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모르고 염불을 외워버렸지 뭐야

조회수 2019. 7. 24.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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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어렵고 지루한 염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 태어나서 죽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천도재는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으로 염불을 통해 생전의 업장과 죄업을 소멸시키고 육체와 정신적 집착을 놓게 하는 의식입니다. 하지만 한문으로 된 염불이 너무 어려워서 일반인들은 다가서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법보종찰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69)

법보종찰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69)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천도재 현대음악을 입힌 `왕생가(往生歌·조계종출판사 펴냄)`를 완성해냈습니다.


천도재의 현대음악화 작업은 한국 불교에서 처음 시도된 일이라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천도재가 길게는 3시간 정도 하는데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 참석자들이 지루해 했던 게 사실입니다. 조문객이나 유가족들마저 중간에 자리를 뜨는 경우도 흔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좀 쉽게 만들어보자.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도록 형식을 고쳐보자. 이런 결심을 한 거죠." 

현대음악화된 염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님은 천도재 염불의 현대음악화를 시도했습니다. 한문으로 되어 있는 가사를 한글로 고치고, 현대음악 음계에 맞춰 곡을 만들고 하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정형화된 악보에 천도재 음악을 얹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뜻을 함께한 많은 사람들이 일을 도와 결실을 냈다고 합니다.


가사 작업은 승려 시인 도정 동명 의정 스님이 나섰고, 동민호 최인영 김강곤 등 작곡가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녹음 작업은 바리톤 김기환, 국악가 서동률이 맡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합창단이 합창을 했다고 합니다.


"가사는 원문의 뜻을 살려서 한글로 옮겼습니다. 그 뜻이 너무나 좋아요. `오늘의 주인공인 영가로 하여금 부디 한 생각 어둡지 않고, 부디 마음 근원 명백히 하여, 꽃길을 밟으며 이 도량 들어와서 저희들의 공양을 듬뿍 받고, 오랜 원한과 묵은 빛 단박에 소멸하고 높고 바른 깨달음 얻게 하소서`. 이런 내용들입니다. 이렇게 우리말로 하면 소통이 쉬워집니다." 

죽음도 잔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월간 해인` 초대 편집장과 불교신문 사장, 제15대 중앙종회 의장을 지낸 향적 스님이 불교 천도재 의식의 현대음악화 작업에 앞장선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천도재라는 좋은 의식을 스님과 신도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참석자들이 모두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의식이 더욱 성스러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향적 스님은 "죽음에 관한 의식도 결국은 잔치"라고 말한다. 그래서 천도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잔치를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죽음이라는 게 이승에서는 이별하는 날이지만 저 세상에서는 생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도재에 차리는 상을 잔칫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하나의 종합예술, 잘 보급되는 일만..

사실 천도재는 하나의 종합예술입니다. 깨달음을 시로 표현한 게송(揭頌)들을 목탁과 요령 또는 징과 북을 사용해 읊고, 여기에 가락을 넣어 바라춤, 법고춤 등 춤사위로까지 연결된다고 합니다.


스님은 지난 15일 해인사에서 `왕생가` 시연을 가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원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스님들도 우리말로 된 가사를 접하고 눈물을 흘렸어요. 그만큼 우리말로 하니까 공감이 쉽게 되는 거죠. 참석한 분들도 집중이 잘 된다며 매우 좋아하셨어요. 이제 이 왕생가를 잘 보급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관련기사: "죽음도 잔치…모두 공유하는 천도재 돼야"

[허연 기자 / 안창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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