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곳

조회수 2019. 9. 30. 1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위메이드 CI & 인피니티 산스

기업 전용 글꼴 개발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오늘날, 기업의 정체성과 철학을 정교하게 담아낸 디자인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며 눈길을 끌었다. 글꼴 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자인 스펙트럼을 만들어가는 윤디자인그룹이 게임 개발및 서비스 전문 기업 위메이드를 위해 디자인한 CI와 전용 글꼴 ‘인피니티 산스’가 그 주인공.

위메이드 전용 글꼴 ‘인피니티 산스’를 적용한 그래픽 결과물. 글꼴은 로고에 사용한 컨덴스드와 볼드, 레귤러 3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작품은 201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위너를 수상했다. 위메이드의 CI는 별도의 심벌 없이 인피니티 산스 폰트로 이뤄진 워드마크 형태다. 그야말로 브랜딩을 강화하는 글꼴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셈. 인피니티 산스의 특징은 다양한 요소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황금 비율(1:1.618) 그리드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다는 데에 있다. 최치영 윤디자인그룹 디자인 디렉터는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낸다’는 위메이드의 정체성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이언트 미팅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위메이드를 게임 회사로 불렀다. 하지만 미팅 이후 이 회사가 단순히 게임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지식재산권, 투자)으로 조직이 확장되어 있었고 독립된 성격을 띤 다양한 스튜디오(계열사)로 분리되어 있었으며각 스튜디오는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따라서 디자인의 출발점은 회사의 특정한 인상이 아닌 각 계열사 및 브랜드 간의 관계에서 찾아야 했다.

이때 윤디자인그룹이 떠올린 것이 바로 황금 비율이었다. 위메이드가 지닌 무한한 확장성과 가능성을 이미지화하는 데 황금 비율이야말로 적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윤디자인그룹은 이 비율을 적용해 이른바 ‘위메이드 그리드’라고 부르는 그리드 시스템을 설계했고 이를 다채롭게 변주해가며 글꼴을 다듬어나갔다. 이렇게 완성한 인피니티 산스는 U 2개를 겹쳐놓은 듯한 더블유(UU) 구조를 키 비주얼 삼아 W와 M에서 독창적인 정체성을 드러낸다. 반면 다른 글자의 경우 특별히 개성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과한 장식과 표현이 가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주력한 결과 판독성과 가독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위메이드 그리드는 다양하게 변주되어 문자를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그래픽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
섬세하게 조율한 균형 감각과 강력한 디자인 아이덴티티 덕분에 위메이드는 그룹사들과 통일성 있는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얀 치홀트는 디자인을 하는 것은 ‘가치와 의미를 불어넣고 의미를 드러내고 단순화하고 명확히 하고 꾸미고 권위를 부여하고 극적으로 만들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디자인그룹이 디자인한 위메이드 CI와 인피니티 산스야말로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위메이드 전용 글꼴 ‘인피니티 산스’를 적용한 그래픽 결과물. 글꼴은 로고에 사용한 컨덴스드와 볼드, 레귤러 3종으로 이뤄져 있다
위메이드의 무한한 상상력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그리드를 제안했다.
-최치영 윤디자인그룹 글자와브랜딩팀 디자인 디렉터-

-
이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글꼴 디자인 분야가 아닌 CI 부문에서 거둔 성과라는 데 의의가 있다. 윤디자인그룹 차원에서 보자면, 기업 아이덴티티부터 글꼴 디자인까지 CI 프로젝트의 A to Z를 통합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시장 조사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게임 회사 슬로건에 ‘즐거움’, ‘재미’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브랜딩은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남들이 모두 사용하는 공통의 명사를 사용하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반면 위메이드는 생각의 시작부터 달랐다. 지금도 위메이드 웹사이트의 회사 소개 페이지를 보면 ‘즐거움’이나 ‘재미’ 같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차별점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이곳이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위메이드의 무한한 상상력, 즉 무한대를 이미지화할 수 있는 뼈대를 제안해야 했고 그것을 충족해주는 개념이 황금 비율이라고 생각했다. 위메이드 로고는 다양한 맥락을 연결해주는 고리이며 전용 글꼴은 이를 확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