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넘어서는 아날로그의 감성, 턴테이블

조회수 2018. 10. 5. 09: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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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아날로그 레코딩의 진실 속으로
Kronos Audio Sparta

디지털 기술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는 순간 아날로그 기술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은 얼마나 많은 기술적 성과를 얼마나 작은 칩셋에 집적화시키며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가에 관심이 있다. 아날로그는 반대로 집적화가 아니라 더욱 면밀하고 첨예한 물성 연구와 자연 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아날로그는 자연 법칙에 얼마나 영민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인간의 역사다.


마치 바우하우스 퍼니처나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본체 디자인은 오디오 이전에 조형물로서 가치가 빛났다. 기하학적 패턴의 베이스와 마치 고대 건축물의 기둥을 연상시키며 곧게 뻗은 원형 기둥은 때로 고딕적인 맛을 낸다. 소재와 역학, 그리고 수학까지 턴테이블은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 컴포넌트 중 가장 간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까다로운 물리학의 총체다. 크로노스 턴테이블을 보았을 때 들었던 상념은 마주칠 때마다 전혀 감쇄되지 않았고 오히려 증폭해 갔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이 빛나는 아날로그 턴테이블 스파르타는 루이스 데자르댕(Louis Desjardins)이라는 엔지니어의 창조물이다. 이런 디자인을 취하게 된 것은 단지 얄팍한 상술에 의한 외모 치장이 아니다. 혁신적 아날로그 턴테이블을 개발하기 위한 크로노스 오디오의 창조적 설계 철학의 발로다. 루이스 데자르댕은 대학에서 빛과 소리에 관한 파동 물리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그는 파동과 진동이 물질을 통과할 때 과연 그 물질을 통과하며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연구했다. 덕분에 그는 BMW, 도요타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 회사와 광학 관련 일을 진행해 왔다.


그의 개인적 관심사는 오로지 턴테이블로 향하기 시작했다. 결국 10여 년 전부터 턴테이블 설계를 시작하며 필생의 연구와 설계를 거듭했다. 아날로그 턴테이블의 역사는 CD 플레이어나 D/A 컨버터보다 훨씬 길고 깊어 여러 명기들이 명멸했으나 크로노스는 다시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턴테이블을 선보이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 스파르타는 그중 레퍼런스 모델이다. 크로노스 오디오의 최상위 턴테이블에 적용된 루이스의 독창적 설계 기법을 따르고 있으나, 단 몇 가지 설계에서 차등을 두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했다. 언감생심 바라만 볼 수밖에 없던 크로노스의 핵심 기술을 유지하되 진입 장벽을 낮춘 스파르타는 진정한 아날로그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스파르타 턴테이블은 크로노스 오디오의 핵심 기술을 망라하고 있다. 그 중심은 다름 아닌 ‘듀얼 역회전 플래터’다. 이것은 단지 두 개의 플래터를 동시에 회전시켜 회전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만 그 목적 있는 것이 아니다. 플래터의 회전은 플래터뿐만 아니라 플래터를 받치고 있는 하부 베이스와 상호 작용한다. 또한 모터의 회전 정밀도 및 진동과 상호 작용한다. 일방이 아니라 쌍방향이다. 이 때문에 극단의 정숙도와 정밀도를 추구하는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는 리지드 타입 베이스에 무거운 플래터, 저전압 저진동 모터를 사용한다. 그리고 플래터를 자기 부상시켜 접촉 저항 및 공진 전이 현상을 최소화시키고는 한다.


크로노스 오디오의 스파르타 턴테이블은 두 개의 플래터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Counter-Rotation)시켜 플래터로 인해 일어나는 비틀림 현상을 상쇄시키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작동시켜 보면 두 개의 플래터가 상·하에서 완벽히 동일한 속도로 동시에 극도로 정숙하게 회전하는 장관을 목도할 수 있다.


