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그 남자는 왜 어린 딸을 남겨두고 탈북했을까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의 사연이 큰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크게 늘어난 지금은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이들을 향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죠.
김정은 정권 초기엔
탈북하는 사람들이 줄기도 했는데요.
국경 지역 단속을 강화한데다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게 나아지기보다
더욱 각박해진 현실에
최근 들어 탈북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요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대로 형편이 괜찮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더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인민반*과 직장, 학교에 내야하는
일종의 간접세가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안 내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도
정치공세가 거세지면
견딜 수가 없다고 합니다.
*20~40가구가 포함된 북한의 최말단 행정조직
10년간의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이자
대학생이던 박 모씨.
졸업 후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고 있었던 그는
뜻하지 않게 탈북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보위부의 눈 밖에 난 뒤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범인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 때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들인 뇌물로 재산이 거덜났죠.
그러다 남조선 영화를 유포시킨 죄로
3년 형을 받고 수감됐는데요.
교도소인 '전거리 교화소'에 들어간
아내를 꺼내오려면 매달
먹을 것과 돈을 들여보내야 했죠.
때문에 박씨는 대학을 중퇴하고
돈벌이에 뛰어들었지만
교화소에 있는 아내를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고 합니다.
결국, 어린 딸을 홀어머니에게 맡긴 채
돈벌이를 찾아 한국행을 택했는데요.
그의 목표는 아내가 교화소를 나오면
딸과 함께 데려오는 것입니다.
어린 딸과 아내만 남겨두고
혼자 도망친 박씨에게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요?
비단 박씨 가족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생활고를 넘어 생사가 달린
북한 주민들의 상처는
언제쯤 아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