래서 기획서를 써야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쓴 원고가 어떤 작품인지, 특징이 무엇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쓴 것인지, 어떤 재미가 있는지 사전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때때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는 것이 가장 재밌’다며 ‘그냥 읽어주십사’ 보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네, 그 마음 압니다. 특히나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미리 뭔가를 알게 되면 재미가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아무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투고작은 영영 묻히고 맙니다. 아예 읽히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에게 읽히지 못한다면 재미고 뭐고 아무 의미도 없어지고 맙니다.  

사실 기획서는 작품 다음으로 중요합니다. 편집자가 이 미끼를 무느냐 마느냐에 따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작품의 이해에도 큰 도움을 주고요. 투고를 위한 기획서 쓰는 법에 대해서는 따로 지면을 마련해야 할 만큼 할 이야기가 많으니 기획서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줄이도록 합니다.

도입에서 실패다

‘투고작’에서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재밌는 원고는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시놉시스나 기획서 등에서 특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다음에는 원고의 첫머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배경을 설명하고, 인물을 설명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깔다 보면 어느새 흥미를 잃게 마련입니다. 도입부에 호기심을 끌 만한 요소를 넣어야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원고를 읽게 되죠. 그나마 편집자는 목적이 있어 원고를 읽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때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원고 읽기를 포기하곤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읽을 만한 동력/이유를 던져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차분하게 쌓아올려서 중후반부에 모든 것을 터뜨린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다면 적어도 그런 작품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 시놉시스를 반드시 첨부하세요. 그래야 ‘포텐’이 터지는 지점까지 원고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중략) 


출판사 편집자가 말하는 "당신의 소설이 거절당하는 이유"가 더 알고싶다면? 《미스테리아》26호를 참고해주세요.
출처: 도서 보러가기

글: 내 소설은 왜 거절당하는가

임지호(엘릭시르 편집 주간)

《미스테리아 26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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