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진공관 인티앰프

조회수 2019. 12. 20. 11:5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TDL Acoustics TDL-M88

손목시계 한 개에 5억원, 3억원짜리가 국내에 수입되어 팔리고 있다. 왜 그렇게 비싼가 했더니 숫자판이나 버튼 등이 모두 천연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오디오 제품 중에서도 고가 제품이 있지만 불평할 일이 아니다. 취미의 세계에서는 가격을 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인데 시청기의 가격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아마 자작파라고 해도 이런 가격대에 이런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굉장한 하이엔드의 진공관 앰프로 생각했다가 혹시 중국 생산 제품 아닌가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이 시청기는 순수 국산 제품이다.

TDL이라고 하면 수입 제품의 명칭과도 비슷하지만, 국내 업체이며 몇 해 전 CD 플레이어 한 기종을 만들어 내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제 그 CD 플레이어의 뒤를 이어 품위 있고 아름다운 빈티지 디자인으로 진공관 인티앰프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의 탄생 비화는 상세히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장본인은 한 열렬 진공관 앰프 마니아이다. 오랫동안 여러 앰프를 섭렵해 오면서 수없이 내부를 뜯어보고 개조도 해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괜찮은 가격대로 훌륭한 앰프를 만들 수 없을까에 착안. 오랫동안 궁리를 거듭해 오다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엔지니어들의 실력은 세계적이지만 그것을 통합해서 완성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 한 사람의 천재적 엔지니어의 힘보다는 여러 장인들의 힘을 한 번 모아 보자가 그것이다.

그 노력으로 우드 케이스 제작을 비롯해 제품 기획 및 내부 설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장인들이 모아졌다. 그들이 토론을 벌이고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제공, 이를 종합해 제작에 돌입하면서 한 사람이 만든 제품으로는 이루기 쉽지 않은 완성도의 제품을 만들어 냈다. 이 검토 기간과 시제품 제작에만 3년이 걸렸다.


그만큼 특징이 많다. 그러나 무슨 신기술에 의한 신 설계 같은 것이 아니라 정통에 충실하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 진공관 앰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목재 케이스만 해도 전문가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요즈음 제품에서는 자취를 감춰버린 라우드니스(Loudness) 기능도 우선적으로 장착했다. 작은 소리로 음악을 들을 때 저역의 양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이 라우드니스 기능을 작동시켜 저음과 고음의 대역을 부스트할 수 있어 청감상 평탄하게 들리도록 특성을 보정할 수 있다. 꺼져 있을 땐 다이렉트(Direct)로 순 A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출력관으로 KT88(KT90, 6550) 4개가 사용된 정통 구성이지만, 독특한 것은 출력관을 EL34로도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변환 스위치가 있고 앰프를 끈 상태에서 커버를 탈착하고 진공관을 바꿔 꽂기만 하면 된다. KT88로는 순 A급으로 8Ω에 25W의 출력을 낸다.

전면에 출력관을 노출하는 대신 채널별 레벨 미터를 설치, 보는 맛을 배가시켰다. 이런 미터는 출력 이상을 감시하는 효과 외에도 음악이 주는 감성을 자극시키는 정서가 있어서 장점이 크다.


사용 부품도 가격대를 넘는 최고급을 배치했다. 출력 트랜스도 자동 권선기를 사용하는 대신 장인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다. 전원 트랜스는 대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이며, 출력 트랜스는 EI형이라는 원칙을 지켰다.

또 정류관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정류관보다 수명이 월등하게 길고 정밀한 다이오드를 사용해 정류 회로를 구성했으며, 전원을 켰을 때 서서히 전류를 증가시키는 소프트 스타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진공관 앰프의 태생적 한계점으로 자주 거론되는 내구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보강해 주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후면으로 가면 출력 임피던스가 8Ω과 4Ω으로 분리된 바인딩 포스트가 있고, 입력단은 3조의 RCA 아날로그 입력, 그리고 USB B 디지털 입력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USB B 디지털 입력은 XMOS 사의 칩셋과 버브라운 DAC를 활용한 것으로, 32비트/384kHz PCM 포맷에 대응한다. 묵직한 빈티지 분위기에서 이런 디지털 활용도는 고가의 수입 기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시청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모니터 오디오의 5G 골드 300 스피커와 울려 본다. 이 스피커는 3웨이의 대형기인데, 감도가 90dB. 평상시 항상 듣던 곡으로 울려 봤는데 어느 한 곡, 어느 부분에서도 약점을 잡기가 힘들다. 놀라운 완성도이다. 아늑하고 다정하면서도 섬세하기 짝이 없다. 온화하다는 것과 섬세하다는 점이 양립하기 쉽지 않은데 훌륭하게 그것을 성공시키고 있으며, 보컬이나 금관 밴드, 대편성 어느 곡에서도 이만하면 과찬 없이 A급 수준 아닌가 싶다(김남). 

문의 TDL-하츠필드 (010)6832-3083

가격 298만원

사용 진공관 6550(KT88)×4, 420A(5755)×1, 5814(12AU7)×2 실효 출력 25W(6550/KT88), 20W(EL34)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주파수 특성 10Hz-42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감도 290mV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0×19.7×38.5cm 무게 22kg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