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로또' 희망인가, 허망인가?

조회수 2021. 3. 22. 09:4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로또(lotto)는 어느 나라 말이고 무슨 뜻일까? ‘로또’는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의미한다. 이 행운이라는 단어 앞에 붙일 가장 적절한 수식어를 찾는다면 단연 ‘돈벼락’이다.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행운이 바로 ‘돈벼락 행운’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복권인식 실태조사에서도 ‘복권’하면 떠오르는 연상은 ‘로또’, ‘대박’, ‘돈’이 1~3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로또’ 복권 판매량 역대 최대

코로나로 인한 불황 속에서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하루 평균 로또복권 판매액 잠정치가 130억원에 달했다. 일평균 판매량은 1,297만8,093장. 단순 계산하면 국민 4명 중 1명은 하루 한 장씩 로또를 산 셈이다. 일평균 판매액 증가율도 2018년 4.8%(109억원), 2019년 8.2%(118억원), 지난해에는 10.1%(130억원)로 가팔라졌다. 크리스마스가 있던 943회차(2020.12월 20~26일)는 복권이 한 주에만 약 1,001억원어치 팔려나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사행산업 매출액 22조6,507억원 가운데 복권 매출액은 4조7,933억원으로 23.9%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4조원대를 넘어섰다. 복권 종류별로는 온라인복권(로또복권) 4조3,181억원, 인쇄복권(즉석식) 3,103억원, 결합복권(추첨식) 1,029억원, 전자복권 619억원 순이며, 온라인복권(로또복권)이 복권 총 매출액의 90.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로또 1등을 부르는 숫자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로또 1등을 부르는 숫자가 존재한다는데 과연 어떤 것들일까? 복권수탁사업자인 복권통합포털 동행복권에 따르면 2002년 12월 7일 로또 1회차부터 2021년 1월 30일 948회차까지 당첨번호(보너스번호 포함)를 분석한 결과, 최다 당첨번호는 43번으로 무려 173회를 기록했다. 이어 27번(165회), 34번(163회), 17번(162회), 13번(161회), 1번(159회), 12번(158회) 등 순이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최상의 로또번호는 ‘1, 13, 17, 27, 34, 43+12’인 셈이다.

로또 앱 세상도 ‘천태만상’

한편, ‘로또’로 검색하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만 250여 개 쏟아진다. AI(인공지능)가 역대 당첨번호 데이터를 분석해준다거나 꿈에서 나온 단어들을 입력하면 이에 맞게 번호를 추출해준다는 로또 해몽 앱도 있다. 나와 내 주변 사람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 성향에 맞는 로또 번호를 추천하는 이색 앱까지 나왔다.

AI를 이용한다는 한 앱은 “AI로 역대 당첨번호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산출된 번호는 수치화된 AI 점수로 표시된다”고 홍보한다. 

역대 당첨번호 중 적게 나왔던 번호가 이번에는 뽑힐 확률이 높다는 전제다. 이 앱에선 당첨금을 입력하면 세금을 떼고 실수령액을 알려주는 당첨금 계산기부터 현재 위치 주변의 로또 명당, 역대 당첨번호 통계 등까지 제공한다.

“로또 1등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로또 1등 체험 앱도 있다. 원하는 회차와 함께 ‘1등’을 선택하니 “축하합니다! 총 20억2,538만4,341원 당첨”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가상으로 만들어진 당첨 화면이 뜬다. 인터넷에는 ‘로또 당첨 시 행동강령’도 떠돌아다닌다. 일확천금이라도 바라는 심정이 온라인세상에서도 천태만상으로 펼쳐진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로또 최고 돈벼락은 얼마?

매주 판매와 추첨을 실시하는 로또에는 6/45, 6/49, 6/52, 5/56+1/42 등의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45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2002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또복권 판매가 시작된 이래 2021년 1월까지 948회차가 치러졌다.

