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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버틴 25년.. 나는 대기업 '여성부장'입니다

조회수 2019. 4. 10. 17: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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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머니S DB
#국내 재계서열 10위권의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워킹맘 김지영씨(가명·48). 스물셋에 공채로 입사해 8년을 일하다 아이를 낳고 두달간 출산휴가를 다녀왔을 때 상사들의 반응은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여자를 데려다 뭐에 써요.
다른 부서로 보내주세요.

 

“저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버티고

성과도 인정받다보니

어느덧 부장이 돼 남편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임원을 넘보는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남자후배가 승진하는 걸 지켜보고

3명의 여자동기가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과정을 견뎌낸 결과입니다.

 

그때는 여자가 아이 낳고 회사 나와 일하면 억척스럽고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요즘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그랬어요.
# “너랑 자고 싶다.” 정지은씨(가명·44)는 지난 16년 광고·홍보업계에서 5개의 회사를 거치며 지금은 꽤 큰 중견기업의 본부장이 됐습니다. 그가 첫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상사의 성차별적인 말과 성희롱, 부당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서입니다. 해외연수와 정부기관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수년 전 그 일은 직장생활 최대 위기였습니다.

평일 업무시간 사무실 안, 고객과 낮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자동료는 그에게 성희롱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사내에는 반대로

그가 남자동료에게 “너랑 자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거짓소문이 퍼졌습니다.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문을 퍼뜨린 동료들을 역추적해서야

범인이 당초 문제를 일으켰던

남자사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출처: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녀가 조직에서 사는 법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내며

회사의 운명과 재기를 함께했지만

‘72년생 여성부장’들의 존재감은

늘 조직이나 동료들 사이에서 배제됐습니다.

 

중요한 얘기는 일 끝난 후 저녁 술자리나 담배 피우는 자리에서 나온다.
골프는 언제 배우냐
여자들은 일 참 쉽게 한다.

이 같은 말을 들을 때

이들은 ‘정말 내가 회사에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돼

누구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무시하거나 

성폭력을 저지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부장들은 새로운 고민을 마주합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남성과 대등해진 사회에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부장님이 나가시면 저희는 희망이 없어요.

김 부장은 한때 끝까지 살아남아 임원으로

승진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어느 조직이든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임원이 돼 개인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자기만 바라보는 후배들이

‘여자는 결국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할까봐

미안합니다.

 

정 본부장은 업무상 대외적으로 많은 고객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만나야 하는 문제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습니다.

술자리나 주말 골프에 억지로 껴야하는 게 싫어서

거짓말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기려고 골프를 배웠지만 비즈니스미팅을 강요받을까봐 못하는 척 연기했어요. 지금도 제가 골프를 잘 치는 줄 아는 사람은 거래처에서 가장 친한 직원 한명뿐이에요.
출처: /사진=이미지투데이
◆“여자라서 얻는 이점 이용하라”

김 부장과 정 본부장 두사람 다

‘세대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고성장시대 여성의 사회진출이 거의 없던 선배세대와

워라밸의 가치를 중시하는 후배세대의

중간에 낀 이들은

머지않아 다가올 은퇴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남자처럼 일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여자라서 잘할 수 있는 일, 이를테면 팀원이나 클라이언트와의 정서적 교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죠. 남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봐도 힘든 점이 많아요. 사내정치 하고 싶은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어요. 여자후배에게 ‘여자라서 얻는 이점을 이용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같은 성과를 내도 여자가 하면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 본부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인생2막이 있습니다.



철야근무가 일상이다 보니

자연스레 ‘비혼’의 삶을 살게 됐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보다

사회발전이나 복지에 기여하는

NGO 활동 등을 하는 게 꿈입니다.

 

결혼은 늦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이 들어 아름다운 삶’은 경제적 성공을 이뤘을 때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2017년 성별 대학진학률은

여성 72.7%, 남성 65.3%로

7%포인트 넘게 벌어졌습니다.



미국은 이런 현상이 훨씬 일찍이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대졸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진 건

1982년부터입니다.



지난해 학위취득자 중 여성은

학사 57.3%, 석사 58.8%, 박사 52.9%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S&P500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5%에 불과합니다.

그 많던 똑똑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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