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에 의한 유아의 사망

조회수 2018. 8. 3.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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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스테리아》19호

질식에 의한 유아의 사망 

젊은 엄마는 첫째가 생후 4개월 때 갑자기 사망한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 태어난 아이를 애지중지하면서 키웠다. 이제 생후 3개월이 된 아이는 다행히 건강했다. 그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날, 남편은 직장 회식으로 늦게 퇴근한다고 전화를 걸어 왔다.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남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직장 회식이라는데 어쩔 수 없었다. 쉽게 잠들지 않는 아이를 옆에 데리고 어르다가 아이 엄마는 깜빡 잠이 들었다. 잠결에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나지 못했다.  

새벽에 잠이 깬 엄마는 아이를 확인했다. 아이는 남편과 자신의 사이에서 곱게 자고 있는 것 같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숨을 쉬지 않았다. 아이 엄마는 울부짖으면서 남편을 깨웠고 119에 신고하였지만 도착한 구급대원은 아이의 사망을 확인하였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기를 포함하는 미성년자가 사망할 경우 조건 없이 부검을 한다.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칼을 댈 수는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부검을 하지 않고 경찰의 조사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은 부검을 요청했다. 첫째 아이도 갑작스러운 사망을 했기 때문이었다.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원인: 기계적 질식 


아무런 질병이 없던 아이가 생후 12개월 이내에 사망할 경우 그 원인은 대부분 영아 돌연사 증후군이다. ‘증후군’이라는 병명은 대개 질병의 징후의 총합을 뜻하는데, 영아 돌연사 증후군 역시 복합적인 이유로 추정하나 그 적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다수의 법의학자들은 기계적 질식도 이 증후군에 포함된다고 본다. 특히 이번 사망은 12개월 이내의 아기와 함께 잠자리를 가지는 ‘bed-sharing’의 경우, 그중에서도 남편이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온 경우에 해당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보호자가 아이와 같은 방을 쓰기를 권장하지만 침구는 달리하는 것을 강력하게 명시한다. 같은 침구에서 자던 중 유아가 기계적 질식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알코올을 섭취한 보호자와 함께 수면할 경우 영아 돌연사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이번 아이의 사건에서도 질식의 소견이 나타났다. 이전 첫째 아이의 경우에는 부검을 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사망이 이와 같은 수면 환경에서 발생하였다면 기계적 질식에 의한 사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적절한’ 음주의 중요성

(중략) 미국의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사망 원인 중 알코올과 관련된 죽음이 전체 외인사(外因死) 중 3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되어 있다. 술은 매우 긍정적인 면이 많은 물질이다. 예컨대 어색한 자리에서 윤활유 역할을 담당하며 사교에 도움을 주고, 적절한 음주는 심장 질환의 빈도를 줄여준다는 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 얼마나 마셔야 적절한 음주인지에 대해 다양한 논박이 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어떤 술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술잔을 기준으로 남자는 5잔 이상, 여자는 4잔 이상 마실 경우 폭음(binge drinking)으로 정의7한다. 즉 소주로 따지면 남자는 4잔, 여자일 경우 3잔까지 마시기를 권장한다. 이를 대중에게 소개하면 다들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폭음이 이미 일상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힘들고 고된 삶에서 술을 아예 제거하는 건 어렵다. 그렇지만 술 이외에 우리를 달래주고 위로해줄 다른 것을 찾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술은 뇌의 기능을 저하시켜 기분을 일시적으로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과량으로 섭취하면 반드시 문제를 발생시키는 물질이다. 법의학자가 조금은 한가해질 수 있는 길이라면, 술을 ‘적절하게’ 마시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출처: 《미스테리아》19호
제목: 술이 사람을 마신다 (글: 유성호, 법의학자)

해당 글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법의학, 사법 체계, 프로파일링 등에 대해 유성호 법의학자가 쉽게 해설하는 코너입니다. 탐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로 친숙한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는 다양한 사망 원인 중 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들을 설명합니다.

《미스테리아》란?

국내 유일무이한 미스터리 전문 잡지. 2018년 7월 현재 19호까지 발행한 ≪미스테리아≫(홀수 달 발행)는 미스터리(mystery)와 히스테리아(hysteria)라는 단어를 결합한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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