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디오

달콤하다. 부드럽다. 자연스럽다. 그리고 우아하다. 디지털 소스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플레이백 디자인스(Playback Designs)가 내놓은 아날로그 파워 앰프는 엄청난 규모로,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흥미롭게도 이 위압적인 초대형 앰프는 플레이백 디자인스다운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를 짙은 향으로 뿜어낸다. 마치 소출력 3극관 앰프들처럼, 깨끗하고 투명하며 대단히 유려한 매력적인 사운드가 이 거대한 앰프의 첫인상이다. 힘? 언급할 필요 없다. 크기와 규모에 걸맞게 당연히 압도적이다. 매지코의 M3, ATC의 SCM300 PSLT 같은 대형 스피커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굴리듯이 자유자재로 드라이브하면서도, 억센 저음이나 저음의 양감, 에지를 강조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대편성 관현악과 팀파니 연주에서 정말 물기, 찰기가 넘치는 팀파니 헤드의 가죽 질감과 타격의 탄력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저음을 쏟아낸다. 신기한 것은 그것이 힘자랑이 아니라 엄청난 음악적 쾌감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역시 몬스터급 위용은 폼으로 힘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음악으로 압도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SPA-8 파워 앰프의 사운드가 이럴 것이라는 것은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등장한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드림 시스템이나 훨씬 전의 창업 작품인 MPS-5에서 안드레아스 코치는 늘 진짜 아날로그 사운드 같은 디지털 재생음을 들려주었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SPA-8의 사운드는 반도체적이거나, 차갑거나 인위적으로 해상력을 높이거나 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마치 넬슨 패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초의 1W, 가장 깨끗하고 정확한 소출력이 음악성 높은 사운드를 구현해내고자 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3W의 싱글엔드 300B 진공관 앰프와 같은 미음을 위해 SPA-8에는 몬스터급 물량 투입과 엄청난 회로 설계가 투입되었다.

앰프 회로의 기본은 순수한 클래스A 회로이다. 입력 버퍼를 시작으로 전압 증폭에 이르는 앰프 회로는 모두 풀밸런스드 구조의 클래스A 회로로 동작한다. 최종 출력단인 전류 증폭 회로는 클래스AB 모드로 설계되어 거침없는 파워를 공급할 체력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채널당 8Ω 기준 800W, 4Ω 기준 1,600W의 압도적인 힘을 자랑한다. 또한 강력한 파워를 위한 전원부에는 채널마다 1,800VA급 초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1개씩 자리 잡고, 대략 300,000㎌의 메인 전원 커패시터 뱅크가 채널마다 분리 설계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SPA-8이 타 제품과 완전한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자체 개발한 바이어스 제너레이터와 서멀트랙킹 방식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로 설계한 출력단이다. 바이어스 제너레이터는 말 그대로 앰프 상황에 맞춰 바이어스 전류를 공급하고 제어하는 회로이다. 대개 순수 클래스A 회로들은 무조건 최대치의 바이어스 전류를 흘리는 것이 가장 좋은 음을 낸다고 한다. 마치 샤워를 할 때, 무조건 물을 최대치로 틀어 놓고 샤워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앰프에서 바이어스는 단순히 출력의 최대치만을 위해 전류를 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신호의 변화와 출력, 그리고 출력단 트랜지스터들의 동작 상태에 따라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발열 상태에 따라 트랜지스터의 동작 특성이 변하기 때문에, 최고의 사운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력, 발열, 전류를 모두 최적의 상태로 맞춰 앰프 회로를 동작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알고리듬을 구현한 회로가 SPA-8의 바이어스 제너레이터이며, 출력단에 서멀트랙킹 트랜지스터를 사용하여 출력과 발열, 동작 상태에 맞추어 최적의 바이어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4Ω에서 1,600W의 출력과 피크 전류 150A를 제공하면서도 마치 싱글 300B 같은 아름다운 사운드와 강력한 힘이 모두 가능한 것은 이러한 SPA-8만의 특별한 노하우 덕분이다. 

이를 위해 SPA-8에는 무려 4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동작한다. 모든 회로 부위의 동작 상태를 체크하고, 오동작을 막고 앰프 회로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정교한 소프트웨어로 구현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적 노이즈를 경멸하는 업체답게, 모든 프로세서들과 보호 회로들은 오디오 회로와 옵토커플러를 통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 전기적 센서의 신호들을 광학 신호의 형태로 제어하여 오디오 회로에는 아예 마이컴이나 부가 회로의 노이즈가 침범하지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심지어 전면의 디스플레이까지도 메인 프로세서의 클록에 맞춰 동작할 정도로 클록, 디지털 노이즈, 전기 노이즈가 최소화되고 격리·분리되는 설계를 취하고 있다. 고순도 오디오 재생을 위한 치밀한 설계인 셈이다.

이런 엄청난 설계 덕분에 ATC의 SCM300 PSLT나 매지코의 M3 같은 대형 하이엔드 스피커들도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완벽하게 제압하고 특유의 미음으로 아름다운 음악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넓고 투명한 사운드 스테이지 속에 다양한 악기들의 미려한 음색은 아날로그적인 디지털을 보여준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세계가 이제 초 하이엔드의 세계로 완전히 넘어선 것을 알리는 증거일 것이다. 엄청난 앰프의 등장이다!(성연진)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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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출력 800W(8Ω), 1600W(4Ω) 주파수 특성 10Hz-100kHz(0dB, -3dB) 아날로그 입력 XLR×1 S/N비 98dB THD 0.00054% 커패시터 294000㎌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1800VA×2 크기(WHD) 73×34×86cm 무게 1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