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편 가르는 마케팅..왜 하는 걸까?

조회수 2016. 5. 24.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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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인사이드 - 1분간 주목하면 경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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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이트는 갈색의 진득거리는 이스트 추출액입니다. 주로 잼처럼 토스트에 발라먹는 용도로 쓰입니다. 

우중충한 색과 독특한 향과 짠맛 때문에 도전하기 어려운 음식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마돈나처럼 마마이트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열렬히 지지하는 광팬도 많습니다.
출처: 마마이트 홈페이지 캡처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마마이트는 ‘Love it or Hate it’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사용해 자신의 제품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을 과감히 드러냅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마마이트를 사랑하는 소비자에게는 '마마이트로 샌드위치를 천국과 같이 만드는 방법'을, 혐오하는 소비자에게는 '샌드위치를 망치는 방식'을 알려줍니다.
출처: 마마이트의 열렬한 팬 / 마마이트 홈페이지 캡처
이런 마마이트의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습니다. 

2010년 ‘마마이트 XO소스’가 출시될 당시 마마이트 홈페이지에는 5만4000명의 방문객이 모였습니다. 마마이트 페이스북 페이지는 무려 30만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했습니다. 

팬들의 기대 속에 출시된 마마이트 신제품은 매장에 전시되자마자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이걸 왜 좋아하는 거야?"
"싫어하는 네가 이상한 거야!"

열성 고객과 혐오 고객을 정면으로 대립시키는 마마이트의 이 같은 전략은 전형적인 '양극화 마케팅'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숨기거나 외면하는 브랜드 혐오 고객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양극화 마케팅은 편 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즉 ‘집단 극화 현상(group polarization)’을 활용합니다. 

집단 극화란 처음에는 개개인의 생각이나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어도 대립구도가 설정되면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누가 우릴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후엔 집단 소속감이 발휘돼 자신의 집단에 보다 강한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반감을 가진 소비자들의 공격 덕분에 열성 소비자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셈입니다.

양극화 마케팅 중엔 직접적인 대립은 아니더라도 특정 소비자 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핵심 고객의 지지를 얻는 전략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사이다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맥주 대신 마시는 술, 얼음 없이 마시는 알코올음료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여름, 사이다 제조업체 매그너스(Magners)가 ‘얼음과 함께 즐기는 시원한 음료’ 캠페인을 펼치면서 이후 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사이다 고객이 아닌 전문직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사이다를 얼음 없이, 노동자들만 마시란 법 있나요?"
출처: 매그너스 사이다 / 매그너스 홈페이지 캡처
매그너스는 전형적인 블루칼라 고객 대신 전문직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경쟁 업체 스트롱보우(Strongbow)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도 새로운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할까?
아니면 기존 고객들을 지켜야 할까?'

심사숙고 끝에 스트롱보우는 시장 확장 기회를 놓치더라도 핵심 고객층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그리고 2009년, 고된 하루 일을 끝낸 노동자들이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들을 향해 ‘점잖은 은행가들은 꺼져!’라고 외치는 ‘Hard Earned’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고소득층이나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전통적인 사이다 고객 사이에서는 스트롱보우의 인기가 급증한 것입니다.

이 전략 덕분에 2009년 사이다 시장이 6% 성장하는 속에서 스트롱보우는 23%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브랜드를 지지하는 고객과 꺼리는 고객의 비중이 모두 늘어나 양극화는 심해졌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호불호 고객'을 대립시켜 성공한 마케팅 사례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성도 뚜렷해지는 요즘, 부정적인 고객들의 심리와 행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양극화 마케팅이야말로 유용한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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