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난민, "반대만이 해결책 아니다"

조회수 2018. 7. 18. 15: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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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명이 들어오면서 난민이 한국사회의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예멘 난민을 거부하는 국민청원이 일주일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가 하면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정우성이 난민을 옹호하는 소신 발언을 했다가 대중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죠.




이에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가 난민을 거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매서운 국민반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이란 친구 A군의 공정한 난민심사를 도와달라는 중학교 3학년생의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원글 작성자는 자신의 친구가 기독교로 개종해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공정한 난민심사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고 소송을 해 대법원까지 갔음에도 심리를 받지 못한 채 기각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청원글 작성자는 법뿐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친구가 편견 없는 공정한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들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의 난민심사제도는 허점을 안고 있고 제도를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심사관의 전문성 확보 중요… 자문위원도 고려해야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1994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우리나라의 난민 신청자는 1만7523명으로 이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592명뿐입니다. 난민인정률은 3.37%로 세계 평균(37%)에 훨씬 못 미치죠. 지난해는 9942명이 난민신청을 했지만 121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수치만 확인하면 굉장히 까다롭고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본국으로 돌아갈 시 박해받을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해를 피해 도망치듯 떠나온 사람이 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아가 A군의 경우처럼 개종으로 인한 난민신청은 내적인 변화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를 통과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 국내 최초로 난민지원단체를 설립한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개종은 내면의 변화이므로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심사관도 판단이 어렵다”며 “그래서 보통 의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난민심사제도에서 개선할 점으로 난민심사관의 전문성, 인력확충 등을 꼽았는데요. 특히 개종으로 인한 난민심사를 진행하기에는 심사관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A군의 경우) 심사관이 이란 형법 및 샤리아 율법에 대한 전문성, 무슬림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이 갖는 의미 등을 알고 있어야 꼼꼼하고 정확한 심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란 의회는 2008년 무슬림 배교자를 사형에 처하는 형법개정안을 가결했고 샤리아 율법에는 개종하면 사형에 처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그는 심사관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종교적 편향성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허술한 질문 등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전도한 일이 있는지 묻거나 주기도문, 십계명을 외워보라고 하는데 이런 질문이 개종의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표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따라서 심사관의 부족한 판단을 보완해줄 수 있는 자문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국가와 종교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 체크리스트 작성 등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낮은 인정률 뒤에는 '박해 증명'의 어려움

난민이 ‘박해받을 것이란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요청받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의무를 신청인과 심사관이 분담·공유하도록 해 (난민의) 증명책임을 완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난민이 자료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그 나라 주재 한국대사관 등에 연락해 정보조회를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A군의 경우처럼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이 여러 자료 중 하나의 자료를 택해 근거로 삼는 문제 또한 존재합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란에서 개종자가 처하는 위험을 들춘 유엔난민기구와 영국의회의 자료는 배제한 채 영국내무부의 자료만 근거로 삼았습니다. 영국내무부 자료의 요지는 ‘개종자가 적극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저서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박해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사실관계의 미세한 차이에만 집착하며 신빙성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증거가 불충분해 입증되지 못하는 진술이 있더라도 신청인의 진술에 신뢰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 주장에 반대하는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심사관은 신청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돼 있다”며 ‘난민지위 인정기준 및 절파 편람 제196항’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을 보면 심사관이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난민심사에 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대표는 난민심사관이 다른 나라 사례를 공부하거나 워크숍을 가는 등 평상시 훈련을 받지만 모범질문지나 모범답안 같은 건 만들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유출되면 난민브로커 등을 통해 유통될 우려가 있어서죠.




또한 분위기가 외국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하는데 불인정한 경우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지지만 우리나라는 난민지위를 인정했는데 문제가 생기면 징계로 이어지므로 이 같은 분위기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만이 해결책 아냐"… 사회통합프로그램 강화해야

이 대표는 우리나라 난민심사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회적 통합프로그램과 결부되지 않은 점을 들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난민으로 인정하면 끝이다. 난민을 우리 사회로 받아들이려는 통합프로그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따라서 편견이 재생산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들을 사회로 융화시키는 프로그램이 없어 결국 그들끼리 어울리게 되고 이 같은 현실은 게토(ghetto·소수인종이 모여사는 도시의 한구역)화에 대한 두려움, 샤리아 법의 적용을 요구할 거라는 편견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대표는 난민신청부터 난민지위 인정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사회의 법과 질서를 난민이 받아들이고 인정하도록 교육하고 어울려 살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난민을 통합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고 사회적응과정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난민 이슈가 국민의 강한 반발로 나타나는데 단지 반대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난민법을 폐지하고 난민협약에서 탈퇴한다고 해서 난민이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왜 왔는지, 왜 돌아갈 수 없는지를 묻고 합리적으로 따지는 절차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난민심사가 남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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