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에 마음까지 뜨끈..47년간 서민들 보듬어준 국밥집

조회수 2019. 8. 21. 18: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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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아기자기한 모양과 멋으로

눈부터 만족시키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속까지 얼얼하게 만들며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음식도 있죠.

그러나 어떤 음식도 대체하기 힘든,

애환 섞인 음식도 있는데요.

오랫동안 서민 음식을 대표해온

'국밥' 입니다.


선지, 콩나물, 순대, 우거지…

그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어떻든간에

뜨끈한 국물에 밥 한공기를

말고 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합니다.

출처: 영화 '변호인' 캡처

이렇게 서민들의 소울 푸드로 

함께 해 온 국밥이지만

외식 물가가 증가하고,

한편으론 고급화도 진행되면서

그리 싼 음식은 아니게 됐습니다.

서민들도 선뜻 지갑을 열기는

어려워진 것이죠.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서 해장국을

9년째 2000원에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1980년대 500원을 시작으로,

2010년에서야 지금의 가격이 됐습니다.


68년 동안 탑골공원 근처를 지켜온 

이 곳은 새벽부터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택시기사, 일용직 노동자, 행상꾼 등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와

피로를 풀고 떠나는 곳…


수십 년 째 이곳에서 국밥을 내온

주인장 권영희 씨를 만나봤습니다.

출처: 매경 DB

소문난 국밥집, '소문난집국밥'의 시작

시어머니가 피란을 내려와

1951년에 처음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 때는 백반집으로 시작했어요.


나는 스물 다섯살에 시집 와서

여기서 일한 지 47년 정도 됐죠.

한동안 추어탕과 해장국을 같이 팔다

이제는 해장국만 팔고 있습니다.

국산 미꾸라지와 야채만 쓰다보니

가격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국산 재료를 쓰되 최대한 기존 가격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출처: 매경 DB

9년째 2000원을 고집하는 이유

몇십 년 동안 한자리에서 계속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쌓아올린 고객층이 아주 두껍습니다.

많이 파니까 견딜 수 있는 것이지,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가게가

우리처럼 할 수는 없죠.


마진은 진짜 얼마 남지 않습니다.

재료값이 10년 동안 2배는 올랐고,

인건비와 전기세만 해도

하루에 수십만 원이 나가네요.


그래도 가게 그만 둘 때까지

가격 2000원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단골손님들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집 음식을 사랑해줬는데,

올라간 가격표를 걱정스레

쳐다보는 걸 생각하면

단돈 100원 올리는 것도 힘듭니다.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안 올리는 거죠. 

출처: 매경 DB

고된 하루를 버텨내며 아이들을 키워내다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꽉 채워 일했고,

새벽에는 악착같이 시장을 돌아다녔죠.

지금껏 명절 빼고는 주말에도

빠짐없이 가게 문을 열었습니.

그 때문에 삼남매의 초중고 입학식과

졸업식을 한 번도 못갔네요.


결혼하고 나서 오직 일만 하고 살았는데

돈 버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돈 벌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일할 기회가 있었으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손님들을 기억하며

자주 오던 단골이 오래 안 나타나서

수소문 했더니 세상을 떠난 적도 있고,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졌을 땐

일반 손님들이 많이 오기도 했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오던 어린애들이 커서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오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송해 선생님도 자주 오시는데

간판에 '송해의 집'을 넣으라고

직접 권해주시기도 했죠.


출처: 매경 DB

수십년 간 서민들의 배를 채워준

국밥, 그리고 추억들…

앞으로 꼭 하고 싶은게 있냐는

물음에 주인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집 음식을 수십 년간 사랑해준 단골들에게 죽기 전에 봉사라도, 아니 손잡고 마음 표현이라도 꼭 하고 싶어요.
너무 감사하다고. 행복했다고.

[이희수 기자 / 이장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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