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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코 2017년 최고의 드라마였다!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인터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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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이 뜨거웠다.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비밀의 숲>(연출 안길호, 각본 이수연)은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중략)


 “하다 보니까, 되니까 그러는 거예요.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주면 바꿀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영웅들이 여기 등장했다. 


오래도록 기억될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소개한다. 


아래의 인터뷰는 미스터리 매거진 

<미스테리아>14호에서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는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언 / 임지호 


Q. 부장검사 스폰서 사건에서 <비밀의 숲> 모티브를 따 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아마 2010년 <PD수첩>에서 방영되어 큰 관심을 모았던 부산지검 사건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만. 사실 이제 검경 비리라든가 정치권과 재벌의 비리 등은 너무나 ‘흔해서’ 사람들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지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 부장검사 스폰서 사건에서 드라마의 모티브를 따 왔다기보다는, 검찰 스폰서에 대해 다루자 라고 먼저 결정한 후 관련 사건을 찾아보니 가장 대표적인 부산 지역 스폰서 사건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부산지검 얘길 모르고도 검사 스폰서 사건을 생각해냈어’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7년 전 사건까지 굳이 거슬러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진경준, 김형준 같은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때이니까요. 


Q. 검경을 막론하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엔딩 신에서 특검을 다시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 시목이 남아 있는 업무에 열중하며 끝나는 모습이, 왜 우리가 픽션 속 인물이나마 황시목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고 열광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밀의 숲> 속 ‘일하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작가님이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었을지 궁금합니다. 

A. 정말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면 연출과 미술품, 소품팀의 공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공간 자체가 진짜 검사 사무실과 비슷했다는 평이 많았으니까요. 그 안에서 일하는 배우분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3부장검사나 강력팀장님, 장 형사님 같은 분들은 실제 직업인을 캐스팅한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엔딩 같은 경우, 특검 소식을 듣고도 시목이 하던 일에 집중한다는 것을 더 확실히 나타내기 위해 다른 서류를 꺼내 원래 보던 것과 비교하는 장면으로 끝을 냈습니다. 보던 서류를 그냥 계속 보는 것만으로는 혹시나 덜 명확할까 봐요. 주변에서 그를 어떻게 흔들든 —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 흔드는 손에 상관없이 묵묵히, 끈덕지게 일하는 캐릭터로 황시목이 기억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묘사를 위해 특별히 중점을 둔 것이 있다기보다는, 이 드라마는 연애도 없고 집에서 평범하게 식구들과 둘러앉아 밥 먹는 장면도 없는데 살인 사건마저 벌어졌으니, 범인 색출이란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극의 진행이 곧 업무 수행과 등가의 문제였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내내 일(만)하는 드라마가 됐나 봅니다.

Q. 등장인물 모두가 대단히 똑똑합니다. 검사나 경찰이면 당연히 똑똑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매체들에서 관습적으로 다뤄지는 검사/경찰들은 그중의 한두 명 정도를 제외한다면 개그 담당/허당 담당/탐욕스러운 바보 담당 정도로 카테고리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밀의 숲> 속 인물들은 모두 두뇌 회전이 빠르고, 서로에게 ‘설명’을 부연하는 게 아니라 A라고 던지면 B라고 탁 받아치는 인물들입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뭔가를 감추거나 속이면서 두뇌 게임을 벌이는 모습이 주는 쾌감이 대단했습니다. 작가님이 선호하는 인물들이, 그리고 앞으로도 쓰게 되실 인물들이 대개 이런 유형이 될지 궁금했습니다. 

A. 성향이란 건 어쩔 수 없어서 앞으로도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A라고 던지면 B라고 받아쳐서 쾌감을 드리려 했다기보다는, A를 얘기했는데 거기서 아주 조금 나간 A-1을 또 말하면 시청자께서 지루해하실 거라 지레짐작했습니다.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을 간과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Q. 일본에서 말하는 ‘본격 미스터리’, 즉 사건 해결을 위한 단서들을 독자(시청자)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진상에 다다르게 만드는 식의 구성은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인물들의 감정적인 동인을 배제하고 이렇게 ‘건조한’ 형태의 논리성만으로 시나리오를 보게 되어 미스터리 팬으로서 감격했습니다. 장르로서의 ‘본격 미스터리’라는 점을 의식하고 집필한 것인지요. 

A. (감격하셨다고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부지불식간에 이런 사고방식이 배어 있었나 봅니다. 의식했다기보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구성이 돼버렸습니다. 건조하게 돼버린 건 개인적인 성향 탓입니다. 가능하다면 좀더 윤기 있는, 촉촉한 드라마를 쓰고 싶습니다. 

Q. 드라마 초반, 황시목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다가옵니다. 시작하자마자 그의 수술에 대한 정보가 주어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강진섭의 뜨거움과 대비되는 황시목의 차가움은 그가 과연 뛰어난 검사인지, 정의 실현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가 3, 4화쯤 진행되면서부터 시목에게 정말 믿음을 가지고 그에게 이입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목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요. 

