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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거수기 사외이사, '독립' 선언할까

조회수 2019. 3. 18. 1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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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요기업이 밀집한 서울 종로 일대.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대주주의 전횡과 독단경영을 막고

기업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했습니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활동

객관적으로 감시·감독해야 하지만

사실상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결정에 힘을 보태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총수나 전문경영인(CEO)의

무리한 기업운영을 견제해

정책사항 결정을 위한 조언과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제도 도입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사외이사의 제대로 된 기능수행과

독립성 확보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거수기' 논란

사외이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제기된 문제입니다.



제도도입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외이사의 미흡한 역할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합니다.

 



공정위가 지난해 말

56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에서

이사회의 경영감시 작동 현황을 살핀 결과

56개 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총 787명으로

전체 이사의 50.1%를 차지했습니다.



253개 상장회사가 관련법에 따라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03명인데

84명을 초과해 선임한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사외이사를 강화해

감시기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3%에 달했는데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간

이사회안건 5984개의 99.57%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 810개 중

부결된 안건은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2건이 수정  또는 조건부 가결됐을 뿐

나머지는 원안 가결됐습니다.



내부거래 안건의 경우

수의계약 사유조차 적시되지 않은 안건이 81.7%에 달해

충실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각 기업의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법 기준을 넘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각종 위원회의 설치·운영을 확대하는 것은 내부 감시기능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사회 안건 중 원안가결 비율이 99.5%를 넘어서고 수의계약 내부거래 안건의 81.7%가 수의계약 사유조차 포함되지 않는 등 실제 작동이 형식화돼 있을 우려가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
◆대주주 손안에 든 사추위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역시 허점을 드러냅니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 후보추천 절차의 독립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에

사추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가 총위원의 과반수

구성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문제는 경영진이 사추위에 참여

독립성을 해친다는 점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공정위가 지정한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29개 기업집단의 비금융 상장계열사

174개사의 사추위 설치현황을 살핀 결과

55%인 95개사가 사추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사추위 위원인 회사가

58개사(61%)에 달했고

사외이사가 위원장인 회사는

18개사에 불과해

사추위 상당수가 독립성이 결여된 채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지배주주가 사추위 위원인 회사도

13개사(14%)였습니다.



사실상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한 셈입니다.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후보추천 절차에 관여하면 어떤 후보자도 경영진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갖출 수 없고 경영진의 사외이사 지배가 용이해집니다. 지배주주가 사추위를 맡을 경우에도 국내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참석률이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일반 주주의 이익 보호는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유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
◆독립성 확보하려면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사외이사를 성실한 감독자로 유도하기 위해 특히 CEO와의 학연 및 지연 등의 정보를 포함해 중요 사안에 대한 사외이사의 역할, 사외이사들의 출결상황, 이사회에서의 질문 횟수, 발언시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들이 주주총회에 보고되도록 해야합니다. -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또한 사외이사의 임기제한을 풀고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금지

안건 선정자로서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사추위 내 대표이사 또는 지배주주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일반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합니다. 나아가 사추위 운영을 활성화하고 관련 내용을 투자자에게 공개해 사외이사 추천 절차에 대한 주주의 신뢰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정유진 연구원

이런 가운데

현재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 2건(김종인, 채이배 의원)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입니다.



두 개정안 모두

회사 및 계열 회사 임직원의

사외이사 선임 냉각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사외이사 재직기간 제한 규정을

6~9년으로 신설했습니다.



또한 사외이사 선임방법에

위원회 내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배제 조항을 신설하고

소액주주 추천

‘독립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했습니다.

 

두 개정안을 포함해 사외이사제도 개선 관련 국회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단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와 선임방법을 강화하는 방법과 별개로 사외이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력 풀 확대와 교육과정 도입,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화 등의 방안 도입 역시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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