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맞는 안경을 디자인 하는곳

조회수 2020. 1. 2.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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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3D 아이웨어 브리즘

안경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한다. 우리는 르코르뷔지에의 안경, 디터 람스의 안경, 발터 그로피우스의 안경을 알고 있다. 안경만 봐도 그들의 얼굴은 물론 일생일대에 걸쳐 구현하려 했던 건축 철학이 떠오른다. 가장 그 사람다운 이미지를 완성하는 신체의 일부로 기능하는 안경. 우리도 이와 같은 궁극의 안경을 만날 수 있을까.

디자이너 조규형과 협업한 브리즘의 컬래버레이션 라인. 기하학 문양을 활용한 프레임이 인상적이다

3D 맞춤 아이웨어 전문 기업 브리즘Breezm(공동 대표 성우석·박형진)은 최신 기술력과 동시대 크리에이티브를 접목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안경이 저시력자의 보조물이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 통용되면서, 아이웨어 관련 산업은 현재 국내 규모만 2조 1000억 원, 세계적으로는 100조 원대로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산업 규모에 비해 제조 방식이나 디자인, 유통에서의 혁신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이나 화려한 브랜딩을 가미한 안경은 유행 타는 패션 액세서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브리즘은 나에게 맞는 안경을 찾아주는 대신 나에게 안경을 맞추는 혁신적인 방법에 주목했다. 개성 넘치는 40여 가지 디자인에, 각 디자인에 따라 XS부터 L까지 5개의 사이즈를 갖추고, 이를 15개의 컬러로 제시해 하나의 상품군을 구성한다. 여기에 얼굴 3D 스캔을 더해 미세한 특징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까지를 20만 원대 초반이라는 가격에 제시한다.

브리즘이 말하고자 하는 건 ‘안경의 인체 공학적 커스터마이징’이다. 이는 그간 안경 전문 매장을 서성이며 안경사의 추천에 따라 몇가지 모델을 써본 뒤 코 받침 각도나 안경다리 길이를 조정했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우리 얼굴은 미세하게 좌우가 비대칭이고 개인별로 귀의 위치나 광대뼈의 높이도 모두 다르기에 더욱 미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브리즘이 국내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3D 스캔봇을 공동 개발한 이유다.

브리즘 안경 제작 과정 중 일부.
얼굴을 19가지 지표로 분석하고 최적의 스타일과 사이즈를 추천하는 페이스룰러.

지난 12월 4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 C홀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 스캔봇은 오차 범위 0.1mm 내외의 정밀함으로 얼굴의 좌우 대칭, 렌즈의 경사각, 코의 너비와 높이 등 안경 디자인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3D로 추출해낸다. 개인의 얼굴 스캔 데이터에 기반해 안경을 제작하기 때문에 ‘아시안 핏’ 등으로 뭉뚱그릴 일 없이 내 얼굴에 꼭 맞는 ‘인텔리전트 핏’을 경험할 수 있다. 예술 작품 같은 디자인 또한 3D 모델링과 3D 스캐닝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안경의 프레임 소재는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고품질의 폴리아미드polyamide를 사용해 7g이라는 초경량을 달성했다. 귀에 걸리는 안경 템플 또한 금속 중 최상의 소재로 알려진 베타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튼튼하고 복원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제작함으로써 ‘대량 생산, 대량 폐기’로 이어지는 환경오염을 애초에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적 면모는 덤이다.

출처: 디자인하우스
2019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브리즘 부스 모습
출처: 디자인하우스
2019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한 브리즘 부스 모습
브리즘은 디자인과 예술, 건축 분야의 전문가와도 협업해 브리즘만의 독특한 제품을 개발한다.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설계자이기도 한 건축가 문훈, 만화 <식객>의 허영만 작가, 패션 브랜드 더센토르The Centaur 디자이너 예란지와 협업해 선보인 스페셜 에디션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의 개성을 기술력에 고스란히 얹어 탄생한 제품이다. 장기적으로 브리즘은 스스로 디자인한 아이웨어를 만들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디자인·생산 플랫폼을 지향한다. 신규 모델 개발비 100만 원을 부담하면, 브리즘의 디자이너와 생산 담당자가 함께 팀을 이루어 디자인을 상품화한다. 이후 이제품을 브리즘 매장에서 판매하고 매출의 10%를 크리에이터에게 돌려준다. 생산의 낙후성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았던 아이웨어 산업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브리즘을 만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체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안경을 증강현실로 써볼 수도 있으며 물리적인 공간의 접점도 늘려가는 중이다. 2018년 12월 역삼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여의도 2호점을 열며 디자이너 조규형과 협업한 공간을 선보였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멀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에는 거대한 유리 캡슐 속에 유연하게 움직이는 3D 스캔봇을 배치해 신기하고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공간뿐 아니라 조규형 특유의 단순한 기하학 문양을 활용한 아이웨어 컬래버레이션 라인도 만나볼수 있다. 안경은 더 이상 소비적인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21세기형 안경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최신 기술이자 부드러운 영감, 나를 가장 잘 아는 집약적 아이덴티티로 변모 중이다.
조규형이 공간 디자인을 맡은 브리즘 여의도점.
고객의 얼굴 형태 및 사이즈에 최적화하여 맞춤 제작하는 브리즘의 주력 제품 01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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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reezm.com/

글 김은아 프리랜스 기자 

담당 오상희 기자

온라인 업로드 김진형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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