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깨부순 한국 여성 파일럿을 만나다
'항공기와 여성'이라고 하면
스튜어디스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 기장,
유니폼을 입은 여성 승무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편견이자
오래된 고정관념이죠.
그러나 '금녀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콕핏(조종실)에 자리잡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파일럿이 된
여성도 있는데요.
오늘 만나볼 주인공,
구정임 부기장입니다.
영어 선생님에서 승무원으로,
그리고 조종사에 도전하다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기 위해
한 번도 쉬지 않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학원 영어 선생님도
그 중 하나였죠.
영어에 자신있던 그녀는
외화위기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하던 시기에
중동 항공사에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에 성공했습니다.
중동이 보수적이라고? 천만에!
'중동' 하면 히잡을 쓴
사우디 여성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막상 접한 국제도시들은
보수적이거나 삭막하지 않고
한국보다 더 현대화 돼 있다고 하죠.
유교 문화권인 한·중·일에 비해
남녀 차별도 없는 편이라고 합니다.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초현대식 도시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기도 했다네요.
여성 승무원, 조종사를 꿈꾸다
어릴적 꿈이 의사와 수의사였다는데,
어쩌다 조종사에 도전하게 된 걸까요?
처음엔 그저 외국계 회사를 꿈꾸다
카타르항공에 승무원으로 입사했죠.
어느 날 비행 중 콕핏에 들어갔다가
조종에 관심을 보이자
남자 기장이 비행 기본 이론이 담긴
책을 건네줬다고 합니다.
"너도 할 수 있다"면서요.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4년만에 승무원을 그만두고
조종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순탄치 않았던 도전기
여러 나라에 비행학교가 있고,
항공사 자체 프로그램도 있지만
트레이닝 비용이 비쌉니다.
가장 저렴했던 미국 비행학교조차
비용이 4만달러나 됐다고 합니다.
여유 자금이 많지 않다보니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그렇게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금융위기 탓에 취직은 힘들었습니다.
50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은 고작 3~4번 밖에 못 봤죠.
아시아든 유럽이든 가리지 않고
면접을 보기 위해
중간 지역인 중동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4년 동안 생계를 위해
현지 부동산 회사에서 일해야 했죠.
그러다 에어아라비아 부기장으로
입사한 후 2016년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조종사라는 직업과 도전 의식
파일럿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여성이 할 일이 아니라며
반대하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죠.
그녀는 조종사라는 직업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교양을 넓힐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베테랑이 되면 시험관이나
교관으로도 활동할 수 있죠.
조종사라는 직업이 가진
큰 잠재력이 그녀를 사로잡은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도 충고합니다.
스스로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갖고 준비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성이 도전하지 않았던 영역,
게다가 늦은 나이에 도전해
꿈을 성취한 그녀의 이야기가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용환진 기자 / 이장경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