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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세계를 여행하는 입덕을 위한 안내서 – 0. 입덕 권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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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것도 공부보다 재밌다는 시험기간은 사실 덕력을 배양하기에는 한없이 좋은 기간이다. 어떤 수업은 일찍 시험을 보고 종강하고, 아직 시험은 보지 않았지만 레포트만 내면 되는 시험도 있고, 여러 모로 평소보다 시간이 빈다. 게다가 지인들이 모두 시험 공부를 한다며 잠수를 타는 바람에 (물론 다들 잠수를 타고 공부 이외의 무언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딱히 만날 사람도 없다. 상황이 맞물려 마치 폐관수련을 하는 무인마냥, 덕력 수련을 할 수 있는 폐쇄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그러나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덕력 배양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면,

그 중에서 시험 기간 덕력 배양에 최적인 분야는 단연코 드라마다. 게임은 한 번 하면 시험기간 버프를 받아 지나치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가상 세계로 정줄을 던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시험 기간에 골드 승급을 얻고 학점을 잃은 친구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사실 소설책도 좋은 추천 분야지만, 평소에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선택지가 되지 못할 터이다.


시험 기간에는 ‘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싶을 정도로 시간의 흐름을 잠시 까먹을 수 있는 높은 몰입도와 동시에 적당한 데에서 끊을 수 있도록 분절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렇다. 드라마다. 답은 드라마인 것이다.

그럼 무슨 드라마 보냐고?

타이틀만 봐도 심쿵

원작을 읽은 꽤 까다로운 팬의 입장에서 <왕좌의 게임> 시리즈(HBO, 2011~)는 그 중에서도 손가락에 엄지가 열 개 달렸다면 열 개의 엄지를 모두 척척 세우며 추천하고 싶을 만큼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한 시즌 당 편 수도 열 편, 각 편 당 런닝타임은 한 시간 남짓으로 길이도 매우 적당하다. 한 시즌에 에피소드가 22개씩 있는 히어로즈와 같이 한 번 발을 들여놨다가 그 길이에 후회할 일은 없다. 물론, 이미 시즌이 까지 완결이 나 있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해서 시즌 4까지 통으로 달리면 할 말은 없다 (편집자 주: 올해 시즌6이 종영됐다.)


영상미도 압도적이다. 약간 중세풍의 배경이라서 처음에는 오오 별거 없구먼,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북부의 거대한 월(The Wall)이나 킹스랜딩, 드래곤스톤의 전경이 등장하는 어마무시한 장면들에서는 아마 벌어진 입을 쉽사리 다물 수 없을 것이다.

웨스테로스의 왕이 사는 수도, 킹스랜딩의 전경

또한, 탄탄한 원작을 배경으로 하는 훌륭한 스토리 전개도 장점으로 꼽을 만 하다. 작화붕괴된 애니메이션마냥 훌륭한 원작을 가지고도 가끔 망하는 드라마들도 있지만, <왕좌의 게임>은 예외다.


특히 다른 드라마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작가가 캐릭터를 다루는 태도다. ‘더 가디언’은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리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톨킨식 판타지(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많은 다른 판타지들)에서 등장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은 여기에 없다. 조지 R.R 마틴은 인간 자체에 대한 그의 현실적인 관찰을 판타지 세계에 멋지게 접합시켰다. 그래서 처음 몇 편을 보면서 진짜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을 곧 이해하게 되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의 슬픈 변질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각 캐릭터들의 행동과 대사에는 논리적이진 않아도 인간적인 이유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서사를 관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 어느 순간부터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 몇 편만 보면 왕재수에 머리에 든 건 없어 보이는 제이미 라니스터(Jaime Lannister)는 시즌이 진행되면 될 수록 깊은 인간적인 고뇌를 지닌 사람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렇게 캐릭터에 애정을 가질 떄 쯤 목이 뎅겅 날아 가거나, 배신을 당해서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작가가 어느 한 캐릭터도 편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야기의 긴장감과 반전을 위해 캐릭터들을 비정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그 누구도 완전한 주인공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양 손으로 꼽기에도 벅찬 수의 메인 캐릭터들, 그리고 리스트로만 쭉 뽑아 봐도 책 한 권은 쓸 법한 서브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가님의 노예가 되어 질질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설의 장점을 드라마는 더욱 극적으로 흡수했다. 글로 읽어도 충공깽인 반전을 영상으로 본다고 생각해 보라(…).

