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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고충함’에 내 험담… 그래도 연봉이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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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사진=김정훈기자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중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냅니다. 



직장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도 먹고 

친구에게 문자도 보냅니다. 



또 직장은 갖가지 인간군상이 모인 곳입니다. 



우리는 직장 내에서 ‘사람’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사람 때문에 웃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회사는 알게 모르게 

돈을 버는 곳 그 이상의 존재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이가 이직과 퇴사를 꿈꿉니다. 



한두명이 아닌 여러 직원이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오늘도 일터로 출근합니다. 



그래서 일터에도 품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머니S> 창간호 기획 <일터의 품격>과 관련해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곳인지

 기자가 직장을 다니는 주변 지인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들이 얘기하는 일터의 품격은 무엇일까요.


직장인 방담 참여자

▷박현지(가명·여·38) 수입차 딜러사 A모터스 과장, 경력 10년.

▷정윤주(가명·여·37) 국내 대형 콜센터 관리업체 B사 고객관리팀장, 경력 9년.

▷이홍준(가명·남·37) IT솔루션 개발업체 C사 인사팀 과장, 경력 10년.

▷서우철(가명·남·37) D단체가 발간하는 월간지 기자, 경력 11년.


◆회사생활, 얼마나 만족해?

▶정훈(기자)=일단 각자의 회사 생활 만족도에 대해 얘기해보자.

▶현지=일단 일이 많이 없어. 가끔은 심심해.(웃음) 우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주로 나 혼자 고객과 관련된 계출업무를 처리해. 연봉은 높지 않지만 이 정도 업무강도면 난 불만이 없어.

▶윤주=하는 업무 자체가 스트레스가 많아. 콜센터 직원과 고객 사이에 마찰이라도 생기면 그때부터는 팀장인 내 소관이 되지. 매일매일 불안한 느낌? 근데 만족해. 말하고 보니 뭔가 앞뒤가 안맞네.(웃음)

▶정훈=아니 공감해. 회사생활이란 게 그런 거지 뭐. 대체로 만족하는데 나를 괴롭히는 일부 스트레스가 힘든 거 아닐까.

▶윤주=맞아. 일단 다른 부분에는 불만이 없어. 연봉도 만족하고 야근도 없고. 우리 회사는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전부 꺼져서 더 일을 할 수도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집과 가까워야 해. 나는 택시비가 5000원 이상 나오는 곳에서는 일하지 않는다고.(웃음)

▶정훈=얼마나 지각을 많이 하면 택시비용이 회사 선택의 이유가 되는 거야.(웃음)

▶홍준=나도 대체로 만족한다고 해야 할 분위기네. 음… 불만을 얘기하자면 업무량? 우리는 인사나 총무 등 경영지원과 관계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이 많아. 팀별로 무리한 부탁을 해오는 경우도 많고. 문제는 인력이지. 현재 팀원이 4명인데 이걸로는 역부족이야. 하지만 대표는 인력충원에 관심이 없지.

▶우철=우리 회사는 준공공기관으로 분류돼서 사내복지나 안정성은 꽤 좋은 편이야. 그래도 업무량 대비 연봉은 짜. 업무특성상 야근도 많고 사실상 혼자 잡지를 만들다보니 몸이 힘들지. 그보다 더 힘든 건 뭔가 혼자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지.

◆이직? 연봉이 다가 아니야!

▶정훈=다들 조금씩 불만이 있네. 이직을 생각해본 적 없어?

▶우철=업무량 때문에 이직 고민을 많이 했어. 그런데 또 그게 쉽지가 않네. 기자들은 다른 회사들에 대한 평판이나 연봉 등을 대충 가늠할 수 있잖아? 그런 걸 미리 알고 보니 막상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 이직을 해도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두려움도 있고.

▶홍준=나는 업무량도 있지만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없게 만드는 회사분위기 때문에 이직을 생각했지. 우리 회사는 IT분야 경력이 오래된 직원이 많은데 좋게 말해 베테랑이지 사실 고인물이거든. 우린 뭔가 새로운 걸 자꾸 시도하고 싶고 바꾸고 싶은데 고인물들은 그걸 용납하지 않아. 변화가 싫은 거지. 새로운 사람이 투입돼도 고인물 텃새에 금방 지치더라니깐. 나도 그렇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되겠지?

