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치열한 형제의 난’ 끝에 신동빈 회장과 그의 아들 신유열씨가 한·일 롯데 '원톱'이 됐습니다.

오너 가 2~3세인 이들의 발자취는 닮아도 너무 닮았는데요

출생지부터 학교·경력·입사까지 짜 맞춰낸 듯 똑같습니다.

신유열씨가 최근 일본 ㈜롯데 영업본부 유통기획부에 입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세간의 초점은 더 그에게 쏠렸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길인 신씨의 행보를 3세 경영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요,

다만 롯데 측에선 신씨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그와 관련 정보가 드러날수록 민감한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의 해묵은 국적 논란도 그중 하나입니다.

롯데는 그동안 ▲일본에서 창업했고 ▲오너 일가가 모두 일본 출생에 일본 국적이면서 ▲지배구조 정점이 일본기업이고 ▲유니클로·아사히주류·후지필름 등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과 합작하거나 지분을 나눈 경우 다수 ▲국내에서 번 돈이 일본으로 유입되는 구조 등의 이유로 ‘일본기업’이란 정체성 논란에 시달려왔어요.

최근 화제가 된 3세인 신유열씨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일본 국적자로 한국어는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내 활동도 없이 올해 초 고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당시 영결식에 모습을 드러낸 게 전부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상당한 입지가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데요,

2015년 신씨의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참석했을 정도입니다.

그의 배우자 역시 일본인입니다.

롯데는 일본에서 뒷배경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신씨의 어머니이자 신 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츠 마나미씨는 일본 최대 건설사로 꼽히는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로 명망 있는 귀족 가문의 일원입니다.

재계에서 신씨의 2년 뒤를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과의 고리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입사 후 2년 뒤 한국 롯데로 적을 옮겨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시작했지만 신씨의 2년 뒤 한국행에는 적잖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그룹 스스로도 ‘국적 논란’을 타파하겠다며 3년 전 롯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진행하기 위한 신 회장의 특단의 조치였는데요,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국내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구조였습니다.

신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이어왔습니다.

롯데지주가 출범한 후 주요 계열사가 롯데지주로 편입되고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습니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지주사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합니다.

일본과의 연결고리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 주식회사인 L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이 나머지 80.21%를 보유 중입니다.

호텔롯데는 다시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11.04% ▲롯데쇼핑 8.86% ▲롯데알미늄 38.23% ▲롯데건설 43.97% ▲롯데글로벌로지스 10.87% 등 주요 회사 21개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룹 내 자금 흐름의 종착지가 일본이란 점은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호텔롯데가 배당을 실시할 경우 국내 계열사가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배당을 통해 일본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죠.

실제 지난해 일본 롯데 계열사가 호텔롯데로부터 배당으로 챙겨간 규모는 101억원을 넘습니다.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뿐입니다.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주주 구성이 바뀌고 일본 지분이 희석되면서 자연스럽게 ‘국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두고 추진해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를 만나면서 상장 작업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상장에 필수적인 호텔롯데의 양축인 호텔과 면세점 부문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영업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죠.

업계 역시 호텔롯데의 빠른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 지주도 ‘상장’을 최종 목표로 두면서도 신중한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