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첫사랑을 결코 잊지 못하는 이유

조회수 2020. 12. 21. 11:3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올해도 벌써 끝자락..

〈마이걸〉, 〈플립〉, 〈러브레터〉, 〈말할 수 없는 비밀〉, 〈건축학개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클래식〉, 〈4월 이야기〉, 〈원데이〉, 〈위대한 유산〉, 〈노트북〉, 〈베리 굿 걸〉, 〈너의 결혼식〉 등 제목만 들어도 두근두근! 설렘과 아련함을 간직한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첫사랑’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한 영화의 표제처럼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하면 저마다 아련하고 풋풋한 추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일까?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인생에는 처음 마주하는 일들이 많다. 첫 번째 차를 소유하거나 처음 술을 마시거나, 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날과 같은 것 말이다. 첫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일부이며, 상황에 따라 좋은 느낌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하는 한 가지는 첫사랑이다. 


사랑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첫사랑은 본질적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당신을 행동하게 한다. 그것은 이전에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감정을 가지게 하고, 경이감과 호기심, 흥분을 동반한다. 첫사랑이 지속되지 않을지라도, 평생 당신의 일부가 된다. 


첫사랑에는 우리가 느끼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뒤섞여 있다. 왜 사람들은 5년, 10년, 15년, 심지어 5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첫사랑을 그리워할까?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

흔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로 ‘짝사랑으로 끝나서’ 혹은 ‘서로 서투른 바람에 아쉽게 끝나서’ 등을 꼽는다. 다시 말해 끝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란 어떤 일을 끝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더 오래 기억되는 현상으로, ‘미완성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이가르닉 효과는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이 효과는 1927년 오스트리아 빈의 한 식당에서 시작됐다. 식당의 웨이터는 여러 손님의 주문을 받고 메모 없이 손님들에게 서빙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한 손님이 웨이터에게 각각의 테이블에 어떤 음식들을 서빙했는 지 질문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웨이터는 손님에게 받은 주문을 계산하기 전까지는 기억하지만, 계산이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정보를 기억하지 못했다. 질문을 한 손님은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으로 그녀는 웨이터의 그런 행동에 흥미를 느끼고 스승인 쿠르트 레빈(Kurt Lewin)과 함께 이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165명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 시 쓰기, 연산하기 등 10개가 넘는 과제를 부여했다. 두 그룹이 과제를 마치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첫 번째 그룹은 과제를 하는 동안 방해하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은 하고 있던 과제를 중단시키거나 다른 과제를 시키는 등 방해했다. 그리고 과제를 마친 뒤에 어떤 과제를 했는지 기억하게 했다. 놀랍게도 방해를 받았던 두 번째 그룹이 방해가 없던 첫 번째 그룹보다 2배 정도 더 기억했다. 이 연구는 자이가르닉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결국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첫사랑이 운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끝맺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옛 연인의 SNS를 염탐하거나 술 마신 뒤 옛 연인에게 연락하는 것 모두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이가르닉 효과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용어를 몰랐을 뿐 항상 자이가르닉 효과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예로 게임을 들 수 있다.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했을 때 ‘어떤 아이템을 쓰지?’, ‘다른 공략 방법은 없을까?’ 등 하루 종일 게임과 관련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잊고 싶어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클리어하게 되면 완성된 기억이기 때문에 해당 게임과 관련된 생각을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방송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절단 신공’이라는 말처럼 드라마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미완결된 드라마의 완결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주입해서 다음 회를 보게 만들고 또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다. 또한 가수들이 음반을 발매하기 전 티저 영상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도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평소에 친구와 대화를 할 때에도 우리는 종종 자이가르닉 효과를 느낀다. 대화 중 친구가 “나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까먹었어.”라는 말을 하게 되면 우리는 더욱 궁금해한다. 


이처럼 자이가르닉 효과는 미완의 기억은 오래 남기고, 완성된 기억은 쉽게 잊게 한다. 이로 인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대표적 사례다. 끔찍한 재난이나 범죄 피해 경험 등으로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을 겪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해당 사건이 끝나지 않아 그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심리상담사들이 “괜찮다”, “이제 다 끝났다” 등 조언을 하며 피해자들 스스로 내적으로 기억을 매듭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2020년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가급적 마무리를 짓자.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 일이 머리에 남아 다른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런데 만약 도중에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으로 이 일은 끝이다!’라고 선언하고 적절한 종결 의식을 행하자. 그래야 그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제 2021년 새로운 시작이다. 


이규열 기자(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 머니플러스 2020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재테크 전문지 머니플러스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