두 개의 플래터는 스위스 맥슨(Maxon)에서 만든 DC 모터 두 개에 의해 회전된다. 그리고 모터의 전원은 듀얼 채널로 설계한 퓨어 클래스A 방식의 리니어 전원부를 통해 DC 전원을 공급받는다. 33 1/3회전은 물론 45회전에 모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DC 전원을 CPU를 통해 실시간 감시·조정한다는 사실. 일반적인 턴테이블과는 과학적 이론 기반과 정밀도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파르타는 여타 크로노스의 턴테이블처럼 블랙 뷰티 등 순정 톤암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외에 그래험, 이케다 등 다양한 톤암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순정 오리지널 톤암 대신 이사무 이케다 장인이 만든 정밀 공학의 결정체 IT-345CR1 톤암을 사용했다. 카트리지는 직스(ZYX) 오디오의 얼티메이트 오메가 저출력 MC 카트리지로 장착, 크로노스 턴테이블의 성능을 극대화시켰다. 더불어 프리·파워 앰프, 포노 앰프 모두 퇴레스 오디오 제품을 사용했고, 스피커는 드보어 피델리티의 오랑우탄 0/96 스피커를 사용했다.


스파르타 턴테이블은 듀얼 역회전을 통한 진동 제어, 그리고 초정밀 스피드 등을 특징으로 한다. 덕분에 시간축 특성이 매우 정확해 음상은 매우 또렷하게 맺히며 함께 매칭한 스피커 등을 고려할 때 굉장히 뛰어난 정위감을 선보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케다 톤암과 직스 카트리지의 적용은 배음 표현에 많은 매력을 추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미조의 ‘개여울’에서 잔향은 깊고 풍부하다. 그녀의 보컬은 넓은 면적에 걸쳐 촛불처럼 일렁이며 음악적 풍미를 최고조로 상승시킨다.


턴테이블만 제외하면 테스트 시스템은 첨예한 해상도와 정교한 정위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하지만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의 해상도는 소름 돋을 만큼 굉장하다. 길 샤함과 외란 쇨셔의 <Paganini for Two>에서 시냇물처럼 찰랑거리는 기타, 물속을 쏜살같이 헤엄쳐 가는 송어처럼 공간을 휘감는 바이올린이 눈에 보일 듯 싱싱하다.


대편성 녹음 등 다중 악기가 등장해도 전혀 소란스러운 느낌 없이 매우 힘차고 입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 낸다. 예를 들어 <Espana> D2D 다이렉트 커팅 앨범의 비제 ‘카르멘’ 같은 경우 845 3극관과 드보어 피델리티 스피커로 이렇게 투명하고 다이내믹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휴 마세켈라의 ‘Stimela’를 듣기 전에도 혹시나 저역 지연이나 공진에 의한 저역 해상도 저하나 다이내믹스 축소 등을 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파르타 턴테이블은 활기찬 에너지를 쏟아내면서도 45rpm 음반에 기록된 음향적 특성을 낱낱이 파헤쳐 정확히 표출한다. 뿐만 아니라 소니 롤린스 ‘Way Out West’ 등 재즈에서 스파르타의 매력이 십분 빛났다.


이 가격대에서 스파르타보다 더 음악적으로 느껴지거나 뭔가 더 독특한 착색으로 유혹하는 턴테이블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싱싱하게 마스터 레코딩의 진실을 낱낱이 들려주는 턴테이블은 흔치 않다. 따라서 초반과 재발매반의 차이는 물론 재발매 중에서도 커팅 엔지니어의 실력까지 예리하게 비교해 준다. 스파르타를 가진다면 당신이 할 일은 최고 수준의 마스터 커팅 엔지니어가 만든 보석 같은 슈퍼 아날로그 LP의 진실 속으로 빠져드는 것뿐이다. 스파르타는 엄격한 과학 이론과 창조적 영감의 융합이 만들어 낸 예술품이다.


글 | 코난


수입원 씨웍스 (02)400-9988 

[Kronos Audio Sparta ]

가격 3,000만원(톤암, 카트리지 제외)

크기(WHD) 51×28×36cm

무게 3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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