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줄어드는 은행들 점점 기다리는 노인들

조회수 2019. 8. 1. 14: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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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핸드폰 하실 줄 모르는 우리 할머니는

어떻게 은행업무 봐야하나요?"


금융권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과 이로 인해 소외받는 노년층 이야기는 비단 지방에서만의 일은 아닙니다. 서울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등에 위치한 시중은행에서도 디지털 금융 대신 장시간 창구 이용을 기다리는 고령 인구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들이 보내준 용돈 뽑는데 1시간…


최근 찾은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A은행 지점에서는 노년층 고객 10여 명이 번호표를 뽑고 상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80대 여성 박 모씨는 "가까운 곳에 지점이 없어지면서 지하철 두 정거장을 이동해 이곳에 온다"며 "창구 직원이 갈수록 줄어서 아들이 보내준 용돈을 뽑는 데 1시간가량 걸릴 때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3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반면 오프라인 점포는 꾸준히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 국내 영업 점포 숫자는 2015년 5093개에서 지난해 말 4699개로 400개 가까이 줄었습니다. 국내에 설치된 5대 은행 포함 자동화기기(ATM) 숫자도 2013년 말 12만4236대를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노년층만 생각해서 무작정 점포와 ATM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모바일 우대' 어르신들 한테는
딴 나라 이야기

출처: 출처 : 픽사베이

디지털 금융 문맹의 또 다른 불이익은 금융권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에서 노년층이 소외된다는 것입니다.


금융상품에 `모바일 우대`가 보편화되면서 노년층은 예금 우대금리나 대출금리 할인 같은 기본적인 금융 복지에서조차 소외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에서 60대 이상 노년층이 모바일 뱅킹이나 간편결제·간편송금 등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지 못함`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들 서비스를 알지 못하니 결국 혜택에서도 외면받습니다.


혜택 역차별을 넘어 피해 대상자로도 전락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는 설명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이 어려운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또 부족한 금융지식 때문에 보이스피싱 등에 노출되는 노년층 비중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연령별 보이스피싱 피해자 현황을 보면 40·50대 피해액(2455억원)이 56.3%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은 987억원(22.6%)으로 2위였습니다. 하지만 증가율은 60대 이상이 233.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컸습니다. 

교육밖에는 답이 없다?

출처: 서울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로 이동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교육 외에는 사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금융권과 당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디지털 확산으로 인한 계층 간 괴리)` 해소 정책은 종합대책보다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노년층 등을 위해 은행 점포를 폐쇄했을 때 인근 우체국이나 상호금융 점포를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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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래 기자 / 임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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