A. 전에 읽은 어느 소설가분의 인터뷰가 문득 떠오릅니다. 소설을 쓸 땐 여주인공이 이상한 여자로 보이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 이게 영화화될 땐 주연 배우가 눈웃음 한 번 치니까 한 방에 해결되더라……. 드라마 초반에 황시목의 차가운 면모 때문에 판단이 좀 어려웠다면, 그렇게 본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등장 몇 분 만에 파악되는 캐릭터, 시작하자마자 사명감에 넘치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지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죄송하게도 드라마가 불친절해졌을 수도 있지만, 황시목이나 이창준이나 서동재, 영은수 모두 알고 보니 다층 구조인 인물로 보이길 바랐습니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 말해 흡입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제 몫의 고민을 했습니다만, 이걸 한 방에 해결한 게 황시목을 연기한 조승우 배우의 연기력과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리를 전문으로 하는 본 매체의 특성상 배우 얘기보다는 작법에 대한 답변을 드려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전 조승우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3, 4회가 아니라 회차가 더 넘어가도 이런 연기가 아니면 황시목이란 캐릭터는 겉돌 수 있었겠구나, 란 감상이 들었습니다. 위에 적은 소설가의 인터뷰를 떠올린 것은 그 때문입니다. 

Q. 영은수는 어떨까요. 많은 이들이 영은수를 ‘민폐 캐릭터’로 여긴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린 젊은이, 부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복수를 다짐하는 젊은이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유별난 캐릭터가 아닙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 맡았던 그런 캐릭터를, 여기서 젊은 여성이 맡자 ‘비호감’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은수의 집요함과 약간 ‘제정신이 아닌’ 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3화의 엔딩신, 박무성을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 영은수임이 밝혀지는 그 순간이 <비밀의 숲>의 초반의 ‘불붙는’ 포인트였습니다. 이 인물을 구축할 때 작가님의 의도는 어땠을까요.

A. 영은수는 남자가 맡았을 법한 캐릭터란 글을 저도 어디선가 읽었는데 어? 왜? 하는 느낌 정도였습니다. 이걸 여자한테 맡기자, 지금까지 없던 여성 캐릭터를 만들자는 자각하에 일부러 성별을 바꾼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영은수(女)는 영은수(女)였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은 아예 상상이 안 갑니다. 질문한 대로 저한텐 은수가 민폐도 아니요, ‘돌아이’도 아니었습니다. 은수는 지금 심정에 무슨 짓이든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 캐릭터를 쓴 제 입장이고 만약 은수를 진짜 ‘돌아이’로 봐주신 분이 계시다면 남자가 그 역할을 했어도 역시 ‘돌아이’로 보시지 않았을까요? 

Q. <비밀의 숲> 4화 28분부터 36분까지의 장면, 시목의 방에서 여진과 시목이 마주보고 앉아 추리하는 장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후로도 둘 혹은 세 명 정도의 인물들이 서로의 정보를 나누며 토론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런 긴 대화 신이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데, 그래서 아주 대담한 시도라고도 생각했고요. 이런 대화 장면을 쓸 때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A. 여진과 시목의 대화 장면은 대부분, 이미 보여준 전개 과정을 재정리하는 대사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보여줘서 다 알고 있는 걸 왜 또 지루하게 반복해, 라는 느낌이 안 들도록 만드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우였다는 걸 여진과 시목 장면을 모니터링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일단 쓰는 제 입장에선 이미 앞에서 다 보여준 것이었지만 드라마를 한 번 쓱 보는 분들껜 아직 완벽히 이해된 사건이 아니었더라고요. 무엇보다 여진과 시목을 연기한 두 배우의 합이 워낙 뛰어나서 전혀 지루함이라곤 없었습니다. 


한 얘기를 또 한 게 될까 봐 대사를 줄이기도 했는데 두 분 연기를 보니 더 길게 써도 좋았을 법했습니다. 세 명의 인물 신으로 대표적인 건 3부장검사와 동재, 시목이 3부장실에서 모인 장면인데요, 특히 그전에 나오지 않았던 박무성과 한조그룹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신이라 대사를 입에 붙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듣는 귀에도 리드미컬하게 들릴 테니까요. 모르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낯설고 딱딱하게 들리느냐, 옆에서 누가 진짜로 얘기하는 걸 응응 하면서 듣는 기분이냐는 천지차이겠지요. 이걸 3부장 역의 박성근 배우께서 찰떡같이 해주셨습니다. 서동재 역의 이준혁 배우께서도 나는 이만큼이나 알고 있지롱, 하는 분위기를 기막히게 전달해주셨고, 조승우 배우분의 연기야 이미 일정 경지를 넘어섰지요.

Q. 작가님께서 대본을 쓰시면서 상상했던 모습과 영상 버전에서의 모습이 가장 크게 달라졌던 캐릭터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A. 한여진과 서동재, 영은수입니다. 전 한여진이 그렇게까지 예쁠 줄은 몰랐고 서동재는 후반부로 가면서 귀여워질 거란 건 예상했지만 그렇게까지 정이 붙을 줄은 몰랐으며 영은수가 ‘영또’로 불릴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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