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만들고 서빙하는 핫스팟 가봤니?

조회수 2019. 9. 4.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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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공간의 미래, F&B 시장의 로봇 디자인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할 것 같던 로봇이 최근 몇 년 사이 라이프스타일 전방위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협동 로봇 같은 과업형 로봇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공항이나 병원 복도를 횡단하는 로봇의 모습 또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335억 달러(약 39조 원) 정도이고 해마다 25%씩 성장해 2023년에는 약 1300억 달러(15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F&B 시장에 로봇을 접목한 사례가 늘고 있어 흥미롭다. 물론 이전에도 달콤커피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로봇 바리스타를 전면에 내세우며 주목받았지만 최근 등장한 로봇 카페와 로봇 레스토랑은 한 단계 진화한 입체적인 전략과 사용자 경험 설계로 더욱 눈길을 끈다.

성수동 카페봇

시즌별로 테마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공간 연출 및 시그너처 음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픈과 함께 선보인 테마는 ‘핑크 라군’인데 멕시코 칸쿤 지역에 실재하는 핑크빛 호수를 대형 미디어월과 설치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카페봇의 디저트봇.

지난 8월 성수동에 문을 연 카페봇은 로봇 F&B 매장 중 가장 최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로봇 자동화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와 디지털 미디어 기술 기반의 콘텐츠 기업 디스트릭트홀딩스가 함께 선보인 이곳은 공장 지대 특유의 거친 감성과 첨단 기술의 조화가 돋보인다. 660㎡ 규모의 넓은 공간에 총 4대의 로봇을 배치했는데 덴마크의 로봇 제조 기업 유니버설로봇의 기종을 사용했고 컨베이어 벨트를 비롯한 시스템 설계는 티로보틱스가 맡았다. 미디어 아트에 활용한 크리처봇을 제외한 드립봇, 디저트봇, 드링크봇은 각각 커피와 디저트 케이크, 칵테일 등을 만드는데 이처럼 로봇이 인간 바리스타와 함께 일하게 된 배경에는 협동 로봇의 대중화 덕이 크다. 즉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디스트릭트홀딩스 이상진 이사는 “처음부터 F&B 공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로봇과 인간과의) 협업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찾던 중 카페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수동 카페봇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9길 8

배달의민족 메리고키친

배달의민족은 차근차근 단계별로 로봇을 비즈니스에 편입시키고 있는 케이스다. 2018년 천안의 한 푸드 코트에서 자율 주행 음식 배달 로봇 시제품 ‘딜리’를 선보인 이들은 지난 7월 이탈리아 퓨전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 그동안 연구, 개발해온 외식업의 미래 기술을 집결시켜 화제가 됐다. 매장에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2대의 로봇과 홀 서빙을 맡은 1대의 로봇이 있으며 스마트오더 기술을 활용해 결제와 주문, 서빙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메리고키친의 레일 로봇.
메리고키친 내부모습
메리고키친의 홀 서빙 로봇.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배달의민족 김병우 이사는 “메리고키친에는 배달의민족이 지향하는 미래 식당의 모습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앱을 통해 배달 생태계 구축에 주력했던 배달의민족이 이번에는 로봇이라는 ‘트로이 목마’를 앞세워 오프라인 공간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건국대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향후 실외용 배달 로봇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메리고키친은 배달의민족이 아닌 일반 외식업주가 운영을 맡고 있다. 메리고키친 권향진 대표는 ‘누구에게나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로봇 기술의 최대 장점’이라며 협업 배경을 밝혔다. 그는 또한 ‘지금은 로봇의 퍼포먼스에 더 시선을 빼앗기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로봇보다는 본질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는데 배달의민족과 메리고키친 모두 사람들이 생각보다 빨리 로봇에 적응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로봇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이지만, 반대로 보자면 로봇에 대한 흥미가 쉽게 사그라든다는 뜻도 된다.

메리고키친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51길 7

라운지엑스

기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브랜딩과 사용자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는 공간이 바로 라운지엑스다. 축산물 유통 전문 스타트업 육그램과 외식 기업 월향이 지난 6월 역삼동 N타워 지하 2층에 선보인 레귤러식스는 AI,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푸드 테크를 지향한다. 이 중 라운지엑스는 로봇 기술을 접목한 카페로, 카페봇처럼 유니버설로봇의 협동 로봇을 바리스타로 활용하고 있다. 분쇄된 원두 위에 주전자로 물줄기를 내려 진짜 ‘드립’을 하는데, 세 가지 로봇 드립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준다. 


이는 드립 형태에 따라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저트와 빵을 무료로 나르는 서빙 로봇 ‘팡셔틀’을 배치한 점도 재미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공간이지만 주문은 키오스크 대신 사람이 받도록 했다. 주문은 기계를 통해 받고 음식은 사람이 만드는 패스트푸드 매장과 반대인 셈인데 이는 ‘접객’이라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라운지엑스
라운지엑스의 팡셔틀

라운지엑스 황성재 대표는 “경험을 증강시키는 기술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몇 년간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중국의 언택트 매장들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기술만 강조한 공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라운지엑스는 앞으로 드라이브 스루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인데 “사람을 기술로 대체할 때는 그로 인해 고객에게 충분한 혜택이 돌아가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라는 황성재 대표의 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로봇 기술이 B2B 시장을 넘어 B2C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실험이 앞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 최초로 로봇 종업원을 기용하며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던 일본의 헨나 호텔은 최근 운영 악화에 시달리며 로봇 직원 채용을 절반으로 줄였다. 유지 및 수리 비용이 인건비를 넘어섰기 때문. 숙박 시장에서 한 차례 한계에 부딪혔던 로봇이 F&B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될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라운지엑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29 강남N타워 지하2층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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