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기다린다는 '연돈'..기자가 직접 줄 서 봤습니다!

조회수 2019. 12. 27. 10: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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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낳은 최고의 스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포방터 시장을 핫하게 만든 장본인! 돈가스 전문점 '연돈'이 제주도로 내려갔다는 사실은 잘 아실겁니다.


그런데 "이 돈가스 먹으려면 6시간 줄 선다" "새벽 4시부터 줄서야 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정말 사람들이 돈가스 하나 먹으려고 꼭두새벽부터 나와 줄을설까요? 궁금함을 못 참는 우리 '추적자 추기자'가 직접 제주도까지 내려가 취재해 봤습니다!!

제주도 가즈아~

새벽4시, 돈가스 가게로 향하다

길게 늘어진 줄은 가게와 주차장을 따라 'ㄷ'자로 이어졌다

목표 도착 시간은 동트기전인 새벽 5시. 다음날 어색한 새벽 4시 알람을 맞춘 뒤 추위와의 사투를 위한 두툼한 점퍼를 챙겨두고 정확한 가게의 위치와 줄 서는 방법, 어떤 메뉴를 주문해야 하는지를 수차례 복습했다. 입사 면접 때보다 열정적이었다고 단언한다.


1년여의 기다림 끝에 돈가스를 만날 수 있다는 행복감에 들떠 피곤했던 탓인지 깊이 잠든 바람에 예정보다 늦은 새벽 4시 20분에 눈을 떴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갑자기 내가 왜 돈가스 한쪽을 먹기 위해 쉬기 위해 온 제주도에서 평생 일어나 본 적 없는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지 자괴감이 상당히 몰려왔다.


만물이 잠든 고요한 새벽, 주섬주섬 옷을 입고 렌트카를 몰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해당 가게로 달려갔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달렸다

새벽 5시 17분 내비게이션 안내가 종료됐다. 거의 도착해 길을 살짝 헤맸다. 분명 돈가스 가게 앞인데 너무 많은 차가 주차돼 있어 가게 앞이 아니라 공영 주차장인지 착각했기 때문이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뿔싸 가게 앞을 가득 메운 차들은 줄을 서기 위해 이미 도착한 수많은 경쟁자의 렌터카였다. 황급히 주차할 곳을 찾았지만 정말 없었다. 옆 가게의 너른 주차장도 이미 만석인 데다 100m 떨어진 일명 '백종원 호텔' 앞 역시 차들로 가득 찼다.


요리조리 여차여차 겨우 차를 구겨넣다시피 밀어넣으면서도 머릿속엔 '이러다 돈가스를 못 먹으면 어쩌지'란 두려움이 가득 찼다. 우사인 볼트보다 아주 조금 느린 느낌으로 질주한 끝에 이미 늘어질 대로 늘어진 줄 말미에 안착했다.


대략 5시 27분께였다. 안 그래도 짧아진 해로 인해 칠흑 같이 어두운 가게 앞은 고요 속의 줄 서기 전쟁의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가게 입구 바로 앞 1번 자리에는 새빨간 텐트가 '내가 이곳의 대장이다'란 강력한 아우라를 뿜고 있었고, 그 뒤로 삼삼오오 수많은 대기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현재 제주도에서 영업을 시작한 해당 가게의 메뉴는 '등심가스'와 '치즈가스'가 전부다.


새벽5시, 가까스로 세이프

문제는 새벽 5시께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 앞에 선 인원이 어림잡아도 50명은 넘었다는 것이다. 순간 멘탈이 붕괴되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자칫 잘못하면 6시간 가까이 줄 서고도 돈가스를 먹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분위기였다.


정말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중 메시아가 나타났다. 기자보다 4팀 뒤에 줄을 선 한 청년이 잠깐 자신의 자리를 맡아주겠냐며, 맨 앞줄부터 몇 인분씩 먹는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당연히 맡아 드린다며 천천히 다녀오시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뒤 그는 당당히 전진했다.


