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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하던 ‘그런 노인’은 없다”

노인이 되기엔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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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돌아보니 나는 요즘 시대에 완전히 뒤처져 있었다.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나도 끝났다. 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내 심장은 아직까지 움직이고, 낡아빠진 몸으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 사노 요코의 책 《사는 게 뭐라고》 중에서

60대에 들어서면 줄곧 혼란스럽다. 장년, 노년, 연장자, 시니어, 어르신, 노인, 실버, 어머님, 할머니…. 호칭도 가지가지다. 본인이 느끼는 자기정체성과 편안하게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60대는 노인도 아니라는 말과 이제 슬슬 인생을 정리해야 할 때라는 말을 같은 날 연달아 듣기도 한다. 때로는 한참 늙은 것 같다가도 기분이 좋을 때는 아직 젊다고 느낀다. 환갑 대신 칠순, 칠순 대신 팔순을 축하하는 일련의 변화 속에 있긴 해도 해마다 불편한 부분이 늘어나는 몸으로 노화를 실감하고 있다.

요즘 60대란?

정년을 몇 년 앞둔 친구는 아직 ‘선생님’으로 불리고, 남편이 교수인 친구는 ‘사모님’이란 말을 더 자주 듣는다. 그들도 몸 어딘가가 불편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노화가 확연하지만 이상하게 노인 같지는 않다. 그럼 나는 노인인가? 거울 앞에서 좀 억울해진다. 간혹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거나 듣지만,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감흥은 없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노인이다 | 아니다’를 구분하는 기준이 단순히 나이만은 아닐 것이다. 살수록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누구나 그 필연적인 과정을 시간과 함께 겪지만 누군가는 선생님, 누군가는 사모님, 누군가는 그냥 노인으로 늙어간다. 

이런 혼란 속에서 다가올 100세 시대가 두렵다. 70세 이후는 덤이려니 했는데, 살아온 시간보다 더 어렵고 막막한 시간이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느낌이다. 늙고 아플 때 쓰겠다고 모아둔 돈과 연금으로는 아무리 계산해도 100세는커녕 80세까지도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요즘 노후준비는 40대부터 해도 늦는다더니 영 잘못 산 것 같다. 그래도 결혼해 가정을 꾸린 아들에게 부담되지는 말아야지, 나중에 손녀 학원비라도 좀 보태줘야 할 텐데….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은 화부터 낸다. 괜한 호들갑이란다. 그런가 싶다가도 보통 여성 노인들이 남편 죽고 10년을 혼자 더 살아야 한다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요즘 60대에게 100세 시대는 앞으로 20~30년을 더 장년, 노년, 연장자, 시니어, 어르신, 노인, 실버, 어머님, 할머니 등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인생의 3분의 1을 노인으로 산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 아니, 그보다 노인이 맞긴 맞나?

앞으로 6년 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령화율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인구 비율 7%를 넘기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하기까지 17년이 걸렸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는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에서 24년 지나 1994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11년 만인 2005년에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일본의 고령화 속도 기록을 우리나라가 초고속으로 뛰어넘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 사회현상이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노인들을 위한 제도와 담론을 형성할 여유가 충분치 않고,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나 천천히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 속도에 밀려 외면당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보면, 이런 속도라면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 진입 8년 만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1,000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6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나이 듦이란?

우리는 단순히 ‘오래’ 사는 데에 만족할 수 없고,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고민할수록 오래, 잘살기가 점점 요원해지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동안 나이나 노화는 생의 자연스러운 단계와 현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꼭 극복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되었다. 노년과 노인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결핍, 상실, 무지, 가난, 죽음 등을 노인과 연결해놓고 그들 존재를 멀리 떨어뜨려놓고 싶어 한다. 노인 당사자들조차 자기와 다른 노인들을 그렇게 인식한다. 이처럼 나이와 노화, 노년과 노인을 둘러싼 암울하고 부정적인 시선은 그 생애 단계와 시간을 두렵고 피하고 싶은 무엇으로 만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겪게 될 노화나 노년에 대해 스스로 긍정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 시간과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나이≠숫자?!

2015년 UN의 ‘100세 시대 생애주기별 연령’에서는 17세까지 미성년, 18세에서 65세까지가 청년, 66세에서 79세까지 중년, 80세에서 99세까지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생애주기별 연령에 따르면 요즘 60대는 청년 또는 중년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국민연금법’에서는 60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일은 어떤 부분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국내 노동자의 평균 퇴직연령이 52.6세임을 감안하면 노인 기준 연령 또는 연금 수령 연령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고 암담해진다. 

게다가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기준 연령만 높여서는 산재된 노인 관련 문제들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필요한 것은 그동안 평면적인 나이나 고정된 이미지로 인식해온 노인을 잊고 새로운 노인을 상상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해온 바로 그 노인은 없다. 사실이 그렇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백가쟁명식 대책이 쏟아지지만 실효성은 의문. 사노 요코의 조언이 오히려 와 닿는다.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규열

참고도서 100세 수업 | EBS <100세 쇼크> 제작팀 | 윌북,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 마음산책

※ 머니플러스 2019년 05월호(www.fnkorea.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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