게다가 이 드라마는 아예 작심하고 덕력을 쌓기에도 매우 좋은 콘텐츠다. 일단, 원작 소설이 있다는 데에서부터 덕후들의 호승심을 자극하지 않나(…). ‘원작과 다른 디테일이 뭐지?’ ‘원작에서는 얘가 이렇게 말했는데 여기선 왜 얘가 이렇게 말할까?’ ‘원작의 이 부분은 좀 생략됐네’ 등등의 원작 비교형 첨언을 마음껏 늘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드라마 자체의 영상적인 콘텍스트도 풍부해서 보고 또 봐도 각 장면의 새로운 의미가 새록새록 돋아난다.

덕질의 세계는 넓고 끝이 없다

1,400만 덕후들이여 나에게 힘을 줘…!

물론, 그만큼 덕후 세계의 진입 장벽은 상당한 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왕좌의 게임 (및 얼음과 불의 노래(이하 얼불노)) 덕질이 메이저 급은 아니지만, 이미 양덕들 사이에서는 메이저한 덕후 월드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왕좌의 게임 위키아가 따로 있는 것은 물론이요, 왕좌의 게임 시리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약 1,400만개다. 이미 켜켜이 쌓인 사실들과 트리비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영어를 읽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그 켜켜이 쌓인 덕질 콘텐츠들의 분량은 수백 배로 뻥튀기된다.


입덕 레벨에서 사실 영어 콘텐츠들은 일면의 부담스러움이 있다. 어차피 나중에 시즌 5 시작하면 다들 본방사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영미권에서 날아오는 실시간 소식에 귀기울이게 된다. 그 때쯤 영미권 덕질 콘텐츠는 오픈하고, 처음 왕좌의 게임에 입덕하기 위해선 엔하위키 정도만 제대로 읽어도 좋다.

물론 엔하위키를 읽는 것 따위는 스킵하고 그냥 드라마만 봐도 좋다. 조금 더 자세한 강의를 편안하게 보고 듣고 싶다면 유투브에 널린 왕좌의 게임 서브 콘텐츠들을 봐도 좋다. 하지만 사실 왕좌의 게임에 관해서 제대로 정리된 한글 입덕 가이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시 아직 마이너한 덕질인 게다. 일어서라 왕좌의 게임 더쿠들이여!!

그래서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왕좌의 게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한 번 해 보겠습…어라? 분명 시작은 시험기간에 즉흥적인 드라마 덕질을 차냥하는 내용이었는데 .. 여튼 한 번 해보도록 하자. 이렇게 좋은 분야의 덕후는 늘려야 마땅함이다. 드라마 정주행 다수, 얼음과 불의 노래 5부까지 전권 보유, 심지어 영어판으로도 전권 보유 및 정주행 완료 경력에 빛나는 왕좌의 게임 중급 덕후로서 입덕하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보고자 한다. 후. 하. 후. 하!


어디까지나 드라마 덕질이 메인인 만큼, 원작 소설인 <얼음과 불의 노래>보다는 <왕좌의 게임>을 메인으로 다룰 예정이다.


서론 – <왕좌의 게임> 지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

HBO에서 공식으로 제공하는 <왕좌의 게임> 지도. 매-우- 큰 고해상도 지도이니 클릭해서 따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고 입을 털고만 끝내면 부끄러우니까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는 동네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임으로서 이 글에도 입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고자 한다.

왼쪽은 실제 영국 지도, 오른쪽은 웨스테로스의 지도. 확실히 닮았다.

드라마의 어렴풋한 시대적 배경은 판타지가 섞인 중세 시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시즌 초반의 무대가 되는 서쪽 동네, ‘웨스테로스’엔 각 지역의 성주, 영주, 그리고 대영주와 유서 깊은 가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매우 불안한 ‘왕조’가 있다. 나라의 이름은 없다. 그냥 ‘세븐 킹덤’이다.


직설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크게 일곱 개로 나뉘어진 지역을 다스리는 왕국이라서 그렇다. 참고로, 웨스테로스의 모양도 그렇고 시대적 배경과 허울뿐인 왕좌, 유서깊은 가문 간의 권력 암투도 그렇고 작가가 따온 역사적 맥락이 중세의 영국이라는 설이 우세하다.