누적 1등 당첨금액은 25조8,916억원, 누적 1등 당첨자 수는 6,696명, 평균 1등 당첨금액은 38억6,672만원이다. 1등 당첨금액 중 최고금액은 407억2,296만원(19회차, 2003.4.12), 최저금액은 4억594만원(546회차, 2013.5.18)등 다채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1회 최다 1등 당첨자 수는 2013년 5월 18일 추첨한 546회차에서 30명이 배출됐다. 이때 최소 1등 당첨금액 기록도 작성됐다. 1등 당첨자가 1명을 기록한 것은 28회에 달했고, 아예 1등 당첨자가 없는 경우도 14회나 됐다.

1등이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은?

1회차(2002.12.7)부터 948회차(2021.1.30)까지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지역은 모두 5,342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312곳으로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서울 1,158곳(21.7%)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이 51.9%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과 수도권이 행운의 지역이라기보다는 로또 구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전국에 로또 판매소는 2019년 12월말 기준으로 모두 6,399개소가 있다. 장애인 및 취약계층 등 우선판매자가 3,025개소(47.3%)로 가장 많고, 개인점포가 2,842개소(44.4%), GS25·CU 편의점 및 씨스페이스 등 법인판매자 532개소(8.3%) 등이다.

구매비율, 자동 64% 수동 32% 반자동 4%

1등 당첨번호의 자동과 수동, 반자동의 로또복권 구매비율은 자동 64%, 수동 32%, 반자동 4%로 매 회차 비슷하다. 로또복권 구매 비율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반자동 로또번호 당첨자는 접하기 어렵다. 로또복권 판매점 관계자들은 “반자동은 대부분 사는 사람들만 산다”면서 1등 당첨 확률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로또 복권 당첨금은 지급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수령해야 한다. 지급기한이 지난 당첨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전액 복권기금으로 귀속되어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안정지원사업, 장학사업, 문화재 보호 사업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쓰인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815만분의 1 확률에 ‘내 인생을’

6개 번호가 모두 일치해야하는 로또 1등 당첨확률은 1/8,145,060으로, 대략 815만분의 1이라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그래도 높은 확률이다. 이는 시험에서 4지선다형 11문제와 5지선다형 10문제를 오로지 찍어서 전부 맞힐 확률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매주 꾸준히 당첨자가 나오고, 가끔은 10명이 넘는 당첨자가 나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당첨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되며, 당첨금이 5만원을 초과할 때부터 세금이 발생한다. 원천징수 세율은 당첨금이 3억원 이하일 경우 22%(지방세 포함), 3억원을 초과할 경우 33%의 세율이 적용된다. 당첨금으로 납부하는 세금은 분리과세 대상으로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다른 소득과 합산되지 않는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인생은 한방”… 당신의 생각은?

사람들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사는 이유는 뭘까. 바로 ‘통제의 환상’ 때문이다. 많은 도박은 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운마저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곧잘 빠져든다.

복권을 사서 매번 당첨되지 못하면 그다음에 사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하거나 로또를 ‘통계 과학’으로 보는 것 역시 도박사의 오류에서 기인한다.

로또 분석이나 로또에 대한 통계적 기법은 타당성이 있을까. 대부분의 수학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한다. “자주 나온 당첨 숫자가 또 나온다”거나 “안 나왔던 당첨 숫자가 이번엔 나온다”는 가능성 모두 도박사의 오류라는 것이다. 

로또에 담는 기대와 현실의 무게

로또는 인생 역전의 수단이다. 불확실한 미래와 갑갑한 현실에 대비하는 희망이자 일종의 ‘보험’이다. 자신도 언젠가는 1등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큰 기대를 안고 있다. 1등이 18명이나 나왔다는 서울의 한 복권방에는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20대 여성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온 중년, 허리가 구부정한 70대 노인까지 ‘로또 명당’으로 발걸음을 이끌게 한 삶의 기대와 현실의 무게는 다양하다.

“몰디브 가고 싶어요”,
“결혼 자금 마련하려구요”,
“빚 갚아야죠”,
“사업에 좀 보태려구요”….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행운을 좇아 적게는 하루 5000원씩, 많게는 10만원을 숫자 6개에 걸어본다. 오늘도 서민들은 구겨진 지폐를 꺼내 빳빳한 로또 한 장을 손에 쥔다.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에, 내일이면 달라질 지도 모를 인생역전(人生逆轉)을 기대하면서. 


이규열(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 머니플러스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재테크 전문지 머니플러스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