정말 모든 인원에게 몇 인분을 드시냐고 물으며 계산기를 두드리던 그가 기자에게도 "혹시 몇 인분 드세요?" 물어 "2인분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기자는 "혹시 제가 몇 번째인가요?"라고 반문했고 그는 "89~90인분이네요"라고 답했다. 할렐루야. 일단 안정권에 들었다. 다만, 빨간 텐트 속 1등 도착자들은 깊이 잠들어 있어 물어보지 못했다며 '그쪽에서 10인분을 먹진 않겠지'란 공감의 눈빛을 교환했다.

시간대별로 촬영한 돈가스 가게

영업 개시 2주차 기준으로 대략 안정권에 들려면 늦어도 새벽 5시에는 도착해야 할 듯하다. 처음 조사했을 때 안정권이 6시였으나 일주일 새 그 시간이 한 시간가량 당겨졌다. 5시 27분에 줄을 선 기자의 순번이 90인분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린다.


7번째쯤 줄을 선 고등학생 단짝 5명은 전날 밤 11시에 인근 편의점에서 만나 밤새운 뒤 새벽 3시 반께 줄을 섰다고 했다. 줄 지어 있는 사람들은 각자 캠핑용 의자나 두꺼운 담요를 준비해 중무장한 상태였다.

밤새 기다리기 위해 간이의자와 담요로 무장한 대기자들

오전 7시,해가 뜨고 줄은 길어졌다

오전 7시가 넘어가면서 제주의 아침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주변이 어스름하게 밝아짐에 따라 움츠려 쪽잠을 청하거나 추위를 피하던 원정 대원들도 스트레칭에 나섰다. 여러 명이 함께 온 경우 번갈아가며 줄을 서며 차에서 몸을 녹이거나 쪽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7시 반께 주변이 대부분 밝아졌고 'ㄱ'자 줄은 더 늘어나 '디귿(ㄷ)'자를 이루었다.

길게 늘어진 대기줄. 빨간색 텐트가 1번 도착자다

화장실을 갈 겸 바로 옆에 위치한 일명 '백종원 호텔'을 다녀왔다. 해당 호텔은 백 대표 브랜드의 식당, 베이커리, 카페 등이 입점해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인연으로 포방터 돈가스 역시 이곳으로 자리 잡았다. 호텔 앞 주차장은 빈곳을 찾을 수 없었고 조식을 먹기 위해 몰려든 투숙객들로 식당 역시 만석이었다. 크리스마스날 호텔에 문의해본 결과 2인 기준으로 가장 빨리 숙박할 수 있는 날짜는 3월 1일이라고 했다. 

일명 백종원 호텔 조식 식당이 손님들로 가득찼다

오전 10시, 드디어 메뉴 주문을 마치다

9시 40분께 여자 사장님께서 먼저 출근했다. 주변에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커졌고 대장정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10여 분 후 남자 사장님도 출근을 마쳤고 가게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11시부터 접수한다는 공지와 달리 10시 10분께 여 사장님이 한손엔 펜, 한손엔 종이를 들고 등장했다. 기자의 순번 바로 앞까지 사장님이 도착했을 때, 또다시 억수 같은 소나기가 잔뜩 내리며 결국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가 접수를 이어갔다. 드디어 기자의 차례. 10시 17분. 4시에 일어나, 5시부터 줄을 서 장장 6시간에 걸친 인고의 시간 끝에 얻은 열매였다. 접수는 간단했다. "2명이고, 치즈가스 하나 등심가스 하나구요. 카레 추가 2인분 할게요." 5초 정도 걸렸을까. 접수 종이를 보니 기자는 오후 2시 타임 마지막 접수자였다.


접수 방식을 통해 역추적해보면 제주도 돈가스는 낮 12시, 1시, 2시, 3시 이렇게 4번에 걸쳐 손님을 받는 듯하다. 한 타임당 대략 25인분씩, 총 100인분가량의 돈가스를 당일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100인분을 기준으로 한 계산대로면 기자 뒤로 약 5팀이 더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실제 오후 3시 타임에 해당하는 10여 개 안팎의 팀이 먹을 수 있었다.

