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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숨겨라..'돈세탁' 어떻게 할까?

조회수 2016. 5. 16. 18: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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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인사이드 - 1분간 주목하면 경제가 보인다.
출처: gettyimagesbank
기업이 비자금을 만드는 목적은 다양합니다. 사주 일가를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세금을 피하거나 정·관계 로비 등에 사용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드러낼 수 없는 돈이기 때문에 들키지 않으려면 출처와 행방을 숨기는 '돈세탁(money laundering)'이 필수입니다. 

돈세탁은 1920년대 미국 범죄조직들이 탈세를 위해 불법수익금을 합법적 자금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쓰던 속어입니다.
출처: giphy, 'godfather'
이봐 마이클, 우리 마약 거래로 번 돈
갖고 와봐. 돈세탁 좀 해야겠어~

시간이 흘러 1986년 돈세탁통제법이 제정되면서 공식 법적용어로 사용됐습니다. 국내에선 1990년 검찰 공소장에서 돈세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유엔 마약범죄기구(UNODC) 추산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2.7%에 달하는 1조6000억달러(약 1778조원)가 해마다 세탁되고 있습니다.

1778조 원이나??

그렇다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어떻게 돈세탁을 하는 걸까요?

국내 주요 기업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어떻게 굴리고 세탁한 뒤 국내로 들여오는지' 판결문을 통해 분석해봤습니다.
출처: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MV

◆ 유령회사 설립
돈세탁의 기본 중의 기본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우는 것입니다.
출처: gettyimagebank
"우리 회사가 재작년에 이탈리아 M사와 계약을 새로 맺었습니다. 계약서엔 우리가 아닌 홍콩법인이 M사 국내 면세점 판매권을 가지는 걸로 돼 있어요. 홍콩법인은 이름만 빌려주는 페이퍼컴퍼니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죠? 내가 물밑 작업은 다 해놨으니, 정 대표 이름으로 홍콩법인 지분만 이전받으면 됩니다." 

1996년 가을 정 모씨는 K사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해 이런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K사는 이탈리아 M사의 명품을 한국에 독점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곧 정씨는 홍콩법인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정씨가 유일한 주주로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C사가 K사 홍콩법인 전체 지분 중 98%, 정씨 동생이 1%를 인수했습니다. 2006년에는 정씨 자신이 유일한 주주로 있던 홍콩의 G사도 인수했습니다.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지분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것입니다



면세점 판매대금은 새 계약에 따라 K사 대신 홍콩법인 계좌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각종 비용 명목으로 C사와 G사로 이체됐습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로 흘러간 금액은  총 87억원에 달했습니다. 

검찰은 K사가 아무 역할도 없는 홍콩법인을 M사의 계약 당사자로 내세운 것은 판매대금을 홍콩으로 빼돌리기 위한 속임수로 보고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정씨는 면세점 판매대금 등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고 이 중 일부는 해외 투자 등 명목으로 속여 국내 20여 개 차명계좌에 숨겼으니…징역 8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판결)

◆ 해외 세탁 뒤 차명투자
페이퍼컴퍼니는 돈세탁 과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수록 적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도대체 어디다 숨긴거야!! 

돈세탁 이후엔 은밀한 투자 내역이 섞입니다. 

실제 최근 국내 재력가들은 버진아일랜드 내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스위스 은행 계좌, 에드루샤의 그림 '산', 미얀마 광산 등에 세탁한 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이름도 낯선 카리브해 섬에 회사를 세우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외국 작가의 그림을 사는 데 금고를 열었습니다.
출처: giphy
절대 찾지 못하게 꽁꽁 숨어야지

검찰은 이를 비자금 사용처인 동시에 돈세탁 수단으로 보고 출처와 행방을 뒤쫓습니다. 그럴수록 돈은 더 복잡한 단계를 거쳐 해외를 돌며 세탁됩니다.

최근의 대표 사례로 외국 방위산업체에서 받은 중개 수수료를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 차명계좌에 보낸 혐의 등으로 지난달 기소된 '1세대 무기거래상' 정 모씨의 범죄를 들 수 있습니다.

정씨는 2001년 3월~2012년 8월 독일 잠수함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중개 수수료를 독일 리히텐슈타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스위스 소재 은행 계좌로 옮겨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출처: youtube, INET 쇼쇼쇼 / giphy, 녹도희 「딱 걸렸어」
금융범죄에 정통한 한 부장검사는 불법 대출을 받아 차명계좌로 추적을 따돌린 뒤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 미술품 거래
출처: giphy
미술품 거래는 뒤처리가 깔끔해 돈세탁의 '고전'으로 통합니다. 상세한 거래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데다 정해진 가격이 없어 웃돈이 오가도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출처: 농심 생생우동 cf
비자금을 묻어두거나 은밀하게 상속하려는 이들에겐 한 점에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받았던
로이 릭턴스타인 「행복한 눈물」

미술품 거래는 2007년쯤 삼성그룹이 수백억 원의 비자금으로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목 받았습니다. 그림의 실소유주가 삼성가가 아닌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63)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사그라들었습니다. 

홍씨는 이후에도 CJ그룹 횡령·조세포탈, 남양유업 증여세 탈루,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 등 기업 비리 사건마다 '재벌들의 미술상'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 전문가 도움
출처: gettyimagebank
돈세탁은 해야겠는데
해외 물정은 잘 모르겠고...

돈세탁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수입니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법을 모를 때 기업들은 로펌에 SOS를 외칩니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때 현지인 구성원 수를 충족해야 하는 경우 로펌 변호사들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때론 국내 변호사도 동원됩니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조세회피처의 경우 절차가 간단해 해외 인맥이 넓은 외국변호사들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분야의 국내 변호사들도 쉽게 법인을 설립한다는 게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나 잡아봐라~
출처: SBS 런닝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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