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90만의 평화시위
지난 26일. 눈비와 추위가 닥쳤지만
광화문 광장은 수많은 인파로 가득찼습니다.
밤 8시가 되자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광화문 주변의 카페와 식당,
그리고 수많은 촛불들이 꺼졌습니다.
이후 다시 불이 밝혀지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내용의
노래가 떼창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추위를 뚫고 모여든 국민이
청와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내려오라"
이날 광화문에 150만명(주최측 추산),
전국적으로 190만명에 달하는
헌정사상 최대 인파가 모여들었지만
큰 충돌이나 사고 하나 없었습니다.
촛불에 성이 안 찬 일부 시민들은
횃불을 들기도 했지만
안전성이 우려되어 금방 꺼졌습니다.
폴리스라인 앞에서 실랑이도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경찰에 시비를 걸고
헬멧까지 빼앗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평화시위 합시다. 폭력시위 안 됩니다."
라고 외쳤고, 이 남성은 줄행랑을 쳤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중·고등학생, 대학생에 이어
서울대 교수들도 나섰습니다.
100명 규모의 서울대 교수들은
1960년 4·19혁명 이후 처음으로
집단으로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서이종 서울대 교수가 두 아들과 촛불을 들고 서 있다.
하루종일 눈비가 몰아치던 날씨에서도
민심이 흔들리지 않은 데에는
시민들의 나눔의 온기도 한 몫 했습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 있는 한 카페는
시민들의 쉼터로 변신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다"
매니저 이 모씨는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물과 핫팩을 준비했습니다.
한 식당에서는 집회 참가자에게
무료로 칼국수를 제공하기도 했고,
꼬마들을 위해 350여 개의 털모자를
나눠준 시민도 있었습니다.
190만의 인파가 집회에 나서면서
'3.5%의 법칙'도 화제가 됐습니다.
에리카 체노워스 교수의 주장으로
역사적으로 한 나라 전체 인구의 3.5%이상이
시위에 참여하면 정권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외신들도 이날 촛불집회에 주목하면서
한국 시민들이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자신의 생계와 안위를 잠시 접어두고,
나라를 걱정하며 모인 190만의 촛불들.
평화와 희망으로 가득찬 촛불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