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AI 현주소] AI 음악·미술·문학 등 예술을 넘보다

조회수 2020. 9. 18. 15: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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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AI의 창작은 이미 시작됐다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 로봇이 빈 캔버스를 아름다운 걸작으로 바꿀 수 있냐고?”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아이, 로봇(I, Robot/2004)〉에서, 로봇을 혐오하는 형사 델 스푸너(Del Spooner, 윌 스미스 분)가 로봇 서니(Sonny)를 취조하며 퍼붓는 질문이다. 서니는 이 질문을 받고, 스푸너를 똑바로 바라보며 “당신은 할 수 있나요?”라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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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마지막 도전은 예술 분야가 될 것이라는 게 기술 및 인문학 전공자들의 일반적 예측이었다. 예술은 인간만 갖고 있다고 여겨지던 창의성의 대표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형적·반복적 업무의 경우 창의적 요소가 적거나 거의 없어, 그 작업 속성을 ‘기계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 예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전위적·도전적 예술가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사람 없이 기계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과 기술의 융합 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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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에서 연주까지, AI음악가들

세계 10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런던 교향악단은 2012년 7월 〈심연 속으로(Transits-Into an Abyss)〉라는 곡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아무도 그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바로 ‘이아무스(Iamus)’라는 AI 작곡 프로그램이 단 8분 만에 만든 곡이었다. 스페인 말라가대학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인 프란시스코 비코(Francisco Vico)의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AI 알고리즘이다.  


룩셈부르크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아이바 테크놀로지는 2016년 2월 작곡 AI ‘아이바(AIVA)’를 선보였다.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SACEM)가 인정한 최초의 가상 아티스트이다. 그해 11월에는 <창세기(Genesis)>란 제목의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이바가 작곡한 클래식 음악은 이미 영화·광고·게임음악 등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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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화가보다 더 비싼 AI그림

구글은 2016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매장에서 AI ‘딥드림(Deep Dream)’이 그린 그림 29점을 9만 7,000달러(약 1억 1,000만 원)에 팔았다. 딥드림은 구글이 내놓은, 인공신경망으로 이미지를 변형하는 공개 시각화 코드를 말한다.  


2018년 10월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이란 그림 한 점이 43만 2,500달러(한화 약 5억 원)에 팔렸다. 크리스티의 예상 낙찰가 1만 달러를 훌쩍 웃도는 거액이었다.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유명 작가의 그림보다 더 비쌌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바로 프랑스 파리 소재 예술공학단체 오비우스(Obvious)의 AI였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그려진 초상화가 경매에 나와 팔린 것은 크리스티 경매 역사 2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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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문학의 거대 아성에 도전하다

2018년 4월 국내 최대 통신사 KT는 총상금 1억 원의 ‘인공지능 소설 공모전’을 실시했다. 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 상금 3,000만 원은 <설명하려 하지 않겠어>라는 제목의 로맨스 소설을 제출한 스타트업 포자랩스, 우수상은 <로맨스 무협>을 발표한 개발3팀(서울대학교, 아주대학교 연합)과 <반항아>를 출품한 LSTM(한양대학교 연합)이 받았다. <로맨틱, 스펙타클!>을 발표한 퀸트랩과 <무표정한 사람들>을 출품한 안길승 씨는 기술지원금 500만 원 대상 팀으로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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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2014년 중국에서 공개한 AI 챗봇 ‘샤오이스(Xiaoice)’는 1920년 이후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100시간 동안 스스로 학습해 1만여 편의 시를 지었다. 이 중 작품성이 뛰어난 139편을 엄선해 2017년 5월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Sunshine Misses Windows)〉라는 시집까지 출간했다. AI 영화 시나리오 작가도 나왔다. 8분 분량의 SF영화 〈선스프링(Sunspring)〉이다. 로스 굿윈이 만든 AI ‘벤자민’이 대본을 썼다. 미국 MIT 미디어랩은 2017년 10월 할로윈 직전에 AI 호러 작가 ‘셸리(Shelley)’를 공개했다. 


음악·미술·문학 등 어떤 장르에서도 현대 작가는 이제 프로그래머로 변하고 있다. 독일의 디지털아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작가 플로리안 오트크라스(Florian Ortkrass)는 “기술은 예술을 위한 도구”라며 “AI 시대를 맞아 붓으로 그리는 것처럼 새로운 도구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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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예술의 정의(定義)가 바뀐다

생명과 지능의 정의가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예술이라고 영구불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다중우주(多重宇宙) 전공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MIT 교수는 저서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에서 생명의 정의 자체를 다시 내릴 것을 제안했다.  


 Life1.0 은 DNA를 통해 생물학적 복제만 가능한 생명체, 

                 (생물학적 단계, 박테리아)  

 Life2.0 은 문화와 같이 소프트웨어 설계와 복제가 가능한 생명체, 

                  (문화적 단계, 인간),  

 Life3.0 은 자유롭게 설계하고 복제하는 생명체(외계지능 포함) 

                  (기술적 단계, 초지능)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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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고등연구소(FIAS)의 인공신경망 대가인 크리스토프 폰 데어 말스버그 교수는 앞으로 35년 후면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기술의 장벽을 뚫는 데 5년, 나머지 수반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30년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AI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의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AI가 사람의 사악한 면모를 배우지 못하도록 가르치려는 국제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우려다.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10년 전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다. 기술 발전이 이끄는 미래는 이미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규열 기자(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 머니플러스 2020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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