대략 이런 거다. 그러니까 보통 식사를 하면 손님의 권리가 충족되는데, 적대적인 환경이거나 식사를 할 수 없는 환경이면 영주가 손님에게 간략하게 소금과 빵을 권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세 시대를 표방하면서도 스리슬쩍 디테일에 있어서는 작가가 생각해 낸 독특한 관습이나 문화 등을 섞어 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생일을 ‘생일’이라 하지 않고 ‘네임데이’라고 한다. 또, 성주나 영주에게 초대를 받아서 손님으로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의 ‘지붕’ (정말로 물리적인 지붕) 아래에서 먹을 것(주로 소금과 빵)을 제공받으면 신분의 귀천에 상관 없이 그는 ‘손님의 권리’를 획득한다는 전통도 있다. ‘손님의 권리’란, 그를 보살피는 집주인에게 보호받고 안전할 권리를 이른다. 물론 그런 규칙 따위는 통으로 씹어먹는 통수 가문도 있다. 그래야 이야기가 재밌지

웨스테로스의 거주민들은 소름끼치게 중세 유럽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홍등가 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실과 첩실, 적통과 서자를 구분하는 문화나 전반적인 여성 비하 등이 그렇다. (여성들은 신분의 고저와는 상관 없이, ‘셉타’ 라는 각 집안의 수녀 비슷한 중년 여성들아줌마에게 전반적인 가사일을 매우 어릴 때부터 배우도록 되어 있다.)


또, 결혼을 통해서 가문을 결합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당연히 결혼에 자유 의사 따위는 없는 분위기도 그렇다. 기사와 숙녀, 유서 깊은 가문과 성주가 등장하는 배경이니 사실 아다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사고 방식이기는 하다.

언더독 유형의 대표주자 티리온 라니스터.

물론 작가가 등장시키는 메인 캐릭터들은 이러한 질서에 개기는 언더독(underdog)유형들이 많다. 그래서 이런 사고방식들이 적나라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장점 아닌 장점도 있다.

북쪽의 기괴한 것들 및 야만인을 막기 위해 ‘퍼스트맨’, 즉 고대인들에 의해서 세워졌다는 ‘더 월’.

웨스테로스의 대표적인 지명으로는 왕조가 먹고 사는 수도 킹스랜딩, 북부 가문의 거점인 윈터펠, 초반에는 비중이 없지만 후에 점점 비중이 커지는 스페인풍의 남부 지역 거점인 도르네 등이 있겠다. 지도에서 보이는 알래스카 같은 부분은 ‘와이들링’, 즉 야만인들이 사는 무지하게 추운 동네다. 물론 와이들링들만 사는 건 아니고 온갖 기괴한 전설의 동물 및 종족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이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도에 보이는 만리장성 같은 거대한 벽, 더 월(The Wall)이 세워 졌다.

그리고 단순한 중세 시대의 영미권/유럽 느낌의 환경에서 벗어나서, ‘협해(Narrow Sea)’라고 불리는 바다를 건너면 중동 풍의 문화와 몽골 풍의 문화가 섞여 있는 동네들이 등장한다. (이 동네들을 통들어서 에소스’Essos’라고 부르지만 주로 웨스테로스 외의 동네들로 인식되는 경우가 잦다.)


이 동네는 시즌 및 소설 초반에서는 그닥 큰 비중을 가지지 않지만, 이야기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비중이 매우 커지고 소설 5부 쯤 가면 주인공들의 거의 절반 정도가 그쪽 동네에 서식하게 된다. 이 동네의 대표적인 지명을 꼽자면 브라보스, 펜토스, 미르 등이 있겠다.

에소스에는 대략 이런 느낌의 기마 민족도 있다. 매우 분명한 몽골 레퍼런스(…)

에소스는 이성적인 웨스테로스의 세계와는 다르게 아직도 다양한 마법, 미신, 그리고 실제 용이 숨쉬고 있는 지역이다. 몽골 풍의 기마 민족도 있고 아랍 풍의 토실토실한 무역상도 있다. 비록 콩가루지만 단일한 국가가 있는 웨스테로스에 비해서 단일한 국가가 없고, ‘자유도시연맹’ 등 느슨한 형태의 동맹들만 존재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대체로 매우 자유롭다. 그래서 여성 비하 문화가 훨씬 덜한 것으로 묘사되고는 한다.


더욱 자세한 디테일들은 스포일러의 가능성 때문에 추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왕좌의 게임은 지리적인 감각이 약간만 있어도 매우 재밌게 볼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핵미사일을 날려서 전쟁하는 현대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지리적인 특성과 거리, 지형들이 줄거리에서 매우 핵심적인 성격과 진행을 담당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 음악만 들어도 설렌다면 당신은 이미 입덕했다 환영한다 대략적인 지도를 머리에 한 번 그려 놓았다면, 이제 드라마의 세계로 출발해 보자. 참고로, 매 에피소드의 오프닝이 이 세계 지도를 따라서 전개된다. 그리고 심지어 그 지도들의 디테일은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서 바뀐다. 전 편을 챙겨보지 않아도 어떤 세력에 무슨 큰 일이 생기면 오프닝의 지도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다. (차냥해!)


그럼, 이젠 정말로 드라마의 세계로 출발! 😀



글 / 랫사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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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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