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독살하려는 여성이 있다.

조회수 2017. 6. 12.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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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재해석안 영미 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 <넛셸>
시동생과 모의해 남편을 독살하려는 여성이 있다. 이들의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엿들으며 번민하는 이는 다름 아닌, 여성의 자궁 속 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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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며 시를 쓰는 남편 존과 별거 중인 20대 여성 트루디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시동생 클로드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존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 트루디의 사랑을 다시 얻고 싶어하지만, 트루디는 클로드와 함께 존을 독살해 자살로 위장하고 저택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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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디와 클로드가 침대 위에서, 식당에서, 차 안에서 나누는 모든 비밀스러운 대화를 태아는 전부 듣고 있다. 태아는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트루디의 몸 안에 갇혀 있지만, 국제정세와 고전문학에 해박하다. 트루디가 틀어놓는 라디오와 팟캐스트 강의, 자기계발 오디오북의 내용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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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이 위험에서 아버지를 구하고 두 사람을 단죄하고 싶지만, 자신에게 허락된 행동은 발뒤꿈치로 자궁벽을 차는 것뿐이다. 그는 자신의 무능과 운명의 가혹함에 대해 번민한다. 

“두통은, 마음의 고통은 무엇을 위함인가? 나는 무엇에 대한 경고를, 무엇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는가? 근친상간을 저지른 네 삼촌과 어머니가 아버지를 독살하지 못하게 하라. 거꾸로 뒤집힌 채 빈둥거리며 소중한 나날을 허비하지 마라. 태어나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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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비극으로 꼽히는 <햄릿>을 매큐언식으로 해석한 오마주다. 덴마크의 햄릿 왕이 급서한 뒤,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올라 왕비 거트루드와 재혼한 데 대해 작은 아버지 클로디어스가 아버지를 독살한 것이라는 의심을 품는 햄릿 왕자가 모티브다.


“아아, 나는 호두 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_<햄릿>, 2막 2장

_경향신문 기사 중에서

이동진, 김중혁 작가가 강력 추천한 작품 <속죄> 저자 이언 매큐언의 최신작 <넛셸> 


이언 매큐언은 전매특허인 우아한 문체로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도덕성과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시니컬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매일경제] 21세기 시각으로 재해석한 '햄릿'
[국민일보] 태아의 고뇌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이 소설의 설정은 정말 과감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아이가 주인공이며 화자다. 이 아이를 임신한 어머니는 자신의 시동생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은밀한 불륜을 지속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그들의 남편이자 형을 독살한 뒤 그가 처분하지 않고 묵혀둔 저택을 차지하고자 한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둘만의 계획이지만 뱃속의 아이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일들의 전말을 홀로 읊조리는 아이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존재론적인 문제에 휩싸였음을 토로한다. 


_최원호 알라딘 문학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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