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NO'.. 떼쓰는 중고차업계

조회수 2021. 3. 5.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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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중고차 전시장 모습./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고차업계가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격렬하게 반발하면서입니다. 

중고차업계는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독과점이 발생해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자동차매매업계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190만5972대의 자동차가 판매된 가운데 현대차(78만7854대)와 기아(55만2400대)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70.3%입니다. 

제조·판매·정비 등 신차 관련 모든 분야에서 한 기업의 지배력이 큰 만큼 중고차 시장도 똑같이 바뀔 것이란 게 중고차업계의 추측입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사활, 단체 행동 나서나

이런 상황에 중고차업계 양대산맥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전국연합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1인 시위를 비롯해 릴레이 시위와 청원 등 다각도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진출이 불가능했지만 2019년 3월 기한이 만료됐습니다. 

중고차업계가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을 신청했으나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부적합’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제 중소벤처기업부의 결론만 남았지만 6개월이라는 기한을 넘겨 여전히 공회전인 상태입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부적합 의견서와 함께 완성차업계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며 “중기부 입장으로선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의 상생안 마련이 우선인 상황”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중기부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시간을 번 중고차업계가 문제 삼는 것은 동반성장위원회의 부적합 의견서의 근거입니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은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중고차 시장 규모가 이미 적합업종 규모를 뛰어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중고차업계는 이를 두고 매출을 분석해 생계형 적합업종을 판단한 것은 오류라고 해석했습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업종에 종사하면서 신차 딜러와 마찬가지로 일부는 돈을 잘 벌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상위 1%에 불과할 뿐 나머지는 영세업자”라고 피력했습니다. 

중고차업계는 부적합 의견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심의위원회에서 의견서가 중대한 역할을 하는 만큼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해선 사실상 마지막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각 지역 연합회가 날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어 앞으로 단체행동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기부는 마지막 심의 기구인 심의위원회가 법적인 독립 기구인 데다 민간으로 구성된 만큼 의견서 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료가 먼저 공개될 경우 여론이 형성돼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의견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생 없다” 협약 거부하는 중고차업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주재로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생협약기구’를 발족하려 했지만 중고차업계가 돌연 참석을 거부했다. /사진=뉴스1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주재로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생협약기구’를 발족하려 했지만 중고차업계가 돌연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중고차업계가 대기업 시장 진출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상생협약기구에 참석할 경우 사실상 대기업 진출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중고차업계는 대기업과 상생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측은 중고차 매물 안건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현대차는 6년·12만㎞ 이하의 매물만 취급하겠다고 했지만 중고차업계에서는 완성차 기업이 상생을 고려한다면 6년·12만㎞ 이상 매물을 취급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벤츠·BMW·렉서스·볼보 등 수입차 회사는 국내에서 성능점검과 수리를 거쳐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자에게는 중고차 매입 시세와 과정을 보장하고 인수자에게는 최상의 품질과 무상보증기간 혜택 등 서비스의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현대차가 6년·12만㎞ 이하 매물만 취급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게다가 해당 매물이 중고차 시장에서 비중이 크게 높지 않다는 분석에 중고차업계와 상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중고차업계와 협의를 하는 이상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중고차업계는 현대차가 제시한 매물 기준을 두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소위 ‘알짜매물’을 독식하겠다는 취지로 소상공인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고차업계는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자체가 상생 조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70%입니다. 

사실상 독점 생태계에서 중고차마저 이와 비슷한 점유율이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국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오래된 차만 팔고 대기업에서 알짜매물을 가져가는 게 상생의 방법인지 반문하고 싶다”며 “오히려 반대로 오래된 매물을 대기업에서 인증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중고차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대기업은 이들의 주장이 지나치게 확대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대차가 모든 물량을 다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며 "타던 현대차를 팔고 새로운 현대차를 사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인 만큼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려는 이들에겐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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