▶우철=우리 회사도 그래. 준공공기관이라 정년이 보장되다 보니 철밥통 상사들이 있어. 내 생각에 그들은 업무량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아가.

▶현지=맞아. 일이라도 많이 하면 몰라.

▶우철=아니.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우릴 도와주는 거야. 괜히 일 벌려서 우리한테 피해만 줘. 일 안하는 건 상관없어. 일도 못하면서 돈을 많이 가져가는 게 싫은 거지. 그냥 가만히 좀 계셨으면 좋겠어.(웃음)

▶정훈=왜 연봉 얘기는 없어? 사실 이직을 고려하는 게 80%는 돈 때문이잖아?

▶홍준=그렇긴 하지. 근데 다른 회사 사정을 잘 알다보니 대충 내가 얼마를 받을지 보여. 그래서 엄청난 인상이 되지 않으면 굳이 옮겨야 할까 싶은 거지.

▶우철=당연히 어디서 연봉 100% 인상 제의가 오면 회사 장점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떠나겠지.(웃음)

▶윤주=난 지금 연봉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더 준다고 해도 옮길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익숙한 게 좋아. 도전하는 게 약간 두려운 느낌? 그냥 안정적인 걸 선호하는 것 같아서 이직 생각이 아직은 없어. 사실 우리 나이에 이제 뭔가 더 도전하는 게 좀 그렇지 않아?

▶홍준=꼭 그렇지도 않던데.(웃음) 많이들 도전해.

▶윤주=아 내가 고인물일지도.(웃음)

▶현지=나는 동료들과 갈등이 있을 때 나가고 싶어. 근데 생각해보면 억울하더라고. 니들이 나가지 왜 내가 나가.(웃음) 다들 그렇지 않아?

▶윤주=나는 콜센터 특성상 대부분의 후임 직원이 여자야. 나보다 어린 친구도 있지만 나이가 많은 직원도 꽤 있거든. 그러다보니 팀장으로서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기준이 안서더라고. 우리 회사에는 ‘고충함’이라는 일종의 신문고 같은 게 있어. 익명으로 회사 업무와 관련된 일을 종이에 적어 고충함에 넣는 거지. 근데 문제는 대부분 일과 관계 없는 다른 직원 험담을 거기 넣는다는 거야. 당연히 내 욕을 쓴 직원도 상당수였고.

▶정훈=충격 받았어?

▶윤주=처음에는 그랬지. 솔직히 배신감이 좀 들더라고. 그런데 보면 나뿐만 아니라 직원끼리 트러블이 좀 많아. 메신저 쪽지 억양 하나로 싸우는 데 뭘. 은따도 있고 왕따고 있고…. 그냥 직장 인간관계란 게 학교랑 비슷한 거 같아. 그러려니 해야지.

▶우철=나는 만날 그만둔다는 후배가 있어. “저 어디 면접 봐요”, “다음달에는 꼭 그만둘 거예요” 하는 후배. 처음에나 고민을 들어줬지 이제는 지긋지긋해서 못 듣겠어. 나까지 근무의욕이 사라지는 기분이야. 근데 이 후배가 이직 못한 지 벌써 2년째야. 다들 그래. 쟤가 이 회사서 제일 오래 있을 거라고.(웃음)

◆회식이 필요한 이유

▶정훈=회식문화는 어때.

▶우철=자유로운 편이야. 팀 회식도 불참하고 싶으면 안가도 돼. 물론 살짝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홍준=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회식 종류가 엄청 많았어. 근데 올해부터 딱 2개로 줄었지. 신입직원들이 모이는 걸 꺼려하는 걸 회사도 아는 거지.

▶현지=우리도 마찬가지야. 정해진 회식은 몇개 없고 그때마다 즉흥적으로 팀 회식을 하는 정도?

▶윤주=요즘은 젊은 직원들이 사생활 침해받는 걸 싫어하잖아. 우리도 여직원 비율이 많은 걸 감안해 뮤지컬을 보거나 그래. 회식비를 활용해서 복날에 삼계탕을 포장해주기도 하고 유연하게 하는 편이야. 옛날처럼 강압적이지 않아.

