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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화폐개혁’ 왜 끄집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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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이슈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리디노미네이션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다음달 정책 토론회가 예정돼 있는 등

이슈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달 화폐개혁 이슈가 부각됐을 때부터

후폭풍에 대한 우려 등으로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입니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화폐개혁을 강행할 만한 경제 여건도,

화폐개혁을 이끌 만한 적임자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무리하게 강행한다고 해도

지하경제 양성화 등 실효성이 미지수인데다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아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출처/사진=이미지투데이
◆두차례 화폐개혁… 득실 엇갈려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화폐개혁 이슈는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며 촉발됐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단위를 줄이는

화폐개혁의 일종입니다.



이를테면 1000원에서 뒷자리 0 세개를 떼어내

1원으로 낮추는 식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단위만 바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체감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동반돼야 합니다. 

 

문제는

장롱 속의 돈을 끌어낼 방안이

마땅찮다는 것입니다.



과거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리포트에 따르면



1953년 1차 화폐개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1962년 단행한 2차 개혁은 실패한 사례로 꼽힙니다.



액면을 10대1로 바꾸면서

구권을 전액 신권으로 교환해주는 과정에서

지하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구권 일부만 신권으로 교환해주고

나머지는 1년간 강제예금시킬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예금동결을 시행한 지 한달 만에 무산되면서

교환받은 신권이 다시 장롱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당시 도매물가 상승률도 10%대여서

무리하게 화폐개혁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입니다.


출처/사진=이미지투데이
◆불안한 경제 상황… 독 될 수도

현 상황을 자세히 보면 당시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장롱 속의 돈을 끌어낼 방안을 만들어 낼지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한 상황에서

강제예금 제도 등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꾀하면

시장 논리에 어긋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게

불 보듯 훤합니다.

 

화폐단위를 변경하면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됩니다.



1000대 1로 바뀌면

100만원 하던 물건 가격이 1000원으로 낮아지는 데

달라진 화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전언입니다.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화폐단위를 조정하면서

단위 끝자리에 오름 원칙이 적용될 경우도

고민해야 합니다.



한 예로 1만9900원이

19.9원이 아닌 20원으로 되는 식입니다.



소수의 상품만 놓고 보면 미미하지만

전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실패 사례로 꼽히는 1962년에 비해서도

화폐개혁의 동기부여가 약합니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화폐개혁까지 강행하면 혼란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실업률은 3.5%로 13년 만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로 6년 만에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

소득주도성장, 남북관계의 급진전 등 국내 이슈와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 미중 무역분쟁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린 상황에서

화폐개혁은 자칫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엇갈린 만큼 물가가 오르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소득주도성장 시행으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경제 불안, 미중 무역분쟁 등 곳곳이 성장의 지뢰밭이라 적절치 못한 상황입니다.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사진=머니S DB
◆화폐개혁의 현실적 어려움

다음달 화폐개혁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가 예정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자체가 버거운 상황입니다.



화폐개혁은

정치권과 정부 등의 공조가 이뤄져야 가능한데

이를 이끌만한 적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자칫 정치적 논리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김수현 정책실장의 경우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되고



강기정 정무수석도

화폐개혁을 추진할 만한 이력이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윤종원 경제수석이

단독으로 진행하기도 무리가 따릅니다.



정부 역시 화폐개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분위기 반전용으로

화폐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냅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고

대신 경제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화폐개혁을 제시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 총재의 번복도 이런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측면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화폐개혁이 이뤄질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어려움의 반등 차원이거나 국면전환용으로 화폐개혁을 꺼낸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고 제조업의 경우 더 힘든 상황인 만큼 화폐개혁 동력이 약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화폐개혁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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