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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총을 쏜 조현병 환자

미스테리아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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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취임한 지 막 두 달을 넘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워싱턴 D.C. 힐튼 호텔에서  연설을 마치고 떠나면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이었다. 인파 사이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한 청년이 총을 들이대었고, 순식간에 발사한 여섯 발의 총알 중 마지막 총알이 대통령의 가슴을 관통했다. 이미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래디, D.C. 경찰관 토머스 델러헌티, 그리고 경호원 팀 매카시가 부상을 당한 후였다. 대통령의 상태는 위중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 병원에서 총알을 제거하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회복이 더디었다. 


현장에서 붙잡힌 범인의 이름은 존 힝클리였고, 별다른 특징 없는 백인 청년이었다.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힝클리는 사춘기 이후로 다양한 정서장애와 사고장애에 시달렸는데, 그동안 받은 치료가 크게 효과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1976년 작 <택시 드라이버>를 본 후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레이건에 대한 암살 시도 역시 “포스터에게 자신의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뭔가 인상 깊은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린 재판에서 힝클리는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 판결을 받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세인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감호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재판 결과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적지 않았는데, 다수의 범죄자들이 제대로 된 형을 피하기 위해 정신적 이상을 주장한다는 편견이 작용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힝클리는 이후 30년 넘게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2016년에야 “타인에 대한 위험의 요소가 없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그의 진단명은 조현병이었다. 


존 힝클리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한 암살미수자이다.

미국의 조현병 환자는 어디로 옮겨졌는가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는 미디어에 의해 자주 부각되는데, 이는 ‘정신 질환 환자에 의한 범죄’라는 소재가 대중의 주목을 끌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 ‘환청과 망상에 시달린다’, ‘사고 체계가 붕괴되었다’는 등의 묘사는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양극성 장애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 혹은 물질 남용 장애(알코올) 등에 비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라는 이미지가 더 큰 것도 조현병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를 비롯해서 대다수 정신과 질환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 인구에 비해서 그다지 높지 않거나 몇몇 연구에서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서 현저하게 높은, 1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수치가 전혀 놀랍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조현병 환자들의 ‘가해자’ 행동을 연구하는 경우가 ‘피해자’ 경험을 연구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대중적 편견이 학자들이나 임상 의사 사이에서도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 정신과 질환을 사회에서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하는 점은 이러한 편견과 맞물려 복잡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미국에서는 진보적이고 리버럴한 세대들이 주류로 편입하는  1960년대부터, 대부분의 만성 정신과 병원들의 문을 닫고 환자들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ion)’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물론 만성 정신과 병원들의 인권침해, 비위생적이고 치료나 재활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 등은 꾸준히 지적받아온 게 사실이다. 현재까지도 ECT(전기 충격 치료)를 비롯해서 정신과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편견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밀로시 포르만의 1975년 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이러한 경향의 정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증 정신과 환자들을 병원에서 내보내고 지역사회에서 재활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는 물론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1960년대 이후의 입원 병동 환자 수의 급격한 감소는 감옥과 교정 시설 제소자 수의 증가와 정확히 거울상을 이룬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정신과 질환 치료 시설은 로스앤젤레스 주립 교도소다.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는 1960년대 이후 대부분의 조현병을 비롯한 중증 정신과 환자들을 만성 정신병원에서 교도소 혹은 교정 시설로 옮겨놓은 데 그쳤다. 사회에 미치는 부담과 문제가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한국의 관련법 개정과 그 영향

정신 병원 강제 입원 절차에 대하여 


이와 관련해서 한국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재판소가 2016년 기존의 강제 입원 절차를 다루고 있는 법 조항(전문의 1인의 진단으로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이 정신 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요소가 있다고 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2017년 정신보건법을 개정했다. 전문의 1인과 소속 기관이 다른 전문의의 추가 진단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강제 입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1개월 이내에 국립 병원 등에 소속된 독립된 기구가 강제 입원 결정이 적합했는지 여부를 다시 심사해야 한다.


기존의 강제 입원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의 강제 입원율은 법 개정 전 60퍼센트에 달했고, 그 비율은 여타의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았다. 강제 입원 기간 역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꽤 긴 편이었고, 이에 따른 인권침해의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정된 법의 문제점은 한국 대부분의 복지를 다루는 법 제도가 그러한 것처럼, 규정을  강제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기반을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입원 절차를 위해 소속 기관이 다른 의사를 초빙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고, 또 그에 대한 보상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립 기관에 소속된 의사들이 독립된 심사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인력이 확보되어 있는가의 문제 역시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강제 입원이 되지 않은 환자들을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적절하게 치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역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연구들이 지적하듯 특히 조현병의 경우는 병식(病識)이 없는 것, 그러니까 ‘내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증상 중 일부이다. 자기가 병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부작용이 적지 않은 정신과 약의 꾸준한 복용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의 폭력적 행동은 꾸준히 치료를 받지 않는 것과 연관 관계가 있다고 나타난 결과를 생각해보면, 안타깝게도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법이 시행된 이후 1년간 강제 입원율은 25퍼센트 정도 감소하여 현재 비자의(非自意) 입원(강제 입원)은 37퍼센트에 머물고 있다.4 이 수치에 대해서 생각해볼 점은, 그렇다면 과연 63퍼센트에 달하는 자의(自意) 입원 환자들이 이전의 강제 입원 환자들과 같은 환자들인가 하는 부분이다. 1)병식이 없다는 것과 2)쉽지 않은 입원 절차의 도입이라는 조건 하에, 조현병이나 양극 장애에 비해서 정도가 심하지 않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을 앓는, 즉 병식과 치료에 대한 의지가 있는 환자들이 자의 입원의 형태로 병실을 채우고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자료 조사를 복지부는 시행해야 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중증 정신과 환자들이 현재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에 급격히 보도가 증가하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른 강력 범죄 역시, 단순히 민감한 사건에 대한 센세이션을 추구하는 언론의 경향 때문에 자주 다뤄지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된 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는 것인지도 섬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몇몇 경우들에서는 강제 입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쳤고 결국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증언이 주위 사람들과 치료진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정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선호하는 한국 대중의 여론을 고려한다면, 미국에서처럼  결국 중증 정신과 환자들을 장기 입원 시설에서 감옥이나 교정 시설로 옮기는 경향이 반복되리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력 범죄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강제 입원의 절차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병원 대부분이 이 환자들을 받기 꺼려 한다면, 현재 사회에서 이들을 제대로 지지해줄 시설이나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부담은 환자 가족들에게 갈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중략) 

 


글: 조현병의 악마화를 둘러싼 질문
글쓴이: 황순조, (네브라스카 대학 병원 정신과 조교수)
출처: 《미스테리아》 24호

해당 글은 미스테리아 24호에 수록된 <조현병의 악마화를 둘러싼 질문>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해당 전문은 <미스테리아> 24호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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