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영국으로..도둑맞은 다보탑의 수호신들

조회수 2019. 7. 4.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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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우리나라 탑 가운데

가장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국보 제20호 다보탑.


목조건축의 복잡한 구조를

석조미술로 짜임새 있게

구현해 낸 걸작이죠.

(10원짜리 동전 속에 그 화려함을 다 담지 못한 다보탑)

불국사 대웅전을 중심으로

석가탑은 서쪽, 다보탑은 동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보'라는 명칭은

'보배로 가득한 탑'이라는 뜻으로

불경의 한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보여래는 '과거의 부처'를,

석가탑은 '현재의 부처'인

석가모니를 뜻한다는

해석이 있는데요.

(경주 불국사 경내. 대웅전을 중심으로 서쪽에 석가탑, 동쪽에 다보탑이 배치돼 있다.)

발굴조사 결과 석가탑은 그냥

서쪽의 탑인 '서석탑',

다보탑은 '동석탑'으로 불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다보탑은 그 독창성 때문에

층수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죠.

출처: 불국사 홈페이지
(다보탑의 구조. 근래에는 `2층설`이 주로 거론된다.)

그런데 이 다보탑에는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발견됩니다.


바로 기단부 모서리에

돌사자가 한 마리만 서 있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치욕의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불교에서 사자는 영험한 존재로,

불법을 수호하는 수호신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보탑의 돌사자들은 바로

다보탑의 수호신이었죠.


이 돌사자들이 사라진 것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운수 좋은 날》로 유명한

소설가 현진건이 1929년

경주를 찾았다가 이렇게 탄식합니다.

두 마리는 동경 모 요리점의
손에 들어갔다 하나
숨기고 내어놓지 않아
진상을 알 길이 없고,
한 마리는 지금 런던에 있는데
다시 찾아오려면
오백만 원을 주어야
내어놓겠다 한다던가
출처: 연합뉴스
(소설가 현진건)

1904년 간행된 보고서에는

4마리의 돌사자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20여 년 동안 3마리가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남아있는 사자 한 마리도

상처투성이었던 덕분에

그나마 도둑맞지 않았죠.

출처: 조선고적도보 [朝鮮古蹟圖譜
(1915년의 다보탑 사진 속 돌사자들)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굴리며
어느 틈에 도적을 맞았는지 모르니
이런 기막힌 노릇이 또 있느냐.
이 탑을 이룩하고 사자를 새긴
이의 영이 만일 있다 하면
지하에서 목 놓아 울 것이다

일제를 비롯한 외세에 수탈당한

우리 문화재가 한둘이 아닙니다.


소중한 문화재의 가치를

따로 나누기는 힘들지만,

다보탑처럼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훌륭한 문화재를 관리하지 못해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르는 것은  

가슴 아프고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배한철 기자 / 이장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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