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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말0초의 유산, 퀴즈퀴즈+

다들 한 번쯤 해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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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은 게임을 잘 못해.”

아마 이런 편견은 나 같은 애들 때문에 처음 생겼을 거다. 타이밍 맞추는 데 재능이 없고, 근시에 동체시력도 별로, 모니터 안에서조차 공간감각 제로인 나는 거의 모든 게임을 잘 못한다. 그런 나에게도 자신 있는 게임 하나쯤은 있었다.
바로 퀴즈퀴즈+!

흔히 초딩 때까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두뇌 발달이 빠른 경향이 있다고들 한다. 특히 언어적인 부분에서 여자아이들의 발육이 더욱 빠르단다. 나는 또래 여자애들 중에서도 말과 글을 빨리 배운 편이었고, 4세쯤부터 놀이터 정글짐의 ‘탈출’보다 도서관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 시리즈>를 더 좋아하는 책덕후였다. 애들이다 그렇듯이 활자만 붙어 있으면 장르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푹 빠져 읽었다. 당연히 잡학상식이 넘쳤다. 10세 전후로 가장 좋아했던 TV프로그램은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우리말 겨루기>, <장학퀴즈>, <도전 골든벨>.

이런 초딩이 퀴즈퀴즈+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퀴즈퀴즈+는 MMOG(Massive Multiplayer Online Game)으로, 동시에 여러 사람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즐기는 퀴즈게임이다. 크로스워드 퍼즐, 캐치마인드, OX 퀴즈, 장학퀴즈 같은 고전적인 퀴즈게임은 물론이고 오타 없이 타자를 빨리 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 MBC 유명 퀴즈 프로그램 <브레인서바이버>(2002~2005)를 패러디한 ‘브레인 써바써바’ 등등 게임의 종류도 참 다양했다. 퀴즈퀴즈 -> 퀴즈퀴즈+ -> Q플레이 순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맞아 그랬었지..

브레인서바이벌, 아바타… 아련한 세기말의 추억


집에 가면 가방 던져놓고 일단 컴퓨터 앞으로 가서 버디버디를 켰다. 부모님께서 중학교 가기 전에는 핸드폰을 절대 사주지 않으셨던 그 시절 버디버디의 연두색 쪽지는 친구들과의 유일한 ‘접속’의 창이었다. 온라인인 친구들과 다함께 퀴즈퀴즈+에 접속해서 끊임없이 쪽지와 채팅을 나누면서 게임을 즐겼다. 비밀 방을 파서 우리끼리 즐기기도 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서 개인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타자 빨리치기 게임 CC by 탱그리

게임 내에는 퀴즈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들보다 승리를 통해 게임머니를 모아서 아바타를 꾸미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족보.txt’라는 퀴즈의 답안이 모여 있는 파일이 돌아다녀 ctrl+f로 ‘컨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퀴즈의 시간제한이 끝나기 직전에는 채팅창에 ‘족보 쏴주세요’라는 말이 가득했다.

아이템 상점 CC by 탱그리

3D의 흔적조차 없는 완벽한 2D의 아바타, 천계영 만화에 나올 거 같은 풍성한 앞머리에 높이 묶은 빨강 파랑 포니테일, 얼굴의 반을 가리는 풍선껌, 그나마 한쪽 눈은 브릿지 앞머리로 덮은 가발들, 십자가 귀걸이… 지어 ‘여우눈’이나 ‘느끼한 눈’으로 성형도 가능했다. 족보까지 만들고 문화상품권을 희생해가며 이런 세기말적인 패션 아이템들로 자신의 대리자격인 아바타를 꾸미는 데 열성이었다니…

퀴즈게임. 1999년에는 퀴즈 문제가 수능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CC by 탱그리

난 개인적으로 아이템 욕심이 없었다. 왜냐면 기본 아바타가 끈나시를 입은 빨간 숏헤어였는데, 섹시하고 좋았기 때문이다. (…) 퀴즈나 타자 빨리치기 자체가 재미있고 자신 있는 종목이기도 했다. 족보 없이 타인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데서 희열과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고, 가끔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럴듯한 페이크를 알려주고 귓속말로 우리 팀한테만 정답을 알려주기도 했다. (특히 OX 게임에서 페이크는 그 진가를 발휘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온라인 인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기엔 너무 게으르고 비사회적인 사람이지만, 주변에는 퀴즈퀴즈+에서 같이 게임을 하다가 마음이 맞아 버디버디 아이디를 교환하고, 그러다가 집 전화번호(핸드폰이 있으면 부르조아)를 교환하고 만나서 오프라인 친구가 되었다는 활발한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퀴즈보다는 아바타라는 대리 자아 꾸미기, 아바타보다는 친목이 퀴즈퀴즈+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은 게임이었지만, 뭘 하든지 우르르 몰려다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귓속말로 속닥거리길 좋아하고, 남들이 가지는 건 나도 다 가지고 싶고, 손쉽게 답을 맞히고 싶었던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애들에게 퀴즈퀴즈+는 더욱 각별했다. 지금도 Q플레이라는 이름으로 퀴즈퀴즈+의 기본 틀은 유지된 채 존재하고 있지만 왜일까, 그 때 느낌이 나지 않는다.


글 /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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