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자녀교육비 지출코드

조회수 2019. 12. 23.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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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으면 충분한 걸까. 자녀교육도 남부럽지 않게 시키고, 여유로운 내 노후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자식 농사가 노후 준비로 직결되고 기대수명이 70세 정도였던 시대에는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던 이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우리는 자그마치 100세를 살게 된다. 이제 자녀 교육에 모든 자금을 넣었다가는 우리의 노후가 암울해진다.

램프의 요정은 이제 그만

강남에서 이름난 영어 유치원 강사인 40대 초반의 P씨. 절친과 한집에 살면서 나름 화려한 싱글 인생을 살고 있는 비혼주의자이다. 그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접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사교육의 최전선에서 만난 강남 학부모들을 보면서 ‘나는 도저히 저렇게는 못하겠다’란 생각이 그를 압도했기 때문. ‘저렇게’란 대한민국 상위 0.1% 가정의 자녀교육을 소재로 했던 드마라 <스카이캐슬> 내용과 같았다. 그는 실제와 드라마가 99% 일치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정과 어마어마한 자녀교육비 규모에 대해 피력했다. 평범한 서민은 꿈도 못 꿀 이야기를 말이다.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것. 부모로서 무조건 해주고 싶은 일이다. 문제는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은 유한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산다. 일반적으로 40대 중반이 지나면 자녀 교육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는데, 결혼 연령대가 높아진 요즘은 50대 중반이 넘어도 교육비 지출규모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35~38세에 결혼한 커플이라고 할 때 자녀가 대학생이 되는 시기에 부모의 나이는 이미 55세를 훌쩍 넘어선다. 물론 법정 정년이 60세이긴 하나 대부분 직장인의 체감 정년 나이는 50대 초반에 불과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 시기는 자녀 교육비 지출의 정점을 찍게 되는 나이인데, 일터에서는 우리의 생산성을 인정하지 않고 내보내기 바쁘다. 가까스로 교육비 지원은 가능하다고 쳐도 퇴직 후 약 40여년의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 준비 없는 인생의 끝이 얼마나 비참한지 가히 상상이 된다. 아무런 대책 없이 자녀 교육비를 대는 ‘램프의 요정’이 되었다가 오히려 자녀에게 ‘부모 봉양’이라는 엄청난 짐을 대물림해 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돈을 투자해 한국판 맹모삼천지교로 자녀 인생을 바꿔주는 것도 요즘 시대는 그다지 녹록지 않다.

1:1 포트폴리오 꼭 실천하기

그렇다면 자녀 교육비와 노후준비를 위한 자금은 과연 어떠한 비율로 해야 할까? 나에게 필요한 교육 및 은퇴자금을 추정하고 몇 %의 투자수익으로 얼마씩 준비해야 하는지 상세한 계산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때로는 단순한 솔루션이 우리를 결단하게 하기도 한다. 

1:1
자녀 1인당 사교육비 은퇴 자금 비율

NH투자증권은 노후 설계보고서를 통해 자녀 1인당 사교육비와 은퇴자금 비율은 일대일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제안이다. 물론 은퇴와 자녀 교육의 가치를 숫자로 잰다는 건 분명 어폐가 있지만, 자녀교육도 중요하고 동시에 내 노후도 중요하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이면 쉽게 수긍이 간다. 교육비와 은퇴자금 간의 관계 정리가 꽤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자녀교육비가 걱정되는 가정이라면, 일대일 포트폴리오가 균형 잡혀 있는지 확인해보자. 예를 들어 중 ·고등학생 자녀 2명을 두어 매달 교육비로 50만원을 쓴다면 은퇴 준비 자금도 최소한 월 50만원은 되어야 한다. 자녀가 유아 혹은 초등학생이라서 지출되는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적다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교육자금의 저축 규모와 은퇴자금을 비교해보자. 

그런데 만약, 교육비를 지출한 만큼의 액수를 은퇴자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같은 비율로 줄여가야 한다. 내 노후 준비를 위해 자녀 교육자금에 상한선을 둔다고 결코 나쁜 부모가 아님을 기억하자. 오히려 한계를 긋고 자녀 스스로 필요한 사교육을 결정하게 해 보자. 교육의 효과가 훨씬 더 상승한다.

사교육비는 당면한 과제이고 노후준비는 내일의 나를 위한 과제이다. 그렇기에 균형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중대 과제이다. 최소한의 포트폴리오는 지켜보자. 물론 돈 문제가 칼로 물을 베듯이 해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놓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교육비와 은퇴자금의 아름다운 균형

70대, 80대라고 해서 살 만큼 살았으니까
대충 살다 죽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한번 사는 건데.
- EBS <100세 쇼크> 프로그램 중 -

몇 달 전 EBS에서 방송했던 <100세 쇼크>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는 모두 분명 노인이 된다는 점, 그리고 우리는 아직 100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더더욱 불안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우아한 어르신으로 살아갈 것인지, 생계를 걱정하는 어르신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지금의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리 준비하면 된다! 그 시작을 자녀 교육비와 은퇴 준비금의 아름다운 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가정의 자녀 교육비 지출 코드를 점검해보자.


박유나 재무심리 전문가

※ 머니플러스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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