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주의! 시 쓰는 사랑스런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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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웠다 따뜻하고, 상냥했다 토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나고, 잠자고, 잠자고, 잠자고......
멀쩡하게 떠놓은 물을 놔두고 수도꼭지를 할짝거리지를 않나, 고고한 조각상 같다가도 갑자기 쩍벌묘가 되어버리는 고양이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 한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알 수 없어 사랑스럽고, 알 것 같을 때면 더 사랑스러운 우리 집 고양이가 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시'를 소개합니다.
뚱냥이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골격이 큰 거지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품종이 원래 큰 거지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그냥 털이 풍성한 거지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근육이 많은 거지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겨울이라 몸이 좀 커졌을 뿐이야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그저 착시 현상일 뿐이야
네가 허리를 삔 건 절대로 내 탓이 아니래도
하지만 다음번에 날 안아 올릴 때는,
무릎도 함께 쓰도록 해
닫힌 문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내줘 들여보―
어, 음, 안녕?
꼭 대답을 바란 건 아닌데
꼭 들어가려던 건 아니야
이 방이 이렇게 재미없을 줄은 몰랐네
음, 어, 그럼, 안녕
그러니까 네가
그 몹쓸 물건을 내 목에 두르지 마
나를 현관문 밖으로 데려가지 마
공원에서 내 자랑 좀 하지 마
상점마다 나를 데리고 들어가지 좀 마
사람들이 멈춰서서 나를 쳐다본다고 흐뭇해하지 마
밖에 앉아서 전화로 수다 떨지 마
나를 데리고 동네방네 돌아다니지 좀 마
그러니까 네가 아직 애인이 없는 거야
어떻게 네가
이게 대체 무슨 짓―
어떻게 날 이렇게 대우할 수 있―
감히 그걸 켜기만 해보―
맙소사 이런 고문을 나에게―
에취! 에취! 눈에 들어가잖―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
나를 거기다 넣기만 해보―
널 죽여버리고 말 테―
네 눈을 할퀴어버리고 말겠―
자꾸 날 방해하지 말란 말―
이 악몽이 대체 언제 끝나는 거―
오, 이제 끝났군
치킨 앤 라이스
첫날엔 치킨 앤 라이스
둘째 날에도 치킨 앤 라이스
셋째 날에도 치킨 앤 라이스
넷째 날에도 치킨 앤 라이스
다섯째 날에도 치킨 앤 라이스
여섯째 날에도 치킨 앤 라이스
오늘은 양고기와 라이스
치킨이 없다니 오늘은 하늘이 무너지는 날
조그만 상자
조그만 상자
숨바꼭질 놀이
조그만 상자
안에 들어가면 꼭 끼어
조그만 상자
참 아늑해
조그만 상자
발이 귀에 닿는군
조그만 상자
끼었어
끼었어
끼어버렸어!!!
조그만 상자
좀 도와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