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극찬한 약 복용 중단하게 한 '논문'이 철회된 이유

조회수 2020. 6. 23.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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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라며
코로나19 치료제로 극찬한 바 있습니다.


직접 약물 복용 사실까지 밝히며
적극 홍보했지만, 세계적인 의학 저널에
해당 약물이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논문'이 나오자 약 복용을 멈췄는데요.

출처: 매경DB


그런데 최근 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철회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과 

랜싯(Lancet)은 각각 1812년과 1823년 창간돼,

 

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입니다.


출처: NEJM 홈페이지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영향력 지수(Impact Factof·IF)`에서 2018년 기준 NEJM은 70.670, 랜싯은 59.102였습니다.


대표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각각 41.063, 43.070을 기록했죠.





철회된 논문의 내용은?

지난달 22일 랜싯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클로로퀸을 처방하면 사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출처: AFP연합


논문이 게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약 복용을 멈췄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치료제의 효능·안전성을 실험하는 `연대 실험`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였기에 국제적으로도 큰 파장이 일었지만, 이후 해당 논문은 철회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랜싯 홈페이지

랜싯에 이어 NEJM도 `전환효소(ACE) 억제제 등 심장질환에 사용하는 약물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내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연이어 철회된 이 사건은 과학계에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논문이 철회된 이유

조사 결과 해당 논문들이 활용한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논문 모두 같은 기업이 제공한

데이터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서지스피어의 창업자 사판 데사이.


데이터를 제공한 곳은 `서지스피어(Surgisphere)`라는 기업으로 혈관 외과의사인 사판 데사이가 2008년 창업한 곳입니다.


`데이터 분석 업체`라는 데사이 대표의 소개와 달리 이 기업은 교과서를 발간하는 의료 교육 기업으로 설립됐죠.


출처: 트위터
현재 서지스피어 공식 SNS 계정은 폭파됐습니다. 의혹이 제기되자 데사이 대표가 서지스피어 공식 계정을 모두 닫고 잠수를 타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지스피어는 자사와 제휴를 맺은 1200개 병원 중 6개 대륙 671개 병원을 대상으로 9만 6000여 명의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지는 탐사보도를 통해 몇몇 병원은 서지스피어와 협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 해당 데이터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출처: 서지스피어 홈페이지
닫혀버린 서지스피어 홈페이지. 가디언지 등의 탐사보도가 이어진 후 서지스피어 홈페이지는 폐쇄됐습니다.


이외에도 서지스피어는 이상한 점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랜싯과 NEJM에 논문이 게재됐을 때 서지스피어의 직원 수는 '1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과학, 통계학 분야에서 종사한 경험이 전무했으며 과학 에디터로 등재된 직원은 공상과학소설 작가였고, 마케팅 임원으로 소개된 직원은 성인용 콘텐츠 모델이었습니다.


데사이 대표는 '쿼츠 클리니컬'이라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했기에 직원 수가 많을 필요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프로그램의 실체가 불분명해 오히려 의혹은 커졌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랜싯과 NEJM에서 철회된 두 논문을 주도한 만디프 메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결국 논문 철회 이후 성명을 통해 사과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논문의 문제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국에선

코로나19 관련 논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가 더 의미 있는 논문을 

빨리 발표하는지를 두고

일종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인 연구 논문은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 '동료 평가'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논문에 결함이 없는지 평가를 받고 논문을 보완하는 단계인데요. 이 과정 때문에 논문 하나를 작성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동료 평가는 과학 연구의 질(質)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잇달은 논문 철회 사건을 통해 동료 평가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단기간 동안 수많은 코로나19 논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밀려드는 논문을 꼼꼼하게 검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과학계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모두 과학자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으니 연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늘 '정확성'을 중시 여겼지만 팬데믹 상황은 '속도'를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 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속도와 정확성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 콘텐츠는 매일경제의 기사 

코로나19 논문 잇단 철회…세계 최고 의학 저널들에 무슨 일이? 참고하여 제작했습니다.


[이영욱 기자 / 신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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