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로 드러나는 국가의 민낯
며칠 전, 카리브해 지역과 미국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100년 만의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아이티를 거쳐 미국 동남부를
강타하고 지나간 것입니다.
그런데 허리케인이 할퀴고 가는 동안
두 나라의 대처와 피해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아이티에서는 사망자가 900여 명(추정)
이재민은 6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위생 여건까지 열악해
콜레라 창궐이 우려됩니다.
지난해 10월 부정선거 논란 이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중앙정부가 손쓸 틈도 없이
자연재해가 덮친 것입니다.
아이티는 지난 2010년에도
대지진으로 22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같은 허리케인 '매슈' 에 의한
미국에서의 사망자는
총 10명에 그쳤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미국과 아이티의 재난대처에서
볼 수 있는 세가지 큰 차이점은
1. 정확한 기상예보
2. 실패에서 배우는 대비책
3.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인들은 자연재해를
중대한 문제로 보고
공동체 차원에서 대비합니다.
정부와 학교, 이웃 모두 자연재해에
대한 공포를 굳이 감추지 않고
대비를 강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자연재해가 뻔히 예상될 때는
사재기도 관대하게 바라볼 정도입니다.
이번 허리케인의 경우
전국가적인 대비가 이뤄졌습니다.
지방정부에서는 '매슈'가
거쳐갈 것으로 예상된 4개주가
나흘전부터 대비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도 연방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관리청을 방문해
허리케인의 위험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와 재난청의
공조로 10개 이상의 주에서
대량의 식량 및 식수를 준비했습니다.
200만명의 미국인들은
일사불란하게 대피했습니다.
이렇게 철저히 대비를 한 데에는
과거에 겪은 실패도 바탕이 됐습니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18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당국의 대처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후 미국은 연방정부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덕분에 재난 발생시 여러 주의
통합적 대응이 가능해
훌륭하게 대처한 것입니다.
최근 태풍 '차바'가 할퀴고 지나간
우리나라는 어땠나요?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제 기능을 못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낙하산의 천국'으로 불리며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이티와 미국중 어디에 가까울까요?
경제력은 미국을 닮았지만
재해 대처에 있어서는
아이티와 더 가까운 것이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