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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가 다가온다. (개강이라니)

조회수 2018. 3. 7. 12: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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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에선 많은 걸 배웠다. 특히, 비난에 대처하는 법.
<인생 참 재밌는데 또 살고 싶진 않음>

# 봐주세요, 쌤

는 대학에 들어가길 참 잘 했다고 몇 년을 두고 생각했다. 학교도 날 뽑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짝사랑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지. 

주일에 단편을 대여섯 편 장편을 두어 권 읽고, 리포트가 대여섯, 영화도 봐줘야 하고, 시험 기간이 되면 시험 말고도 소설이 한 편, 시가 다섯 편에 매일 묘사 일기도 써야 하고, 수필이 한 편, 비평도 써야 하고, 중간중간 도무지 나 혼자만 하고 있는 것 같은 조별 발표도 몇 번, 대체 교수님들은 내가 안 읽은 작품들만 어떻게 그렇게 잘 골라내시는지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가 책을 안 읽는 애였던 거였어. 


22학점 정도 들었으니까 대략 여덟 과목 정도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니, 어떻게 여덟 과목이 빼놓지 않고 과제가 있지? 간혹 수업 전에 책을 안 읽어온 애들을 보면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문창과 다니면서 일주일에 책 한 권 읽는 게 어렵습니까?”


교수님, 저희가 교수님 수업만 듣는 건 아닙니다.

이마에 이렇게 써붙이고 가만히 고개를 젓고 싶다.


봐주세요, 쌤.

# 창작과 비난

리 스터디 이름은 ‘창작과 비난’이었다. 예술이 어쩌고 글을 쓰는 게 어쩌고, 그건 그렇게 읽으면 되네 안 되네, 대화를 하다가 몇 가지씩 몰래 받아 적고서는 원래 읽었던 책이었던 척, 하는 건 금방 힘들어져서 그냥 곧 고백하고 읽기로 했다.

터디에선 많은 걸 배웠는데 특히, 비난에 대처하는 법. 

언제였더라. 충분히 사유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주제였던가, 지나치게 상투적인 주제였던가, 그랬을 것이다. 같이 스터디를 하던 친구가 말했다.


“이건, 지금 내가 복도에 나가서도 쓸 수 있겠어요. 내가 지금 써갖고 와볼까요?”


돌고 돌아 나는 나중에 그 친구에게 말하게 된다.


“어? 이거 내가 오늘 아침에 똥 싸면서 생각했던 건데! 똥을 쌌으면 물을 내려야죠, 그걸 그냥 묻히고 나오면 어떡해요.”

루는 어떤 삼십대 후반의 결혼하지 않은 언니가 역시 삼십대 후반의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삶에 관한 다소 감상적인 소설을 썼더란다. 그랬더니 십대 후반의 다른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고. 


“일기는 싸이월드에다 쓰세요.”

께 스터디를 하는 남자가 말했다. 


“이번 소설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 난 연주씨 그게 참 부럽더라. 근데 음, 한 4페이지 정도부터 좀 지루하더라.”


그거 30페이지짜리였는데요.

# 매일매일 소설 쓰고 앉아 있는 인생이라니 

승옥은 대학 등록금이 없어 신춘문예에 당선되지 못하면 군대에 가겠다는 각오로 무려 「생명연습」을 썼다는데, 아무래도 나는 아르바이트 귀재로 태어나서 큰일이다. (게다가 깨알 같은 장학금 제도도 너무 잘 활용하다니!)


글을 쓰기에 나는 생활력이 너무 강하다. 

군가 물었다.
 
“넌 왜 신선한 것을 쓰지 못하니?”

내가 대답했다.

“나라는 애가 신선하지 못해서.”

그가 말했다.

“난 너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을 때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떻게 하면 너처럼 매일매일 두 시간씩 쓰게 되는 걸까. 나는 이렇게 게으른데. 그냥 일단 한 줄만 쓰자고 다짐을 해도 어느새 웹사이트로 넘어가 그곳에 머물러 있지. 트럭을 모는 인물을 하나 쓰겠다고 하고는 어느새 트럭을 넘어가서 자동차의 역사를 읽다가 넘어가서 아미시 공동체에서 자동차를 타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야. 그래, 뭐, 자동차의 역사 같은 건 자료 조사라고 하자.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를 써야지, 하다가 이미지를 찾다보면 어느새 노란 원피스, 주문 완료.

설은 다이어트처럼 쓰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니는 내 주변에서 제일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야. 제일 게으른데 되게 열심히 사는데 엄청 게을러’라고 하던 친구 초초의 문자가 떠올랐다.

소설 쓰는 덴 게으르지만 소설을 쓰지 않고 있는 나를 책망하는 덴 열심이지!

나만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나만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그래서 나만 외로운 거 아니지?

리의 삶엔 익살이 필요하다. 우리는 가끔, 삶을 좀 우습게 볼 필요가 있다.


글 고연주 그림 민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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