▶우철=우리는 가끔 야구장, 영화관도 가고 그러는데, 사실 그게 더 피곤해. 상사랑 야구장을 가면 재밌어봤자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고. 내 후배 직원도 나를 보면 똑같은 심정이겠지. 그냥 요즘애들은 직장에서 주최하는 모든 걸 싫어하는 것 같애.

▶정훈=그래도 가끔 회식이라도 해야 친목도 다지지 않아?

▶홍준=글쎄. 회식이 친목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은데. 엊그제만 해도 우리 부장은 또 술주정을 부렸지 아마.(웃음)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친목이 더 악화돼.

▶윤주=친목도모가 되긴 하지. 난 팀장이라 회식 때가 아니면 후배들이랑 대화할 기회도 거의 없거든. 다른 팀 직원이랑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 근데 요즘 신입 애들이 좀 무섭긴 해. 취해서 얼굴 붉힐 짓을 더 많이 한다니깐. 신세대들의 경우 당돌함이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당돌함을 잘못 해석하는 애들이 많아. 무작정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장땡은 아니잖아.

▶현지=그냥 회식은 회사에 좋은 일이 있을 때, 신규 입사자나 퇴사자가 있을 때 정도 하면 될 것 같아. 그래도 회삿돈을 쓰는 일인데 회식이 끝나면 직원들에게 뭔가 남는 게 있으면 좋겠어. 이를테면 그게 친목이든, 오래 일한 사람과의 아름다운 작별식을 만들어주는 송별회든. 하긴 누군가는 ‘꽁술’을 먹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더 높아질 수도 있겠다.(웃음)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

▶정훈=회사가 단 하나의 혜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다고 하면 너희들은 뭘 받을 거야?

▶우철=돈이지 뭐.

▶현지=맞아. 인센티브 인상? 이런 거.

▶윤주=난 아냐. 돈보다 한달짜리 휴가를 받고 싶어. 요새 남편이랑 캠핑에 푹 빠졌거든. 평일에 한적한 곳에서 캠핑을 즐기면 그보다 더 좋은 휴가가 없을 것 같아.

▶정훈=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조건은 뭐야? 딱 한마디로만 정의해보자.

▶윤주=음… 한마디로는 좀 어렵다.(웃음) 아무래도 배려 아닐까? 가정과 일 모두를 양립하게 해주도록 지원해주는 회사의 배려. 쉽게 말해 내가 이 회사와 함께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물론 이러한 배려가 회사 전체에 뿌리내리려면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구성원 모두 노력해야겠지.

▶현지=월급 안 밀리는 회사? 아 물론 우리가 회사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웃음) 우리 모두 돈 벌려고 일 하는 건데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해. 그게 좋은 회사지 뭐.

▶우철=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할게. 그래서 적어도 ‘내가 이 회사에서 이거 하나는 배우겠구나’라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아. 내가 배울게 하나도 없이 돈만 많이 주는 회사는… 생각해보니 땡큐네.(웃음)

▶홍준=내가 인사팀에 있다 보니 신입사원 교육에 참여하거든.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는 신규입사자들에게 하는 공통된 질문이야. 답변이 흥미롭지. 여성입사자들은 대부분 생리휴가나 뭐 복지부분 등 ‘직원에 대한 복지’를 꼽았어. 근데 남성입사자들은 뭔지 알아? 바로 정년보장. 입사하면서부터 불안한 거야. 내가 과연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들으면서 슬프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감정이 복잡해지더라. 내 답은 나도 정년보장이야.

▶우철=정년보장은 회사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럽지. 다들 철밥통 될 것 같으니깐.

▶홍준=맞아. 그래서 무조건 정년을 보장해달라는 건 아니야. 다만 나는 내 연봉인상률이 만약 7%면 매년 1%씩 줄여도 되니 차라리 정년을 보장해줬으면 좋겠어. 그만큼 가정이 있는 남자들은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 아니겠냐.

인터뷰에 임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가 다니는 직장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직장을 다니며 때때로 ‘이직해볼까’란 생각을 한다. 무조건적인 이직보다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품격을 갖춘 회사는 어쩌면 구성원 한명 한명의 생각의 전환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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