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하던 中게임.. 한국 피빨아 덩치 키웠다

조회수 2021. 2. 16.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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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게임의 이미지는 ‘웰메이드 게임을 따라 만든 질 낮은 짝퉁’이었습니다.

‘중국은 가짜라면 못 만드는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동안 중국의 수준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중국 게임은 크게 달라졌다.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라는 현대판 만리장성을 세워 해외 게임의 시장 진입을 막는 한편 자신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개발력을 바탕으로 차별성 있는 게임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것이죠.

큰 손 역할을 하던 중국의 역공에 한국 게임업계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베끼기’만 하던 中 게임, 차별성까지 갖추니…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조

과거 중국 게임은 각종 범법 행위를 일삼으며 앱스토어 내 인기 게임 순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유명 게임을 그대로 베끼는가 하면 선정적인 광고를 앞세워 유저를 끌어왔습니다.

지난해까지도 광고에서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하거나 실제 게임과 다른 사진을 이용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다수 적발됐습니다.

이를테면 중국 게임업체 ‘37게임즈’는 여성을 ‘맛’에 비유하는 노골적인 성 상품화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광고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게임 분야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그럼에도 떨어지는 품질 탓에 잠시 시선을 끌다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2016년 한 중국 게임업체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슈팅게임 ‘오버워치’(Overwatch)를 그대로 베낀 ‘레전드 오브 타이탄’(Legend of Titan)을 출시했지만 낮은 품질로 게이머 사이에서 ‘저급시계’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 베끼기에 그쳤던 중국 게임은 최근 높은 품질과 함께 차별성까지 갖추면서 잇따라 호평을 받았습니다.

중국 게임업체 미호요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역할수행게임(RPG) ‘원신’이 중국 게임 성장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사진=로이터

원신도 출시 전 여느 중국 게임과 같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3D 카툰 렌더링 스타일의 그래픽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본 닌텐도사의 명작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비슷했기 때문이죠.

다만 게임 진행에서 과금 요소를 줄이고 PC·콘솔·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차별점을 두면서 엄청난 흥행을 거뒀습니다.

류웨이 미호요 대표는 젤다의 전설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IP(지식재산권)와 캐릭터 설정, 스토리 구성 및 캐릭터 롤플레이를 비롯해 원소 조합 전투가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모바일 기준 2020년 12월에만 전세계에서 1억6350만달러(약 1800억원)를 벌어들였습니다.

PC와 콘솔 매출까지 합친다면 출시 이후 3개월간 매출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중국 게임의 인기는 원신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센서타워는 지난해 12월 기준 글로벌 모바일 게임 랭킹 톱5 안에 중국 게임 3개가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원신을 비롯해 중국 텐센트의 ‘왕자영요’와 중국판 배틀그라운드인 ‘화평정영’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 1조 벌어가며 한국엔 판호 1건… 성장 배경엔 ‘외자판호’

그렇다면 어떻게 중국 게임은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중국은 지난 4년간 자국 게임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해외 게임업체에 대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습니다.

자국에서의 유통을 허가하는 ‘외자판호’ 발급 건수를 제한한 것이죠.

 2017년 456건 발급됐던 외자판호는 ▲2018년 50건 ▲2019년 180건 ▲2020년 97건 등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에 발급된 외자판호는 겨우 1건이었습니다.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의 영향 탓입니다.

컴투스의 간판 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지난해 3년 만에 첫 외자판호를 받았지만 업계가 중국시장 진출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에 더해 2019년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층 까다로워진 새 판호 심사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새 규정안은 판호 승인 게임의 총량을 제한하고 3회 떨어지면 추가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전투게임에서 어떤 종류의 액체를 흘려선 안 된다거나 결혼 시스템이 있는 게임의 경우 미성년자에게 해당 시스템을 개방하지 말라고 규정하는 등 판호 발급이 가능한 해외 게임을 극도로 제한했습니다.

그 사이 중국 게임업체는 14억 내수시장이 뒷받침하는 자본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PC)가 공개한 ‘2020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의 판매수입(매출)은 ▲2017년 2036억700만위안(약 35조1575억원) ▲2018년 2144억4300만위안(약 37조171억원) ▲2019년 2308억7700만위안(약 39조8539억원)▲2020년 2786억8700만위안(약 48조1069억원) 등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해외에서 거둔 매출도 2018년부터 10조원을 돌파해 ▲2019년 115억9500만달러(약 12조9400억원) ▲2020년 154억5000만달러(약 17조2422억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중국 게임업체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약 1조4800억원을 벌어갔습니다.

자국 내 유통은 허용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이죠.

중국의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에서의 일방적 서비스 종료는 물론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 유저의 게임 코인을 환불해주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중국 게임업체 페이퍼게임즈는 지난해 11월5일 돌연 한국에서 자사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를 서비스 일주일 만에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에 따르면 게임사는 서비스를 종료할 시 유저에게 해당 사실을 30일 전 공지해야합니다.

하지만 페이퍼게임즈는 이 같은 약관을 무시하고 5일 자정 한국 국민이 자국을 모욕했다며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내 소비자를 기만습니다,

中 시장 의존도 높은 한국 ‘흔들’… “공격적인 IP 개발 필요하다”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게임 업계는 해가 지날수록 높아지는 압박 수위 탓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게임의 주요 수출국가와 권역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40.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19년 국내 게임의 해외 수출액이 약 7조300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년 중국에서만 약 3조원을 벌어들인 것이죠.

하지만 올해도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난해 3년 만에 첫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에 대한 외자판호 전체 발급 건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중국 매체 ‘텅쉰왕’도 올해 외자 판호의 원활한 발급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탓에 국내 게임사는 우회경로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해왔습니다.

중국 판호 브로커와 접촉하는가 하면 중국 IT 3대 기업인 텐센트에 IP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브로커에게 억 단위의 사기를 당하거나 로열티를 못 받는 등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실제 국내 한 대형 게임업체는 지난해 브로커의 말에 속아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최근엔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이미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 자본에 잠식된 상황에서 인수 여부는 무의미하다고 답했습니다.

판호 발급을 기다리다 지친 일부 업계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국시장 진출과 별개로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게임 경쟁력은 계속 처지고 있어서입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주요 국가별 게임산업 점유율에서 6.2%를 차지하며 5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8년 대비 0.1% 줄어든 수치로 1위는 미국(20.1%)이 차지했으며 ▲중국(18.7%) ▲일본(11.8%) ▲영국(6.3%) 등의 순입니다.

텐센트는 넥슨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가 키워준 기업이다.
한국게임으로 성장한 기업이 한국업체를 사겠다는 루머에 한국이 기대감으로 들뜨는 것을 보며 심한 자괴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같이 푸념했습니다,

우리 게임업계는 공격적인 모습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만약 공격적으로 IP를 개발하지 않고 글로벌 진출에 소극적이며 시장을 포기한 듯한 자세를 계속 보인다면 10년 뒤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없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같이 조언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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