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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vs 막장'.. 신도림 테크노 9층 휴대폰매장 가보니

조회수 2020. 2. 24. 1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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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요일 오후 신도림 9층 휴대폰 집단상가 모습. 오가는 사람 중 손님은 없다. /사진=박흥순 기자

지난 20일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바트폰 갤럭시S20 시리즈가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매 출시때마다 대란이 터지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리즈는 각종 악재가 겹치며 대중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설상가상 이동통신3사가 갤럭시S20부터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예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 감지됩니다.

휴대폰 성지라 불리던 신도림은 죽을 맛인데요.

과거 휴대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요즘 신도림 9층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 지 직접 취재해봤습니다.

◆125만원짜리 공짜되는 기적의 계산법

신도림테크노마트 9층은 수년전부터 휴대폰 성지로 불렸습니다.

백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을 절반 이하 또는 공짜에 구입할 수 있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방문한 신도림 휴대폰 집단상가는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보다 매장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신도림 휴대폰 매장 9층은 호객행위가 심각한 곳으로 악명 높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어 휴대폰 유통시장을 조금 안다는 사람도 ‘호갱’이 되기 쉬운데요.

이런 ‘호랑이굴’에 손님마저 끊기다보니 호객행위는 한층 더 격해졌습니다.

기자가 9층에 도착하기 무섭게 상인들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알 수 없는 말로 기자를 유혹했습니다.

신도림 9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이곳부터 엄청난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사진=박흥순 기자

“손님 뭐 보고 있어요?”, “손님 싸게 줄게요. 한번 보고가”, “어디가나 다 똑같아. 여기서 해요” 

기자는 수없이 쏟아지는 러브콜을 뒤로하고 한 매장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갤럭시S20 기본모델, 8만원 요금제, KT로 번호이동”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앞의 직원은 “왜 KT로 옮기려고 하느냐”고 말하면서 계산기에 숫자를 입력했습니다.

‘30’

단말기를 구입하면 불법보조금으로 30만원을 주겠다는 소리입니다.

기자가 인상을 쓰자 직원은 “아직 정책 안떠서 다 똑같아요. 정확한 정책은 27일 나올듯 한데 대략 이 수준에서 결정 된다고 보면 돼요”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는데요.

기자가 계속 비싸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자 직원은 알 수 없는 말을 써가며 기자를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이랬습니다.

일단 단말기 가격의 절반을 자신들이 지원해 주겠다고 말합니다.

출고가 125만원의 절반인 62만5000원을 자신들이 내주겠다는 것이죠.

여기에 불법보조금 30만원에 선택약정할인을 더하니 기기값이 공짜가 됐습니다.

 기적의 계산법이었습니다.

◆무법 천지 신도림, ‘성지’ 자격 있나

물론 자세히 들어보면 제대로된 방법이 아닙니다.

이대로 계약을 하면 말그대로 호구잡힙니다.

직원이 제시한 계산을 살펴보니 불법보조금도 확정된 것이 아니고 선택약정할인은 전국 어디서 제품을 사더라도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입니다.

또 자신들이 제공한다던 단말기 금액의 절반은 2년 뒤 단말기를 반납하는 조건이었습니다.

단말기 중고가격을 자신들이 가져가면서도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매장을 찾게 만드는 셈이죠.

여기에 카드를 만들고 가족결합 할인을 받으면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30분간 열변을 토했습니다.

21일 방문한 신도림(위)과 2017년 신도림 풍경(아래).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 /사진=박흥순 기자

이 매장뿐만 아니라 이후에 방문한 세군데의 매장에서도 통신사로부터 정확한 리베이트 규모가 나오지 않아 불법보조금의 규모를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년 뒤 기기반납, 약정할인, 카드신청, 결합할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 매장을 돌아보던 기자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한 매장 직원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러온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 방송통신위원회 직원일 수 있으니 사용 중인 단말기의 통화 목록을 검사하겠다는 것이었죠.

직원은 통화목록을 보여주지 않을 시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윽박질렀고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사용 중인 단말기를 내밀었습니다.

이후 스마트폰의 개인 정보를 한참 구경하던 직원은 계약서와 새 단말기를 내민 뒤 스마트폰 데이터를 옮겨주겠다며 소비자가 사용하던 단말기를 가지고 매장 뒤편으로 들어갔습니다.

소비자는 단말기 데이터는 자기가 옮기겠다고 했으나 직원은 “데이터 옮기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말만 소비자에게 남기며 막무가내로 행동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본 신도림 휴대폰집단상가는 여전히 무성의하고 불친절했습니다.

과연 그곳이 ‘성지’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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