식당 내부 구조도

100인분을 조금 넘는 분량이 아닐까 한다. 접수를 마치고도 인고의 시간은 이어졌다. 오후 2시 타임이기 때문에 3시간가량을 배를 부여잡고 기다렸다. 가장 맛있는 돈가스를 먹기 위해 위장을 최대한 비우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오후 2시, 기다림 끝에 만난 돈가스

일어난 지 10시간 지났지만 오후 2시밖에 안되는 기적적인 하루의 클라이막스가 그렇게 다가왔다. 1시 50분께 가게에 도착하자 인자하신 여 사장님께서 자리를 안내해줬다. 2시 타임에 입장한 팀은 약 10개. 동시 입장이 이뤄지며 줄을 선 순서대로 자리 배치가 이뤄졌다.


입장을 마치자마자 남자 사장님께서 돈가스 준비에 돌입했다. 20여 분이 지나고 한꺼번에 돈가스가 서빙됐다. 해당 타임 마지막 접수팀이었던 기자의 돈가스는 당연히 가장 늦게 나왔다.


아무거나 막 먹는 '막식가'인 기자로서 음식에 대한 평가는 사실 좀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다르다. 무엇보다 기름에 튀겼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름기가 없는 담백함이 핵심이다. 처음 등심가스를 한입 베어 먹었을 때 첫 느낌은 '이거 마른 돈가스를 준건가?' 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부드러워지는 식감은 처음의 의구심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출처: 중고나라
대신 줄을 서주면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아르바이트 모집글

치즈가스 역시 족히 1m는 늘어날 듯한 쫀득한 치즈의 맛깔 나는 매력을 뽐냈다.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면 식당이 정리되고 오후 3시 타임 손님들이 들어가는 식이다. 이렇게 4번의 분주한 루틴이 반복되면 새벽부터 분주했던 식당의 하루도 마감된다.

가게를 다녀온 후 많은 지인이 진짜 그 돈가스가 10시간씩 투자해서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냐고 물어왔다. 그 와중에 해당 돈가스 번호표를 받기 위한 '대리 줄 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대신 줄을 서주는 대신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 정말 개인적으로 대답한다면 그 정도 시간을 한 번쯤 투자해 먹어볼 만은 하지만, 굳이 10만원을 내서 먹는 거까진 권하고 싶진 않다. 물론 맛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직원 추가 모집 공고글

돈가스 성지를 꿈꾸는 사장님의 포부

처음 방영을 시작한 지난해부터 제주도로 이전한 지금까지도 포방터 돈가스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제주도 이전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한 내용을 다룬 해당 방송이 나간 지난주, 하루 종일 해당 가게 관련 인기검색어가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밤에 포방터 돈가스의 제주도 이야기가 방영된다고 한다.


해당 가게에서 기나긴 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게는 이른 시일 내에 직원을 충원하고 수량을 늘려 영업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3일 사장님은 인스타그램에 채용 공고를 올려 "최소 5년간 제주에서 저희와 함께 노력해주시길 바란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지원해 달라"고 글을 올렸다.

사장님은 여전히 더 나은 방법을 마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줄 서기 경쟁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휴가를 떠나 업무 때보다 더 혹독한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두 사장님 부부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묵묵히 돈가스를 준비하는 무표정한 남 사장님과 서빙에 정신이 없는 여 사장님의 과묵한 표정 그 행간에서 보다 나은 상황을 마련하고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장님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듯했다. 우연히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포방터 돈가스를 먹어볼 수 있는 행운을 만난 것만으로도 매우 흡족하다. 앞으로 또 몇 년 뒤에 돈가스를 먹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더욱 나아진 상황에서 여유를 품은 사장님 부부의 미소를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추동훈 기자 / 임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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