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상황을 재배열하라

조회수 2020. 4. 1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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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성과를 높이는 법

많은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통과 맞서며 치열하게 산다. 살을 빼기 위해 삼시 세끼를 굶고,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새벽에 달리기 위해 졸린 눈을 부비며 억지로 일어난다. 사람들은 입술을 앙다문 채 반복적으로 ‘버티는 삶’을 택한다. 과연 이렇게 처절하고 힘겹게 사는 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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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앞둔 두 그룹의 대학생 무리가 있다. 한쪽 그룹은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과제 수행에 임했고, 다른 그룹은 본격적인 과제 수행 전에 주변 환경을 정리해 공부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한 뒤 시작했다. 일주일 뒤 두 그룹의 성적을 확인했더니 사전에 환경과 상황을 적절히 통제한 그룹이 의지력에만 의존한 그룹보다 훨씬 더 점수가 높았다. 단순히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다니고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한 게 전부인데, 오히려 공부를 덜 한 학생이 의지력을 발휘해 과제를 수행한 학생의 성적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실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적게 노력하고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 습관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찾아 제거한 뒤 애쓰거나 투쟁하지 않고 ‘그냥’ 공부를 이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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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에 집착하는 사람
vs. 환경에 집중하는 사람

평생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상황의 힘’을 연구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웬디 우드(Wendy Wood) 교수는 최근 저서 《해빗》(원제 : Good Habits, Bad Habits, 다산북스刊)에서 일상의 아주 작은 조건을 의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늘 최선을 다하며 살지만 금세 좌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유가 ‘목표’와 ‘동기’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이를 입증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침 달리기’라는 같은 과제를 부여한 뒤, 일주일에 3회 이상 주기적으로 달리기 습관을 형성한 사람들과 한 달에 단 한 번도 달리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를 분석해봤다. 앞의 그룹은 ‘운동장’이나 ‘공원’ 등 달리는 장소, 즉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한 번도 달리지 않은 사람들은 오직 ‘체중 감량’, ‘마라톤 참가’, ‘몸매 관리’ 등 자신이 달려야만 하는 이유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마치 밖에 나가 달리기 위해선 반드시 달리는 동기가 필요한 것처럼 목표와 보상에만 매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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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간 웬디 우드가 만난 ‘애쓰지 않고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동기·보상·결심·목표 등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좋은 습관’이 질주할 수 있는 토양을 반듯하게 닦아놓았다는 것이다. 일단 상황이 재배열되고 환경이 조성되면 의지력과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그들은 우아하고 멋지게 삶에 녹아들어 있었고, 마치 애초부터 유혹이나 충동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투쟁하지 않고 목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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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실패했다면
환경(상황)을 바꿔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음에도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자신의 부족한 능력과 약한 의지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자.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오랫동안 ‘목표 달성’과 ‘성취’에 대해 가르쳐온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Heidi Grant Halvorson) 박사는 최근 저서 《어떻게 최고의 나를 만들 것인가》(원제 : Succeed, 스몰빅라이프刊)에서 그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 말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진짜 원인은 능력이나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절한 목표가 무엇인지, 그 목표에 알맞은 환경(상황)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환경(상황)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다. 어마어마한 자제력과 의지력을 가진 듯한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그들 역시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규범적인’ 사람들은 영웅적 의지나 자제력이 없이도 삶을 더 낫게 설계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유혹적인 상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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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자제력을 지닌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자제력을 발휘할 필요를 최소화한 사람들이다. 자제력을 발휘할 일이 무척이나 적다면 자제하기도 쉽다. 그렇다. 인내, 열정, 의지는 성공의 근본적인 요소이지만 이런 자질들은 더 규율 잡힌 사람이 아니라 더 규율 잡힌 환경에서 더 잘 발휘된다.

습관은 버릴 수는 있지만 잊을 수는 없다. 습관이라는 정신적 홈이 뇌에 새겨지면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동안 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환경의 생산물일 뿐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 목표는 세웠는가? 무엇보다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부터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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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

※ 머니플러스 2020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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