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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아파트 사면 배가 아프다"는 한국사람들의 놀라운 심리

조회수 2021. 3. 4. 13: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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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어른의 교양> 천영준 작가
'건축계 이단아'로 불린 르코르뷔지에부터
셰익스피어·사마천 등
대세를 거부한 30명의 대가 소개

출처: 머니투데이
62년에 건립된 마포아파트

"한국에 아파트가 언제 처음 들어왔는지 아세요? 1962년이요.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아파트가 세워질 당시 관심이 대단했죠.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시스템을 본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였는데, 프랑스 귀족들은 아파트를 보고 '천박하다’고 했어요. 60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한국 사람들 2명 중 1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건축계 이단아’라 불렸던 르코르뷔지에 덕분에 많은 이들이 위생적이고 해가 잘 드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된거죠.”

저자 천영준 작가

책 <어른의 교양> 천영준 작가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이들은 대세를 거부하고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는 철학·예술·역사·정치·경제 분야의 역사적 인물 30인의 일생에 주목했다. 위인전에 실린 화려한 업적보다는 철저히 미움받고 따돌림 당했던 ‘아웃싸이더’의 모습을 발견했다. 

출처: 천영준 작가 제공
연세대 강연 중인 천영준 작가

◇ '마이웨이'로 살아간 30명의 대가


“나만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포모족(FOMO·fear of missing out)의 심리를 밝혀낸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소통하지 않으려 했던 꽉막힌 ‘꼰대’들과 싸웠던 소크라테스, 교회의 ‘갑질’을 고발한 종교개혁가 루터 등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다수가 ‘YES’를 외칠 때, 그 현상을 분석하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한 비주류들이죠.”


출처: 천영준 작가 제공
지구와 에너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인터뷰하는 모습

천영준 작가 역시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20대에 행정고시와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보다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연구하는 것이 좋았다. 연세대 경영학과 과학기술정책 박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기업에서 위기관리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강사·작가·칼럼니스트로 이름을 알려왔다. 코로나19 시국이 일상화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이 때, 천 작가에게 ‘어른을 위한 교양’을 출판한 이유를 물었다.

◇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워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에게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깨닫게 된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코로나19로 지인들이 몇분 돌아가시는 걸 목격했죠. 어려서부터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을 품고 살았는데, 사람이 참 쉽게 죽더군요. 이걸 받아들이면 삶에 장기계획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오늘 하루 잘 살고 잊어버리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거죠.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는 오래전 이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어른을 위한 교양> 1부 철학 파트에 자세히 소개했죠. 석가모니는 세상 모든 권력 중 가장 높은 자리인 왕의 자리까지 내던진 인물입니다.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죠. 스스로 고민하고 깨달는 과정만이 참된 인간의 자세라는 겁니다.

각자도생 시대에 꼭 필요한 가르침이 있다면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라 생각해요. 인간은 모두 죽을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서 타인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야해요. 이 자각에서조차 해방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수련하는 겁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더욱더 나눠지고 다양해질텐데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려면 더욱 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 지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가짜 어른’


“<어른의 교양>이라는 책을 쓴 이유는 이 시대에 저를 포함해 ‘가짜 어른’이 많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관이나 안목이 더욱 뚜렷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수에 편승해 생각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았죠. 현대인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대화를 나눌 기회는 점점 줄어들죠.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확증편향 성향을 극복하려 했어요. ‘매사 물어본다’는 공자의 가르침과도 비슷한 습관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항상 물어봤답니다. 타인의 생각을 무작정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게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춰보는 것이었죠.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이뤄나간거죠. 아테네 사회에서는 이런 소크라테스를 이단이라고 몰아갔어요. 집단이 합의한 내용에 의문을 표하는 것만으로도 신성모독이라 손가락질했어요. 결국 소크라테스는 재판을 거쳐 사형에 처해집니다.


이같은 역사에서 우린 끊임없이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진짜 어른’은 ‘내가 모른다는걸 안다’는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생각조차 의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급증하는 자살 우울증 심리적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방법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정신적 독립을 이뤄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너무 쉽게 불행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불행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와 비교에서 옵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타인과의 관계를 20세기의 대량생산 체제로 설정하는 관습이 있어요. 이 괴리감 때문에 사람들의 심리가 불안하죠.


21세기는 사실상 대량생산체제 시스템이 끝나고 상당량의 노동이 기계로 효율화된 상태예요.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재능과 브랜드로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앞으로 누구나 좋든 싫든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를 경험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더욱더 ‘각자도생’의 사회로 가는거죠. 혈연으로 엮인 가족공동체조차도 우리 삶에 정신적 위안을 줄 수 없어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혈연으로 묶인 가족공동체가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정부 정책이나 미디어만 봐도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을 이뤄야 한다고 말합니다. 1인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도요. 물론 인간은 관계를 통해 위로받고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관계가 꼭 가족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족이라는 형태 역시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 21세기 ‘아웃싸이더’ 1인가구의 주류화


“혼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개인들이 계속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도록 안전장치들이 나와야겠죠. ‘식샤를 합시다’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1인가구가 모여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그려져요. 혼자 먹고 사는 사람에 대해 동정의 눈길을 거두고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진정한 의미의 각자도생이 이뤄질거라 생각해요.

특정 조직에 소속돼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책 <어른의 교양>을 읽어보시면 지적 독립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며 이같은 지적 독립을 이뤄낸 30인의 대가들을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죠. 저 역시 이 시대의 아웃싸이더들이 힘을 갖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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