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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의 고통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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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행복하게 즐기기 위해 여행상품을 예약한 당신. 일주일간 휴양지에서 푹 쉬고 온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자, 이제 마지막 단계인 결제만 남았다. 대폭 할인된 가격이라 현금결제만 가능한 조건이었는데 다행히 결제 시기는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결제가 더 행복할까

앞서 말한 여행을 위한 결제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 휴가 한 달 전에 패키지 가격으로 대금을 모두 사전 입금하는 방법이다. 사용하지 않은 서비스는 추후 환불되지 않는 대신 전체 금액 중 약간의 할인 혜택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방법은, 여행 마지막 날에 내가 사용한 서비스에 대해서만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법이다. 내가 이용한 서비스에 대해서만 지불하면 되므로 어찌 보면 더 알뜰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행복한 휴가를 위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언제 결제하는 것이 보다 여행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선불결제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즉 돈을 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올수록 우리의 뇌는 계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여행은 과연 내가 지불해야 하는 돈만큼의 가치가 있나?’ 또는 ‘모든 코스가 과연 만족스러웠나?’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이미 결제를 마쳤다면 이러한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머리는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여행 마지막 날 목돈의 현금을 결제한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즉시 우리 모두는 짠돌이, 짠순이가 되어 버릴 것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미 저만큼 사라져 버린 채.

내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비용을 지출할 때 우리는 실제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를 ‘지불의 고통’이라고 말한다.(출처 :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청림출판 2017). 실제로 돈을 지출할 때의 우리 뇌를 뇌영상과 MRI 자기 공명 영상을 통해 살펴보면 뇌 영역 중에서 신체적인 고통을 담당하는 부분이 자극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갈 때 우리의 뇌는 자극을 받게 되고 그 결과 우리는 마음의 고통, 즉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선불과 후불의 개념 역시 뇌가 느끼는 고통과 연결할 수 있다. 여행 전에 한꺼번에 돈을 지불하면 그 당시에 잠시 고통을 느끼긴 해도 여행이라는 이벤트로 심리적 불쾌감이 깨끗하게 치유되지만, 여행 후에 결제하게 되면 지출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게 되어 여행의 만족감이 떨어지게 된다. 즉 후불보다는 선불이, 이왕이면 현금결제보다는 카드결제가 지출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솔루션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그때그때 현금을 입금하고 물건을 구입할 때와 이미 한 달 전 선결제를 끝낸 1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있을 때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분명 내 돈을 주고 포인트를 구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공짜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평소에 굳이 사지 않을 법한 비싼 물건도 선뜻 구입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불의 고통이 한 달 전에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똑같은 10만원을 쓸 때 어느 쪽이 더 합리적으로 돈을 쓰게 될까. 그렇다. 뇌가 지불의 고통 없이 마음껏 소비를 즐기게 되는 순간 합리적인 소비는 이미 물 건너 간 셈이다. 즉 꼼꼼한 구매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실시간 현금으로 결제하여 지불의 고통을 늘리면 된다!  

뜨거운 페이 전쟁에서 내 지갑을 지켜라

이런 면에서 신용카드는 지불의 고통을 확 덜어주는 참으로 유용한 지출 시스템이다. 결제할 때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간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으니 고통을 경험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재테크 책과 강의에서는 신용카드를 아예 자르라고 권유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러한 신용카드보다 더욱 막강한 세력이 있으니, 바로 바이오 페이, 스마트 페이 등의 각종 페이 기술이다.

이젠 물건을 고르고 “내 목소리로 결제”라고 말하거나 스마트폰 바코드를 한 번 훑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 과연 ‘페이의 전성시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워터파크에서는 팔찌 대신 핸드페이가 이미 도입되고 있다. 단말기에 손바닥을 올리면 근적외선 센서가 혈관 굵기, 선명도, 모양을 분석해 자동 결제를 해 주는 것이다. 홍채를 이용하는 홍채 페이를 도입한 한 회사는 해당 페이 출시 3년 만에 누적 결제액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렇게 불붙고 있는 각종 페이기술 덕분에 결제의 편리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나 지불의 고통은 점차 줄어든다는 우려가 남는다. 고통 없이 행복하게 소비할 수는 있으니 소비금액은 점차 늘어나게 될 테고, 그 결과 우리의 통장 잔액은 점점 줄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각종 페이기술에서 내 통장을 잘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의 재테크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 된다. 지불의 고통을 잊게 하려는 마케터와 지불의 고통을 지켜 합리적인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와의 뜨거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재테크도 뉴트로

그렇다면 내 지갑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표한 ‘트렌트 코리아 2019’(김난도, 미래의 창, 2018)에 의하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뉴트로’가 꽤나 인기를 얻고 있다. 뉴트로(New-tro)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요즘의 트렌드를 의미한다. 실제로 과거에 유행했던 디자인의 옷, 게임기, 과자 등이 요즘 다시 회자되고 인기리에 판매되기도 한다.

각종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지불의 고통이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현금보다는 모바일에 찍혀 있는 숫자에 더 익숙해져 있는 이때, 소비습관에도 뉴트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제의 고통이 가장 큰 ‘현금’으로 지출하는 습관을 길러 보는 것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현금을 지불하니 심리적 스트레스는 쌓이겠지만 씀씀이는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처럼, 지출의 고통을 느낀 만큼 우리의 통장은 더욱 통통해질 것이다.

자, 일상에 첨단 기술이 스며드는 이 시대에 지출만큼은 정반대로 뉴트로의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때로는 남들이 모두 하는 방식을 반대로 했을 때 훨씬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하니까. 소비를 절제하는 각자의 마음 근육이 아주 조금은 도톰해 질테니까.   


박유나 재무심리전문가

※ 머니플러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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