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틴 25년.. 나는 대기업 '여성부장'입니다
“저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버티고
성과도 인정받다보니
어느덧 부장이 돼 남편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임원을 넘보는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남자후배가 승진하는 걸 지켜보고
3명의 여자동기가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과정을 견뎌낸 결과입니다.
평일 업무시간 사무실 안, 고객과 낮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자동료는 그에게 성희롱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사내에는 반대로
그가 남자동료에게 “너랑 자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거짓소문이 퍼졌습니다.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문을 퍼뜨린 동료들을 역추적해서야
범인이 당초 문제를 일으켰던
남자사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녀가 조직에서 사는 법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내며
회사의 운명과 재기를 함께했지만
‘72년생 여성부장’들의 존재감은
늘 조직이나 동료들 사이에서 배제됐습니다.
이 같은 말을 들을 때
이들은 ‘정말 내가 회사에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돼
누구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무시하거나
성폭력을 저지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부장들은 새로운 고민을 마주합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남성과 대등해진 사회에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김 부장은 한때 끝까지 살아남아 임원으로
승진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어느 조직이든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임원이 돼 개인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자기만 바라보는 후배들이
‘여자는 결국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할까봐
미안합니다.
정 본부장은 업무상 대외적으로 많은 고객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만나야 하는 문제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습니다.
술자리나 주말 골프에 억지로 껴야하는 게 싫어서
거짓말도 했습니다.
◆“여자라서 얻는 이점 이용하라”
김 부장과 정 본부장 두사람 다
‘세대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고성장시대 여성의 사회진출이 거의 없던 선배세대와
워라밸의 가치를 중시하는 후배세대의
중간에 낀 이들은
머지않아 다가올 은퇴를 준비해야 합니다.
정 본부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인생2막이 있습니다.
철야근무가 일상이다 보니
자연스레 ‘비혼’의 삶을 살게 됐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보다
사회발전이나 복지에 기여하는
NGO 활동 등을 하는 게 꿈입니다.
2017년 성별 대학진학률은
여성 72.7%, 남성 65.3%로
7%포인트 넘게 벌어졌습니다.
미국은 이런 현상이 훨씬 일찍이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대졸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진 건
1982년부터입니다.
지난해 학위취득자 중 여성은
학사 57.3%, 석사 58.8%, 박사 52.9%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S&P500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5%에 불과합니다.
그 많던 똑똑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