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 흔들리는데..국유화 옵션은 없었다
지난 여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함께
물류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거대 기업과 기간 산업에 찾아온 위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에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바로 국유화 입니다.
국가가 빼앗는 것 아니야?
국유화라는 단어가 무겁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본주의와 어울리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마지못해 떠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돌려줄 수도 있습니다.
씨티그룹과 G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몇몇 거대기업들이 국유화됐습니다.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과
최대 자동차 제조사였던 GM.
이들의 부실 규모가 워낙 커
미국 정부가 이들을 떠안았습니다.
공적자금 450억 달러를 투입해
씨티그룹을 인수한 뒤,
2년 후 보유지분을 깔끔하게 매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주식 차익과 배당금을 합쳐
120억 달러를 챙겼습니다.
GM의 경우, 105억 달러를 손해봤지만
큰 비판 여론은 없었습니다.
수십만 명의 일자리와
기간 산업을
지켰다는 평가가 우세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의 국유화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물론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부실 산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면 최고의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진해운을
떠안겠다는 기업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해운업황이 워낙 안좋은데다
비(非)해운업체은 업종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정부와 국가재정입니다.
국유화 선택지를 살려두는 것은
인수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거대 기업이 헐값에 팔려버릴
염려도 줄기 때문입니다.
한진해운이 수십 년 걸려 만들어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빼앗길 가능성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국유화가 금기시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국유화를 정경유착으로 보는 국민정서 때문에
금융당국으로서는 정치적 위험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국유화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자업자득인 것입니다.
제대로 된 계획의 부재로
회생의 선택지 하나가 줄어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