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올린 오피스 호가 '폭탄 돌리기'?

조회수 2020. 11. 10. 15:3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수익형부동산은 임대수익을 내 정기적인 현금을 창출하는 것이 본래의 투자 목적이지만 현재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투자 대비 소득이 낮음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거품만 잔뜩 낀 ‘속 빈 강정’인 셈. 경기 전반이 나쁜 상황에서 오피스 가격만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김노향 기자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올해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째 증가했습니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56.6%입니다.

10명 중 8명은 주택 외 ‘기타 부동산’을 보유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지만 올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습니다.

법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1000억원 이상의 대형 오피스 계약도 잇따라 성사됐습니다.

이런 투자 쏠림 현상의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매매 시세차익을 결정하는 호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다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을 내 정기적인 현금을 창출하는 것이 본래의 투자 목적이지만 현재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투자 대비 소득이 낮음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거품만 잔뜩 낀 ‘속 빈 강정’인 셈인데요.

경기 전반이 나쁜 상황에서 오피스 가격만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제기됩니다.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로 꼽히는 광화문 일대

법인을 운영하는 A씨는 올 초 사무실 용도로 사용할 2층짜리 건물을 알아봤다가 이내 단념했습니다.


건물 위치나 노후도 등을 볼 때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중개인이 처음 제시한 가격은 65억원입니다.

하지만 A씨가 계약을 망설이자 중개인은 5억원 정도의 가격협상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A씨는 매매 적정가격이나 정확한 시세를 알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매수를 보류했습니다.

나는 ○○억원만 받으면 돼. 나머지는 사장님이 알아서 받으세요.

토지·빌딩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컨설턴트법인 대표 B씨는 “오피스 가격이 사실상 매도인과 중개인에 의해 정해진다”고 귀띔했습니다.

빌딩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토지 공시지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인구 밀집도나 교통 환경 등을 감정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 자산가나 소규모 사업가가 거래할 수 있는 100억원대 안팎의 건물은 매도인이 제시한 희망가격에 중개인이 법정 한도를 넘는 보수를 임의대로 정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입니다.

주로 법인 간 거래가 성사되는 영역인 1000억원대 대형 오피스도 ‘부르는 게 값’인 구조입니다.

B씨는 “다만 대형 오피스의 중개보수는 법정 요율 대비 50% 안팎 수준에서 협의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영찬 디자인기자

규제의 빈틈 파고든 오피스시장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가격에 오피스 빌딩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공공재 성격을 가진 주택과 달리 사실상 규제가 없어 그만큼 투기의 문턱이 낮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뿐 아니라 법인의 부동산 취득세와 보유세 등을 강화했지만 대출 역시 적정 한도가 없는 점도 투기요인입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KB금융타워 건물을 2666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매수인은 부동산 신탁·매매 전문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입니다.

KB자산운용이 6년 동안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임대수익과 매매차익은 627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KB자산운용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9억8100만원이고 순이익은 215억5400만원입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0%와 16.0%가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해 입은 금융상품 손실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4억9100만원(1741%) 늘었지만 오피스 시세차익이 반년치 순이익의 3배에 가까웠습니다.

지속되는 저금리와 경기불안에도 건물가격이 계속 오르자 유명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배우 손예진은 올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160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는 데 현금 44억원을 들였습니다.

116억원(72.5%)은 대출금인데요.

그룹 소녀시대 유리(권유리)도 같은 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을 128억원에 매입하며 105억원(82.0%)을 대출받았습니다.

연예인 빌딩으로 화제를 모은 사례 대부분이 인근 건물이나 상가의 가격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업계 종사자나 공인중개사가 이런 점을 이용해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다.
건물가격만 올릴 뿐 아니라 새로운 투기자본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까지 인상시키는 게 문제다.

-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대형 오피스 시장, 매도인 우위”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인력 구조조정이 심화되는 상황에도 오피스 투자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습니다.

부동산투자회사 ‘CBRE 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직전 분기 대비 123.0% 증가해 6조2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중 오피스 거래는 약 76.0%에 달했습니다.

올해 트윈시티남산와 센터포인트 돈의문 등 대형 오피스가 잇따라 거래를 성사시킨 가운데 현대해상 강남사옥은 ㎡당 가격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인 3600억원 매각에 성공했습니다.

서울 A급 오피스(연면적 3만3058㎡ 이상)의 올해 평균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오피스 가격이 오르는 것과 정반대로 빌딩 투자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의 A급 오피스 공실률은 올 3분기 11.4%로 직전분기대비 3.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실질 임대료는 0.4%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 투자수익률도 0~1%대입니다.

오피스 수익률이 0% 가깝게 된 건 오래된 일”이라며 “양도차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유지되는 것이다.
오피스는 완전한 매도인 우위 시장이어서 가격협상의 개념이 없다. 새로운 투자자의 매수 의사가 있으면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 빌딩매매 전문 컨설턴트 기업 '원빌딩' 김주환 전무
김영찬 디자인기자

수익률 바닥인데 ‘폭탄 돌리기’ 하나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투자처의 부재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경기 전망이 나쁜데도 오피스 가격만 지속해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일부 지역은 오피스 가격 거품이 심각하지만 전체 통계를 보면 자본이득 감소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임대료 수입인 소득수익률과 시세차익을 의미하는 자본수익률 2개로 분류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전국 1.33%, 서울 1.57%입니다.

이는 2017년 3분기 1.39%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인데요.

서울만 보면 소득수익률은 1.08%로 1%대를 유지했지만 자본수익률은 0.49%입니다.

서울시내 3대 업무지구 중 여의도(0.67%)를 제외한 광화문(0.05%)과 강남(0.41%)의 자본수익률은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자본수익률이 평균 대비 높은 강남 테헤란로 역시 올 1분기 1.27%에서 2분기 0.91%로 3개월 새 0.36%포인트 내려갔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펀드 부실화입니다.

법인 대부분은 자기자본이 아닌 부동산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와 운영을 합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3월에 국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한 달 전 대비 2391억원 감소한 101조779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감소한 건 2015년 8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었습니다.

영국에선 3월 중순 이후 10개 가까운 자산운용회사가 부동산펀드 거래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가치평가가 어려워졌다는 이유였습니다.

부동산 투자펀드가 운영 기간 임대수익을 올리고 만기가 도래하면 매각차익을 얻는 구조인데 만기 시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 부동산업계 관계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