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위한 감각의 사원

조회수 2019. 10. 4. 17: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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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가로수길 스토어

이솝은 완벽한 피부나 젊음에 대한 약속 같은 것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제품의 효과를 집요하게 설명하는 대신 패키지와 매장을 통해 단순하고 솔직한 브랜드 철학과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더 많이 팔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 세운 기준을 지키는 자존심 있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준다.

출처: ⓒaesop
출처: ⓒaesop
MLKK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가로수길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제시한 이솝의 새로운 매장. 블랙 스틸과 함께 한국의 식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화강석을 싱크와 카운터에 사용해 다양한 재질감을 표현했다.

이솝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 는 이솝을 시작한 이유가 ‘철학자가 되기엔 인내심이 부족하고 건축가가 되기엔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창립자의 이런 독특한 면모는 이솝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드러난다. 때로는 독립 매거진 수준의 웹사이트를 통해 문학과 예술, 디자인에 대한 얘기도 건네는데, ‘지적이고 균형 잡힌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브랜드다. 그래서 이솝은 뷰티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매장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예민한 소비자는 이런 섬세함에 반응한다. 지난 8월 말신사동 가로수길에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은 이솝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공감각적 경험을 가장 최신 버전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 이솝 스토어의 건축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특유의 공간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온 리테일 건축 매니저 드니스 네리Denise Neri에게 이솝만의 특별한 브랜드 컬처와 건축, 디자인에 대해 들었다.

이솝의 존재감보다는 지역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드니스 네리 이솝 리테일 건축 매니저-
출처: ⓒaesop
드니스 네리
2013년 이솝에 합류한 이후 리테일 건축을 담당하는 매니저로 글로벌 건축 프로그램, 연구 조사, 신규 스토어 개점, 건축가와 디자이너 팀 관리 및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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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길거리에 있다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니 공기와 빛이 달라지면서 마치 고요한 사원에 들어온 것같았다. 이번 매장은 사운즈한남점을 디자인한 MLKK 스튜디오와 함께 진행했다. 어떤 점을 중시했나?

이번 매장을 함께 진행한 MLKK 스튜디오는 스토어가 위치한 가로수길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 화려하고 활기찬 가로수길에서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하늘, 햇살, 은행나무, 고요함 같은 요소에 주목했고 여기에서 받은 영감을 매장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솝에게 스토어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매장에서 여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 이솝의 존재감이 도드라지는 것을 원하기보다는 매장이 있는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원칙이기에, 지역성을 반영할 수 있는 요소를 디자인에 활용한다.

새롭게 문을 연 가로수길 매장은 기존 매장과 어떤 점이 다른가?

이솝 가로수길 스토어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매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4년 처음 문을 연뒤 새롭게 이전한 것 자체가 진화하고 발전해온 이솝 코리아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더 넓은 단독 매장에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공간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있게 되었다. 덕분에 기존 고객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히 하고, 지역 커뮤니티에도 잘 녹아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퍼포먼스, 독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aesop
이솝 가로수길 스토어 외관
출처: ⓒaesop
이솝 가로수길 스토어 내부

이솝이 신규 매장을 오픈할 때 건축가나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예를 들어 디모레스튜디오Dimore studio와 밀라노 매장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로마 매장을 디자인했다. 무조건 유명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솝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 같다.

그 장소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디모레스튜디오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성향은 매우 다르지만 각 도시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유명 건축가와 함께 진행한 곳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실력 있는 스튜디오와 일한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기가 결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신진 건축가의 작업이 이솝의 아이덴티티를 더 잘 표현한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건축가에게 의뢰해 도시마다 각기 다른 매장을 선보이지만 이솝만의 한결같은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제품 테스트를 위해 모든 매장에 설치한 싱크와 단순 명료한 제품 패키지가 이런 통일성에 한몫한다고 본다. 또한 느낌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솝의 공간 철학은 방문한 고객을 제대로 대접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감각적인 경험이 중요한데, 즐거움과 더불어 새로운 것을 찾는 행복을 주고 싶다. 이는 이솝이 성장할수록 더 발견하고 싶은 가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을 스토어에서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제공하고자 한다. 이솝 매장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와 독특한 건축 자재,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인터뷰를 담은 ‘택소노미 오브 디자인Taxonomy of Design’ 아카이브 사이트(taxonomyofdesign.com)를 비롯해 이솝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도 이에 해당한다.


이솝 가로수길 스토어

주소ㅣ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2길 37

오픈ㅣ매일 11:00~21:00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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